패션 브랜드 생 로랑은 왜 영화를 만들까?

생 로랑 프로덕션과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가 3월 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이 제작했다.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은 왜 영화를 만들까?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디자이너들에게 미술, 건축, 음악, 문학을 모두 아우르는 영화는 영감의 원천과 다름없다. 생 로랑(Saint Lauren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 또한 오랜 시간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나에게 수년 간 영감을 준 모든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에게 어떠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그리고 그는 감독들이 진정 만들고 싶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패션과 영화를 잇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깨달았다.

패션 브랜드의 영화 제작사, 생 로랑 프로덕션

​벨기에 출신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라 캄브레(La Cambre)에서 패션을 전공한 뒤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이끄는 펜디(Fendi)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200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패션계에서 주목받았으며 2016년,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었다. 생 로랑 프로덕션(Saint Laurent Productions)은 안토니 바카렐로의 지휘 아래 2023년에 설립되었다. 영화적 무드가 반영된 컬렉션과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접목해 그가 직접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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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 사진

영화와 패션은 오랫동안 깊은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화가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촉매제가 역할을 해왔다. 생 로랑 또한 오래 전부터 영화 의상 제작에 참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브린느(Belle de Jour)〉(1967)에서 카트린 드뇌브(Catherine Deneuve)의 세련되고 도발적인 스타일은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디자이너들은 영화감독들과 협업해 디자인에 대한 공감각적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패션 필름’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영화 제작사를 설립한 럭셔리 하우스는 생 로랑이 최초이며, 현재까지도 유일하다.

생 로랑 프로덕션의 영화들

SAINT LAURENT PRODUCTIONS 02 HR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2023)
SAINT LAURENT CANNES24 EMILIA PEREZ 03 HR
〈에밀리아 페레즈〉(2024)
SAINT LAURENT CANNES24 THE SHROUDS HR
〈더 슈라우드〉(2024)
SAINT LAURENT CANNES24 PARTHENOPE HR
〈파르테노페〉(2024)

생 로랑 프로덕션은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에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감독의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Strange Way of Life)〉를 선보이며 영화 제작사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2024년, 제77회 칸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을 공개했다.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erez)〉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감독의 〈더 슈라우드(The Shrouds)〉, 그리고 파올로 소렌티노(Paolo Sorrentino) 감독의 〈파르테노페(Parthenope)〉가 공식 경쟁 부문에 오른 것.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들 감독에 대해 “그들의 작품은 늘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들이 영화계에 가져온 독특하고 급진적인 비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칸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생 로랑 프로덕션 제작 장편 영화 중 〈에밀리아 페레즈〉가 3월 12일, 국내 개봉한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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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 사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뮤지컬 영화인 〈에밀리아 페레즈〉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저평가받았던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가 마약 카르텔의 수장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마니타스는 리타를 고용해 자신이 늘 꿈꿔왔던 ‘여성이 되려는’ 계획을 실현하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한다.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약 카르텔 수장, 그에게 새로운 삶을 설계해 줄 변호사,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마니타스의 아내가 얽히며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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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에밀리아 페레즈〉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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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한 조 샐다나

〈에밀리아 페레즈〉는 제7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아드리아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공동 수상)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변호사 리타를 연기한 조 샐다나는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BAFTA), 배우조합상(SAG)까지 주요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석권했다. 〈에밀리아 페레즈〉가 다수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르고 수상하며, 안토니 바카렐로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영화 프로덕션을 이끄는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라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생 로랑 프로덕션의 모든 영화에서 배우들은 안토니 바카렐로가 만든 생 로랑 커스텀 디자인을 입고 연기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이를 감싸는 생 로랑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냈을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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