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광고계의 유로지비*

* 유로지비. 러시아어로 ‘바보 성자’라는 뜻. 겉으로 어리석은 듯 보이지만 보통 사람이 알지 못하는 혜안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어리석다 싶을 정도로 묵묵히 자기 서사를 지킨 신우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 아닐까?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솔직히 신우석 감독에게 처음 연락했을 때 큰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복안이나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었던 계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별 대책 없이 사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생각 이상으로 진중하고 우직하게 작업에 임하는 크리에이터라는 것을 알았다. 한결같은 태도로 18년간 영감을 유괴해온 신우석 감독을 보며 잠시 잊고 있던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앞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손해를 보더라도 끝내 자기 신념을 지켜내는 그런 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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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화를 만들고자 모인 멤버들과 돌고래유괴단이라는 크루를 결성하고 동명의 회사를 설립했다. 2015년 온에어한 캐논 ‘최현석의 포토 킥’과 이듬해 공개한 캐논 ‘안정환의 파워무비’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유니클로 ‘감탄팬츠’, 브롤스타즈 ‘솔플보다 트리플’, SSG.COM ‘압도적 쓱케일’, 그랑사가 ‘연극의 왕’ 등 제작하는 영상마다 성공하며 업계의 블루칩으로 자리 잡았다. 광고 외에도 단편영화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고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로 다시금 화제가 됐다. dolphiners.com

길었던 무명 시절

캐논 ‘최현석의 포토 킥’. 돌고래유괴단의 이름을 처음 대중에 각인시킨 작품이다. 모델인 최현석 셰프가 황당한 죽음을 맞이하는 파격적(?)인 결말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돌고래유괴단이 회사 설립 10주년을 맞았어요. 감회가 새롭겠어요.

사실 10년은 법인 설립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 실제로 돌고래유괴단을 시작한 것은 18년쯤 됩니다. 꽤 위태로운 시간이었죠. 우리가 본격적으로 업계와 대중의 시야에 들어온 기간이 10년쯤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감회라… 무모하고 현실 감각 없던 멍청이들이 여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웃음)

영상 제작 크루로 시작해서 이제 규모가 제법 커졌어요. 영상 프로덕션으로 봐도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 아닌가요?

사실 국내에선 영상 프로덕션도 규모가 커지기 힘든 구조예요. 우리가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죠. 돌고래유괴단은 전략팀과 CG팀까지 조직하면서 이제 영상 프로덕션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몸집을 키우기 위한 사업적 결정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돌고래유괴단이 감독을 전부 내부에서 육성해 데뷔시키는 구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조감독이 감독이 되면 그의 조감독이 필요하고, 그가 데뷔하면 또 그의 조감독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무슨 생물처럼 회사가 저절로 자라더군요.

돌고래유괴단의 채용 방식은 오래전부터 유명했습니다. 거기서부터 돌고래유괴단의 지향점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공개 채용 때 매번 내놓는 ‘돌고래유괴단 공개처형’ 영상 때문에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채용 공고에도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담는다면 그에 맞는 인재들이 지원하지 않을까 싶었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에겐 좋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돌고래유괴단의 유일한 성장 동력은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그리고 작문과 기획이 포함된 별도 지원 서류 등을 통해 그 사람을 최대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팀원 모두가 함께 지원 서류를 읽고 평가해요. 우리와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안에서 펼칠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 격론을 벌여 면접자를 선정하죠. 면접에도 최대한 많은 인원이 참여합니다. 그렇게 선발된 인원은 내부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일명 ‘PT 데이’를 진행합니다. 일종의 가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임의로 정한 브랜드를 가지고 2시간마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해야 합니다. 가혹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방식이 분명히 기능을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돌고래유괴단을 성장시킨 방식이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창작에 관한 일은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그저 우리가 체득한 방식, ‘승리를 거둔 방식’을 그대로 경험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돌고래유괴단 2025 공개처형 AI 사용 가이드’. 챗GTP와 대화하는 콘셉트로 유쾌하게 채용 공고를 했다. 지원 조건 중 하나가 ‘광고주에 굴하지 않고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대 사항 중 ‘광고주 자제분’이 있다.
마치 영상 사관학교 같은 느낌이군요.

