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콘페티야드 윤세화: 조형적 감각으로 디저트를 새롭게 정의하다
윤세화 베이킹 아티스트
전시장은 물론, 케이크와 케이터링 테이블까지 작업의 무대로 삼는 사람. 먹을 수 없는 디저트를 만들고, 브랜드와 협업하며 디저트를 감각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디저트 스튜디오 ‘콘페티야드’의 윤세화 작가를 만났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윤세화는 디저트를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베이킹 아티스트입니다. 디저트는 그에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오브제이자 조각이고,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게 하는 재료입니다. 조소를 전공하고, 공간 자체가 일종의 설치미술처럼 느껴지는 젠틀몬스터에서 경험을 쌓은 뒤 디저트 스튜디오 콘페티야드(Confetti Yard)를 열었죠. 폭죽 속 형형색색의 색종이를 뜻하는 ‘콘페티’에 마당을 뜻하는 ‘야드’를 결합한 이름처럼, 정체성을 한정하지 않고 개인 프로젝트, 전시, 브랜드 케이터링, 공간 협업 등 다양한 색을 품으며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주제관과 나이키 에어맥스 Dn8 프로젝트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탬버린즈의 장미 정원 케이터링, 프리츠한센×논픽션을 위한 카다멈 쿠키 세트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커다란 파란색 JBL 4355 스피커가 시선을 사로잡는 신설동 작업실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윤세화 작가의 현재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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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디저트는 어떻게 조각이 되었을까
최근 나이키 에어맥스 Dn8 런칭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두 작품을 선보였어요. 먼저 게임 개발자이자 영상 작업자 멜트미러, 뮤지션 진초이와 한 팀으로 함께한 방콕의 ‘스테이션 8’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셋 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나이키 측에서 각각 제안을 받은 거예요. 아마도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를 구상하면서 서로 다른 감각의 작업자들을 한 팀으로 묶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취향이나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라 걱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로웠죠. 셋의 공동 관심사인 ‘게임’을 매개로 삼아 ‘언리얼 무브먼트(Unreal Movement)’라는 키워드를 풀어봤어요. 제가 만든 ‘언리얼 만칼라(Unreal Mancala)’는 아프리카 전통 게임인 ‘만칼라’에서 착안한 작업이에요. 이름의 어원이 ‘움직이다’이고, 게임 보드 자체가 식탁처럼 느껴졌거든요. 숟가락으로 에어 튜브를 본뜬 붉은 양갱 구슬을 옮기는 과정을 상상하며 초현실적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어 서울에서는 ‘디저트 온 다이닝 8(Desserts on Dining 8)’을 공개했죠.
방콕 전시가 과정의 일부였다면, 서울은 그 확장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였어요. ‘언리얼 만칼라’는 그 자체로 완결에 가까웠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요소만 남기고 새롭게 풀어보기로 했죠. 멜트미러 감독님이 만든 디지털 게임 ‘다이닝 8(Dining 8)’의 맵 일부를 식탁으로 구현하고, 그 위에 먹을 수 있는 조각으로서의 디저트를 올렸어요. 저는 평소에도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과 같은 모든 것들을 디저트로 바라보며 작업해요. 이번에는 에어맥스의 ‘에어’에 주목해, 빵의 기공을 에어로, 맵 위를 돌아다니는 버터가 빵에 발리는 이미지를 통해 ‘언리얼 무브먼트’를 시각화했습니다. 그러면서 빵에 버터를 바르는 행위를 거꾸로,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시간과 온도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버터 조각이 새로운 조각품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디저트를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으로 여기기보다, 시각, 미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하길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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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조각처럼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베이킹 전공자가 아니에요. 조형예술을 공부했고, 디저트는 정말 좋아했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예술과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콘페티야드를 ‘베이킹 스튜디오’가 아니라 ‘디저트 스튜디오’라고 부르는데요. 그 안에 제가 느낀 예술과 디저트의 공통점을 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더라도, 저는 계속해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베이킹 재료가 미술 재료처럼 다가온 순간도 있었을까요?
