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대구 리뉴얼 프로젝트

지난 12월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1년여의 리뉴얼을 마치고 ‘더현대 대구’로 새롭게 돌아왔다. 유수의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 공간을 창출해 눈길을 끈다.

더현대 대구 리뉴얼 프로젝트
더현대 대구 9층에 위치한 ‘더 포럼 by 하이메 아욘’. 오른쪽 원형 공간이 콜로세움이다.
문을 콘셉트로 한 실외 조각 공원 ‘게이츠 가든’.

서울의 쇼핑 지형도를 바꿔놓은 더현대 서울이 오픈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 큐레이션과 버디필렉Burdifilek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디자인 회사가 창출한 스펙터클한 경험 공간이 성공 요인이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새롭게 리뉴얼한 모습으로 문을 연 더현대 대구는 한층 과감해진 시도와 곳곳에 경험을 강조한 혁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주얼 아트워크로 물들여진 더현대 대구

미래지향적이고 에너제틱한 더현대 대구를 컬러풀한 요소로 표현한 오픈 비주얼 아트워크는 팬타그램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요나스 지허Jonas Zieher가 맡았다. 프렌즈, 어드벤처, 포레스트 등을 상징하는 색색깔의 토템이 백화점 입구에서 환대의 메시지를 발신한다. 더현대 대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4300㎡(약 1300평) 규모의 문화 광장 ‘더 포럼 by 하이메 아욘’.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의 멤버십 공간 ‘클럽 YP(Young VIP)’를 맡았던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이번에는 아예 9층 전체를 맡아 더현대 대구만의 시그너처 스페이스를 완성했다. 이처럼 백화점 한 층을 전부 문화 공간에 할애한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고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그린하우스는 온실을 콘셉트로 했다.

실외 조각 공원 ‘게이츠 가든’에 설치한 7개의 대형 조각상은 모두 사람과 동물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것으로 하이메 아욘 특유의 위트가 느껴진다. 게이츠 가든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곳의 콘셉트는 ‘문(Gates)’이다. 조각상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아치형 문을 만들어 엄청난 스케일임에도 위압적이거나 답답하기보다 개방감이 느껴진다. 게이츠 가든과 연결되는 ‘더 포럼 샵’은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 스케치, 영상, 기념 굿즈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중앙에는 고대 로마인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던 광장의 상징적 의미를 담아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원형 공간 ‘콜로세움’을 배치했다. 하이메 아욘은 외부를 향해 열린 형태로 설계한 콜로세움이 카페 워킹컵, 그린하우스, 게이츠 가든, 더 포럼 샵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심장부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Jean-Pierre Vaillancour

with 하이메 아욘

“벽과 바닥의 독특한 패턴은 이집트 벽화와 그리스·로마 시대 등 고대 문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패턴뿐만 아니라 소재에도 신경 썼는데 공간 곳곳에 세라믹이나 크리스털을 활용해 입체감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것처럼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관건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행성을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처럼 이곳은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자극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된 보이드 공간 ‘더 스퀘어’는 버디필렉이 설계를 맡았다. 여러 개의 프레임 너머로 보이는 공간이 시각적으로 잘 큐레이팅된 장면으로 느껴지도록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차분하고 차가운 물성의 소재를 사용했다. 이곳을 가득 채운 거대한 조형물 ‘아치 워터폴Arches Waterfall’은 프랑스 아티스트 시릴 란셀린Cyril Lancelin의 솜씨. 평소 구, 원기둥, 큐브 등의 모양을 결합하거나 반복적으로 배치해 입체적인 미감을 창조하는 작가는 지면이 아닌 다양한 높낮이에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기획이 흥미로워 프로젝트 참여를 결심했다.

더 포럼 by 하이메 아욘이 탄생하기까지 아카이브와 굿즈를 모은 ‘더 포럼 샵’.
버디필렉이 설계한 ‘더 스퀘어’에 아티스트 시릴 란셀린의 조형물 ‘아치 워터폴’을 설치했다.

다채로운 경험과 볼거리

대중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연결 고리’를 작품의 모티프로 삼았다. 더현대 서울의 ‘워터폴 가든’이 12m 높이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인공 폭포로 장관을 연출했다면 더현대 대구의 ‘아치 워터폴’은 연결 고리를 연상시키는 U자 패턴이 무한대로 반복되면서 ‘더 스퀘어’에 현대적이면서 감각적인 활기를 불어넣는다. 작품에 적용한 청량한 민트색은 굽이치는 파도, 혹은 위로 뻗어나가는 덩굴 식물을 연상시킨다.

더현대 서울에서 브랜딩한 백화점 문화센터 ‘CH 1985’,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 마켓’,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를 더현대 대구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점도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대구 삼덕동 삼오리 분식, 월배시장 명물 돌쇠떡집, 앞산 디저트 맛집 보정당 등 유명 로컬 음식점을 입점시켜 미식 경험을 모은 지하 1층 테이스티 대구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오픈 라운지는 일본의 공간 디자이너 시나토가 맡았다. 더현대 서울의 다이닝 존과 와인 웍스를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 그는 채광 좋은 오픈 라운지에 그리너리 무드로 채운 편안한 감성 공간을 제안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요나스 지허의 더현대 대구 오픈 비주얼 아트워크.

각 층마다 다채로운 경험과 볼거리로 채운 더현대 대구는 글로벌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앞세워 세계적인 도시 대구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동시대적 감각과 취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더현대 대구를 찾을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버디필렉
“백화점은 문화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우리가 사는 시대의 관심사를 비추는 거울 같은 공간이다. ‘더 스퀘어’는 기존의 보이드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했다. 보이드라는 공간이 백화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이러한 시도가 백화점의 리테일 철학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시릴 란셀린
“더현대 대구를 위한 ‘아치 워터폴’을 구상하기에 앞서 ‘더 스퀘어’의 두 가지 요소에 매력을 느꼈다. 하나는 양방향으로 오픈된 순환이 가능한 보이드 공간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작품 감상에 역동성을 더해주는 에스컬레이터의 움직임이다. 이에 작품명처럼 천장에서 거대한 아치형 모듈이 쏟아지는 형상을 표현했다. 빛과 시선이 통과하는 아치 구조에 물이나 식물 같은 자연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컬러를 적용해 방문자 경험을 증폭시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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