일부러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우리는 별도의 영업을 하지 않아요. 내놓는 작품이 유일한 영업 수단이다 보니 항상 스스로, 그리고 대중이 납득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것이 돌고래유괴단의 고유한 DNA를 가진 인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말했듯이 돌고래유괴단은 외부 영입 없이 신입이 성장해 감독까지 되는 구조입니다. 이미 현업에서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 돌고래유괴단에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들이 가져올 당장의 성과를 생각하면 욕심도 나죠. 하지만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내부 인원들의 성장을 위한 동기 부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들의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성헌 부대표는 이노션에서 영입한 사례 아닌가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연출팀과 제작팀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성헌 부대표는 전략팀 리더이고, 전략팀은 그에 맞는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죠. 조직마다 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부에서 성장하는 인력을 중심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기조는 모두 동일합니다. 이런 방향이 효율적인지는 사실 저 자신도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요. 이 집단이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성헌 부대표가 팀에 합류하고 모 인터뷰에서 “공통의 목표가 고도의 시스템을 대체했다”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캐논 ‘안정환의 파워무비!’ ‘최현석의 포토 킥’만큼이나 예상을 깨는 전개로 인기를 끌었다.

돌고래유괴단의 자기다움

브롤스타즈 ‘솔플보다 트리플’. 3인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의 특징을 코믹하게 표현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업계의 룰 브레이커라는 생각이 드네요.

업계에 갑자기 등장해서 그런지 우리를 보고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우리가 뉴미디어의 등장이라는 시대 변화의 수혜를 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속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고래유괴단의 18년 중 8년은 사업적으로 무척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었죠.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무명 시절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뜻입니다.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견딘 건가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해요. 아마 어떠한 계획이나 복안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것은 없었어요. 개인적인 기질과 성장 배경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제게는 난관이 디폴트값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에 가깝죠.

그랑사가 ‘연극의 왕’. 일반적인 MMORPG 게임 광고 공식에서 탈피해 또 한 번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하지만 선뜻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려워요.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죠. 전략적인 매각 아니었나요?

사실 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어요. 매각 시점으로부터 1년 전이 되어서야 회사를 팔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설령 그 이전에 알았더라도 대기업이 우리 같은 팀을 인수할 것이라는 생각까진 미치기 어렵죠. 그런데 우리 작업물이 알려지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제안이 들어오더군요. 그중 하나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였는데, 우리의 철학과 크리에이티브를 100% 보장해준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보다 몇 배 많은 인수 금액을 제안한 회사도 있었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키는 데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계약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했습니다. 벌써 3년이 넘었는데, 그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여깁니다.

대기업으로부터 그런 제안이 들어온 건 결국 확고한 자기 서사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 아닐까요. 돌고래유괴단이 지향하는 자기다움은 무엇인가요?

결국 작품입니다.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우리를 평가하는 것도 작품뿐이죠. 프로젝트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가 생각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물론 작품과 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순간이 올 때도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일을 위한 판단이 아닌 작품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설령 비즈니스적으로 옳은 판단이라도 그게 작품을 위한 타당성까지 보장하진 않아요. 결국 우리는 작품을 내놓고, 그것으로 평가받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죠. 모든 이해관계를 벗어나 관객과 소비자를 위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브랜드에도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자기다움을 지키려면 좀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요? 숱한 창작자들이 정체성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빛을 발하는 경우는 사실 극소수잖아요.

글쎄요. 오히려 전략 따위를 세우는 순간 타협을 하게 되는 게 인간의 심리라고 봐요. 그래서 애초에 빠져나갈 구멍 같은 것은 만들어놓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돌고래유괴단 역시 당장 눈앞의 이익이 크더라도 그런 작업은 수락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냥 그런 작업은 안 하면 됩니다. 너무나 단순하고 무식하죠? 그런데 의외로 창작자 대부분이 오히려 이를 선택지에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엄격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하는 선택이 과연 자기다움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인지. 그러다 보면 작업물에 고유한 컬러가 생길 거예요. 그것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과 일을 하면 됩니다.