처음엔 취미로 베이킹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흙이나 석고, 실리콘 같은 재료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크림은 석고처럼 느껴졌고, 머랭은 조형적으로 다루기 좋은 재료 같았죠. 물론 훨씬 연약하고 쉽게 망가지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어요. 먹어서 없앨 수도 있잖아요. (웃음) 조각은 물리적으로 영속성을 지니지만, 인정받지 못하면 쓰레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무게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도전과 실험을 하기에 좋고 창작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그 안에서 저도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유통기한이 있는 조각’ 시리즈도 그 연장선일까요?
맞아요. 2024년 상업화랑 전시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그때는 실험 가능한 모든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베이킹과 조각, 서로 다른 두 영역을 결합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목표였고요. 그래서 재료의 성질에 집중해서 조형적으로 해석하려 했어요. ‘유통기한이 있는 조각’이라는 이름 자체가 조각의 영속성에 대립하는 개념이잖아요. 그 영속성에서 벗어나도 조각의 기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죠. 그리고 시간, 온도, 재료의 성질이 합쳐져 변화하는 그 모든 과정을 조형적으로 보고 싶었고요. 저는 그 변화들도 너무 재미있어요.
PLUS 2. 조형 예술가의 퇴사 후 디저트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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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도 조형예술을 공부했어요. 이후 젠틀몬스터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고요.
졸업 후 전시를 마친 뒤 꽤 큰 허탈감이 왔어요. 제 손을 떠난 작업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비평의 무게 같은 것들이 버겁게 느껴진 것도 같고요. 그러던 시기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회사에 한번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정신적 치유를 위한 사회 진입처럼요. (웃음) 1년만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거의 6년이 지나 있었죠. 젠틀몬스터에 입사해서는 공간팀에서 일했어요. 공간팀은 오브제, 키네틱, 설계, 세 파트로 구성돼 있었고, 저는 주로 조형적인 요소를 맡았습니다. 베이징 ‘SKP-S’ 백화점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조각 언어를 비틀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하우스 상해’는 3D 툴을 익혀가며 실제 사람보다 크게 제작한 로봇이 기억에 남아요.
콘페티야드로의 전환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일은 힘들었지만 마치 학교처럼 친구 같은 동료들과 즐겁게 지냈어요. 그러다 문득,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막막함이 먼저 찾아왔어요. 이직을 하고 싶진 않았고, 다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었죠. 베이킹은 탈출구 같은 존재였어요. 퇴근 후 집에 가서 밤새 베이킹을 하는 식이었죠. 그러다 퇴사 1년 전, 엄마의 조용한 항의로 작업실을 구하게 됐어요. 새벽에 자꾸 달그락거리니까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요. (웃음) 월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공간을 구했고, 온전히 취미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이걸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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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초기엔 기본적인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이기도 했어요.
당시 단골들이 꽤 있었고, 지금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매장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재밌고 실험적인 디저트를 해보자는 의도였어요. 하지만 주변 직장인분들이 점심시간에 들리는 상권의 특성상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죠. 매장의 첫 목적은 ‘월세를 버는 것’이었으니까요. 주 3회 문을 열고, 창의적인 작업은 주말이나 다른 곳에서 하자고 정했어요. 소금빵, 에그타르트, 쿠키, 바스크 치즈케이크 등 친숙하고 정직하게 만들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했죠. 냉동 생지는 절대 쓰지 않았고, 좋은 재료를 쓰는 게 저만의 작은 원칙이었고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스스로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었어요.
매장에서 ‘챗GPT’s 스콘’을 판매하기도 했죠? 인스타그램 계정 ‘컴퓨터야드(@computer.yard)’를 통해 AI 실험도 이어가고 있고요.
가끔 재미삼아 GPT에게 레시피를 묻기도 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챗GPT’s 스콘’이 되었죠. 베이킹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이런 실험에 조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그래서 GPT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스콘 레시피를 알려줘”라고 했고, 실제로 만들어보니 꽤 맛있더라고요. (웃음) 2023년 당시엔 GPT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아서 사람들이 GPT가 뭐냐, AI 맛이냐, 하고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그냥 ‘스콘’이라고 해도 됐지만, 저는 그런 것까지 솔직하게 공유하는 편이에요. ‘컴퓨터야드’는 주변에 AI 기반의 작업을 활발히 하는 작가님이 계셔서 영향을 받았어요. 처음엔 의뢰받은 케이크 디자인이 막혀 힌트를 얻으려고 시작했는데, 완전히 의외의 이미지가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실물로 꼭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심심할 때마다 돌려본 것들이에요. 지금은 자주 쓰진 않지만,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도구처럼 두고 있어요.
