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디자인하는 도시,헬싱키의 리브랜딩 프로젝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는 리브랜딩을 통한 환골탈태를 꿈꾸지 않는다.

행복을 디자인하는 도시,헬싱키의 리브랜딩 프로젝트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이다. 경제 지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고 국민 행복을 위한 각 국가의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 UN은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를 발표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를 선정하는데, 핀란드는 지난 8년간 한 번도 이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그러나 지상낙원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오랫동안 글로벌 인재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도시의 자생력이나 성장 가능성과는 별개로 국제도시로서 인지도가 부족했던 탓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헬싱키의 국제 마케팅 조직 헬싱키 파트너스(Helsinki Partners)는 비즈니스, 인재, 관광 이니셔티브를 통합하며 재정비에 나섰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임명한 도시답게, 자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칼란앤코(Kallan&Co)와 손잡고 도시의 변화를 알리는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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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Welcome to Your Happy Place’라는 단순하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헬싱키가 추구하는 환대의 정신, 더 나아가 헬싱키에서는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문구다. 디자이너가 워드타입의 기존 로고 형태를 유지하되 한층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전개한 것은 바로 이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손글씨에서 영감받은 서체로 인간적인 감수성을 더하고 온색 위주의 컬러 팔레트를 활용해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을 강조했다. 헬싱키의 풍경과 도시민의 일상을 포착한 날것 그대로의 사진을 전면에 드러내며 진정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는 리브랜딩을 통한 환골탈태를 꿈꾸지 않는다. 때로는 완벽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선의 브랜딩일 수 있다는 걸, 헬싱키의 도시 디자인 사례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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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피카르디(Luca Picardi)
칼란앤코 전략 총괄

“도시의 글로벌 정체성을 리브랜딩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우리는 도시의 지역색을 살리면서도 국제적 감각을 반영하기 위해 내부자의 시선과 외부자의 관점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헬싱키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면서도 지역의 유산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했다.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디자인에 관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헬싱키, 더 나아가 핀란드의 독창성을 추출하고 이를 널리 공감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되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요소를 가시화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2호(2025.04)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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