SSG.COM ‘압도적 쓱케일’. 생산자로부터 고객의 집 앞까지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해 배송한다는 메시지를 위트 있게 표현했다.
자기다움을 드러내는 데 디자인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죠. 스스로 생각하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영상에서 디자인은 촬영, 조명, 컬러, 미술, 의상, 소품 등 전 부분에 걸쳐 영향력을 미칩니다. 디자인이 중요한 만큼 본래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다시 말해 아름다움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영상, 특히 광고에서 자주 범하는 우인데, 심미적인 게 늘 최선의 디자인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이 필요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추한 이미지가 오히려 작품의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하죠. 추한 것을 선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계획의 미학

‘Hello, Rudolph’. 돌고래유괴단이 연말 기념으로 제작한 신세계백화점 프로모션 영상이다.
돌고래유괴단 작업의 특징은 클리셰 비틀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비틀 요소가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광고계에 고착화된 요소가 많다는 뜻도 될 것 같습니다.

비단 국내 광고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도 일을 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우리가 인상적으로 보았던 창의적인 해외 광고들은 그들의 시장에서도 매우 희귀합니다. 당연히 잘 만든 몇 작품이 해외까지 알려질 테고, 결국 우리 눈에도 들어왔겠죠. 실제 해외에서 방영하는 광고 중에는 우리가 구태의연하다고 평할 만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죠.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가 처음 받았던 ‘창의성’에 대한 인상을 잊으면 안 됩니다. 현실이 어떻든 내가 작품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되새겨야 합니다.

돌고래유괴단의 작품을 보면 매우 동시대적 감성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단순히 웃긴 광고가 아니라는 것이죠.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일방적으로 광고를 송출하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광고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왔죠. 이제 광고를 보는 이들을 소비자가 아니라 관객이라 정의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창출해내야 하죠. 그들이 광고를 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감정적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광고가 됩니다. 주어진 환경을 넘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관객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2066’.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이 출연하는 공익 광고 캠페인으로 지구 자원을 낭비하는 우리의 행태를 비판적 시선으로 보여준다.
뉴진스 뮤직비디오는 돌고래유괴단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원래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뮤직비디오라는 포맷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다음 과정으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죠. 게다가 아이돌 산업 구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던 터라 정중하게 고사할 생각으로 미팅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돌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과 기획 의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어요. 우리는 광고업계에서 생존하며 나름대로 ‘이기는 전략’을 터득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의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다른, 새로운 감흥과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땐 그것이 뮤직비디오 산업에서 이방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 이기는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사실 전략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각 프로젝트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지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중예술은 어느 분야든 수많은 이해관계와 상업적 고려에 의해 결과물들이 일정한 흐름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안정적인 결과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최선의 답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정보와 경험을 모두 잊고 처음부터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너무나 기본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저는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이건 겸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단편영화 〈블랙독 신드롬〉. 신우석을 단순히 ‘병맛’ 광고 잘 만드는 감독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검은색 개를 입양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을 뜻하는 ‘블랙독 신드롬’을 다룬 이 단편영화는 “컬러가 무엇을 결정하는가?”라는 묵직한 문구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
아쉽게도 뉴진스의 성공과 별개로 이후 하이브와 복잡한 분쟁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뮤직비디오 작업 이후 한 인터뷰를 통해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분쟁이 있기 전부터 아이돌 산업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이 점점 더 심화하고 굳어졌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차에 뜻밖의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처사였죠. 그들의 갈등 때문에 발생한 문제에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군요. 우리는 모든 것을 합의된 대로 이행했을 뿐입니다. 부당한 방식으로 우리의 권리를 빼앗고 작품과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여전히 분노를 느낍니다. 증거는 모두 제출했고, 법원에서 판결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가 아니라면 돌고래유괴단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계획 없음, 이것이 솔직한 대답입니다. 장기 계획이나 목표 같은 건 세우지 않아요. 어차피 무언가 하나 터지면 상황은 예측이 무색하게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좀 지어내서라도 멋진 대답을 하고 싶지만, 사실이 그래요.

〈잠은행〉. 2019년에 공개한 단편영화. 잠을 빌려주는 은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웹툰 작가 이말년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분위기는 웹툰과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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