젠틀몬스터에서 경험은 지금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특히 케이터링 작업을 할 때, 저는 공간 단위로 접근해요. 전체 공간과의 조화와 사람들의 동선도 그렇고, 테이블이 공간이고 음식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면 이해하기 더 쉬워요. 젠틀몬스터에서도 조형 작업을 하면서 공간 구성에 대한 기획도 늘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시각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조직이었기 때문에 트렌드 감각이 단련될 수밖에 없었고, 그런 훈련이 지금도 꽤 도움이 되고 있어요.
PLUS 3. 특별한 날을 위한 ‘찍히는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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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주문이나 전시 오프닝을 위한 케이크 디자인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콘페티야드의 작업 안에서 케이크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요?
케이크가 조각과 가장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틀이 있는 상태에서 조형적으로 손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크림을 얼려 딱딱하게 만든 뒤 조각하듯 형태를 다듬기도 해요. ‘케이크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다만 조형적인 실험을 일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수단이자, 주문자와 저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창의적인 매체였으면 했어요.
지금은 개인 케이크 의뢰는 거의 받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늘 실험하고 도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다 보니 기대와 엇갈릴 때가 있더라고요. 어떤 브랜드나 작업자는 명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예측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고정된 색이 없고, 계속 다르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받는 분이 좋아하는 요소를 바탕으로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요청해 분위기를 살펴보기도 했고요. 저는 상대가 좋아하면서 동시에 저도 즐거울 수 있는 작업을 원해요. 작업자는 창작을 통해 기쁨을 느껴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둘 다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그건 누구에게도 좋은 경험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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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콘페티야드 윤세화: 조형적 감각으로 디저트를 새롭게 정의하다 11 IMG 122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4/IMG_1226-832x467.jpg)
반면 케이터링 작업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흐름이 궁금해요.
콘페티야드를 시작할 땐 케이터링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물론, 지금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요. (웃음) 인스타그램에서 해외 사례를 보며 ‘이런 창의적인 방식도 가능하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러다 2023년, 쿤스트카비넷의 ‘브로트&쿤스트(Brot&Kunst)’ 행사에서 처음 케이터링 의뢰를 받았어요. ‘빵과 예술’이라는 주제에 맞춰 70인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고요. 저는 팔레트 모양의 빵을 굽고,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소스를 함께 준비했어요. 물감처럼요. 사람들이 직접 소스를 선택하고 손가락에 끼워 다니며 즐기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이상하고 재밌더라고요. 음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었고, 이 작업이 분명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벤트를 위한 케이터링과 케이크 제작에서 콘페티야드만의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콘셉트예요. 키워드나 키 컬러 정도만 받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작업을 선호해요. 이 작업도 창작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성취감을 느껴야 하니까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기도 하죠. 형태는 요리보다 현대미술에서 영감을 받아요. ‘이 이미지를 디저트로 바꾼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조형적으로 접근하죠.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걸 이렇게 해석했다고?”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좋아요. 떠오른 디자인은 3D 툴로 시각화해요. 손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대신 공간 안에서 어떻게 설치할지를 입체적으로 구상하는 방식이 더 잘 맞더라고요. 케이터링도 음식이 놓이는 테이블과 그 주변까지 포함한 조형물로 생각해요. 설치처럼 직접 테이블을 만들기도 하면서요. 사실 다양한 집기를 갖춘 큰 업체들과 비교하면 제약이 많은데, 그 제약이 조형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 것 같아요. 요즘 시대엔 맛은 기본이잖아요. 그 위에 의외성과 조형성을 얼마나 더할 수 있느냐가 콘페티야드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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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한 디저트가 공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세요?
솔직히 말하면, 사진에 찍혀야 해요. (웃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핸드폰을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케이터링은 거의 모든 행사에서 활용될 만큼 마케팅 요소로 작동하잖아요. 디저트도 브랜드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단순히 예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다가오고 브랜드의 세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장면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그 순간을 기억하고, 사진을 남기고, 공유하면서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되도록요.
