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의 대가가 된 산리오, 그 비결은?
산리오로 보는 캐릭터 협업 트렌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흥미로운 협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 마케팅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이 주목받는 상황. 그 중심에 선 일본의 캐릭터 기업 '산리오'를 소개한다.

예상치 못한 기업 간 협업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기발한 협업을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점점 더 색다르고 흥미로운 협업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산업과 협업하며 시너지를 창출한 기업이 있다. 바로 일본의 캐릭터 기업, ‘산리오’다.

이 기업은 1960년, 야마나시현청 소속의 공무원이었던 츠지 신타로가 설립한 ‘야마나시 실크 회사’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에는 지역의 특산품을 판매했다. 사업을 운영하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은 츠지 신타로는 일러스트 작가를 고용해 자사 제품에 활용할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게 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며 회사명을 산리오로 변경하고 사업의 방향 또한 선물 증정용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바로, 전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헬로키티’다. 일본 특유의 ‘귀여움’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차례로 선보이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팬층을 확보했다.

산리오, 그 인기의 비결은 협업?
현재 산리오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마이 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포차코’, ‘리틀트윈스타’, ‘시나모롤’ 등이 있다. 대부분 귀여움을 한껏 강조하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각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 때문에 쉽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대부분 보자마자 귀여움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지만, ‘배드바츠마루’, ‘한교동’처럼 엉뚱함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산리오는 매년 캐릭터 인기투표를 통해 어떤 캐릭터가 한 해 동안 큰 사랑을 받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미국, 브라질 등 각 나라별로 인기 순위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024년 한국 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는 포차코, 시나모롤, 헬로키티 순이었다.
구찌, 폴스미스, 스타벅스, 애플 등 글로벌한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산리오는 단순한 캐릭터 회사를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1-2년간 국내 기업과의 협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협업의 분야도 의류에서부터 항공사, 뷰티, 테마파크 등 다양했다.

그 배경에는 소비의 중심이 된 MZ 세대가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산리오 캐릭터들과 친숙하게 지내온 세대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산리오는 각종 문구류를 통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러한 향수가 현재의 협업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의 골프 브랜드 왁(WAAC)은 헬로키티를 비롯하여 마이멜로디, 쿠로미와 협업을 통해 장갑·양말·모자·토트백·볼마커 등 골프용품과 의류 13종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골프웨어에서 흔하게 보기 힘든 데님 소재와 더불어 왁의 마스코트 ‘와키’와 조화를 이룬 산리오 캐릭터들은 골프를 시작하려는 MZ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제주항공은 산리오 대표 캐릭터를 활용하여 여행의 감성을 담은 제품을 선보였다.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 유니폼을 착용한 캐릭터 인형 및 키링과 함께 캐릭터 모형 비행기, 여행 가방, 문구류 등을 선보여 친근함을 더했다. 이런 협업은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와 더불어 미래 잠재 고객 확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해 봄 산리오와 협업한 대규모 야외 테마 공간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튤립축제 기간 동안 에버랜드를 방문한 입장객 수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으며 만족도 조사 결과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에버랜드는 앞으로 산리오를 시작으로 다양한 외부 인기 캐릭터와 ‘바오패밀리’, ‘레시앤프렌즈’ 등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로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이디야 커피,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하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리오 캐릭터가 ‘열일’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올해에도 협업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에버랜드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산리오 캐릭터들과 함께 한다. 협업 무대를 확장하는 동시에 MZ 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캐릭터들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니스프리는 창립 25주년 및 마이멜로디 50주년을 기념하는 협업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차별화 된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캐릭터 마케팅
이렇게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한다. 밀레니얼 세대부터 Z세대, 이제 알파 세대까지, 이들은 무한한 콘텐츠와 함께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 일상 속에서도 익숙한 캐릭터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 어린 시절 즐겨 보던 캐릭터에서 향수를 느끼고, 웹툰과 게임을 통해 현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 소소한 힐링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귀엽고 무해한 캐릭터가 일종의 감성적 위안이 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캐릭터와 관련된 것들을 수집하며 새로운 소비 경험을 즐기는 것이 힐링의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캐릭터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강력한 마케팅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업 입장에서 캐릭터 협업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에 애정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에 기업들은 기존에 있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산리오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코오롱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자사 브랜드 럭키슈에뜨는 행복한 양배추 캐릭터 ‘럭츄’를 선보여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주항공은 산리오 외에도 ‘핑크퐁’, ‘펭수’, ‘잔망루피’ 등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캐릭터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였다.

몇 년 전부터 불어온 레트로 트렌드는 캐릭터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국 작가 J. K. 롤링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 ‘해리포터’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굳건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이다. 소설책을 읽던 어린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성인이 되면서 소비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에 맞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것은 스타벅스가 뱀의 해를 맞이하여 선보인 한정판 MD였다. 뱀을 상징으로 하는 슬리데린 기숙사에 영감을 받아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녹여낸 다양한 아이템은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 밖에도 카카오프렌즈, 클리오, 쉬글램, 스파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협업 제품이 나오고 있다.

해리 포터만큼 단단한 마니아층을 가진 ‘월레스와 그로밋’ 또한 주목할 만한 콘텐츠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은 현재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가 선보이면서 마케팅을 위한 협업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캐릭터 미피는 경주에 미피 스토어가 개장하면서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 석굴암 에디션 미피, 반가사유상 미피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하와이와 괌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태닝키티’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의 감성을 반영한 캐릭터 상품은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 덕분에 특산품급 인기를 얻고 있다.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웹툰과 밈은 이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다. 이에 따라 ‘잔망루피’, ‘망그러진곰’, ‘최고심’, ‘유미의 세포들’, ‘먼작귀’ 등 인기 캐릭터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활발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물 역시 산리오 못지않게 다양하다. 카드, 프로야구 구단, 와인, 전자제품 등 폭넓은 제품군에서 캐릭터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캐릭터와 협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큰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협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한다. 캐릭터의 세계관과 분위기가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협업 제품과의 조화가 자연스러운지, 실용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진 후에야 구매를 결정한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안목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릭터 협업과 관련 마케팅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캐릭터들도 끊임없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