PLUS 4. 매일의 실험과 내일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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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콘페티야드 윤세화: 조형적 감각으로 디저트를 새롭게 정의하다 15 DSC0418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4/DSC04183-832x1248.jpg)
이벤트와 작업이 없는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주말, 주중 구분 없이 거의 매일 작업실에 있어요. 시간을 정해두진 않는데, 완전 야행성이라 보통 점심쯤 나와서 새벽에 들어가요. 작년 말부터는 외부 프로젝트 위주로 바쁘게 달리다 보니, 제가 실험해보고 싶은 것들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목적 없는 실험이에요. 망해도 괜찮은 실험. 지금까지는 망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왔으니까요. (웃음)
지금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건 무엇인가요?
지금 시점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전형산 작가예요. 단순히 가까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창작적으로 가장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사람이에요. 작업 방식도 많이 공유하고 있어요. 그가 제 작업에 테크니션으로 함께하거나, 제가 그의 작업에 3D 그래픽을 도와주는 식이죠. 아이디어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전되는 경우가 많고요. 전형산 작가는 이미 오랜 시간 미술계에서 작업해온 사람이고, 저는 여전히 성장 중이니까요. 언젠가는 저도 그와 나란히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당분간 휴식과 실험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들려줄 만한 가까운 계획이 있을까요?
콘페티야드의 확장성을 실험해보는 공간으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했던 콘페티쇼의 마지막 한 달을 준비해야 하고요. 곧 로컬 의류 브랜드 파운드 익스플로러와의 협업을 앞두고 있어요. 매장에 손님으로 오셨던 인연이 이어져 이번에 앞치마를 함께 만들게 됐어요. 단순한 베이킹 아이템이 아니라, 콘페티야드의 조형적인 감각을 담은 키친웨어나 일반 의류로 확장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거든요. 그리고 사실 1년 전부터 미뤄왔던 프로젝트라, 이렇게 말로 못을 박아야 할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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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도전, 실험, 그리고 성취. 돌아보면 제 모든 선택은 이 세 가지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깡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두려움이 많지 않은 성격이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감각이 늘 중요했죠. 지루한 걸 잘 못 참고, 했던 걸 반복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색깔을 하나로 정하기도 어려운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실험하고 도전하는 일뿐이고요. 그 과정에서 얻는 크고 작은 성취감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요. 저는 한 방향으로 직진하기보다는, 사방으로 나무 사이를 헤쳐 나가다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하는 게 좋아요.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계속해서 퍼져나가며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어요.
베이킹과 예술을 결합한 이 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네, 이 분야에는 여전히 실험할 여지가 많다고 느껴요. 아직 누구도 밟지 않은 땅 같은 곳이니까요. ‘베이킹과 조형의 접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실험은 뭘까?’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있어요. 언젠가 더 큰 스케일의 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아직은 진행형이에요.
PLUS LIST
윤세화가 닮고 싶은 태도를 지닌 아티스트 5
- 겔리틴
- 토마스 허쉬혼
- 우르스 피셔
- 윤지영
- 전형산
“저는 아티스트의 결과물만큼이나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가 쉽게 낼 수 없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리고 ‘이건 가짜일 수 없다’ 싶을 정도로 진심이 느껴지는 작업에 끌리죠. 아티스트 그룹 겔리틴(Gelitin)의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은 예술과 놀이, 실험이 한데 뒤섞여 있어요.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고 아무렇지 않게 물에 빠지거나, 온몸에 과자를 붙이고 비둘기떼가 쪼게 내버려두는 식이죠. 토마스 허쉬혼(Thomas Hirschhorn), 우르스 피셔(Urs Fischer)도 마찬가지고요. 국내 아티스트 중에는 가까이에서 지켜본 윤지영 작가, 저의 조력자인 전형산 작가가 떠올라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4’ 후보였던 윤지영 작가는 저의 대학 선배이기도 해요. 두 분 모두 작업에 대한 예민함과 태도가 늘 멋졌어요.”
TIPPING POINT
윤세화는 실험의 회로를 따라 걷는 사람이다. 실패는 그가 가장 자주 건너는 풍경이다. 때로는 실패할 거리마저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러다 보면 예기치 못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조금은 엉뚱한 방식에서 괜찮은 걸 발견하곤 하죠.” 누군가는 그것을 실수라 부를지 모르지만, 그에게 가장 순도 높은 성취의 순간으로 남는다. 실패는 그에게 도착지를 정하지 않은 탐색의 방식이자, 지금의 그를 이끈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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