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전통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음챙김’ 공항

‘행복지수 높은 나라’ 부탄의 겔레푸 국제공항

부탄의 전통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공법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할 겔레푸 국제공항. '겔레푸 마음챙김 도시' 마스터 플랜의 일환으로 건설될 겔레푸 국제공항에 대해 알아본다.

부탄의 전통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음챙김’ 공항

부탄의 전통 문화, 자연 환경과 공존하는 새로운 공항의 탄생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유명한 부탄, 이곳의 남부 도시 겔레푸에 들어설 새로운 독특한 공항의 모습이 미리 공개됐다. 공항 설계를 맡은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BIG)은 최근 부탄의 전통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양식을 결합한 겔레푸 국제공항의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공개했다. 공항은 지역 전통 수공예 기법에서도 영감을 받았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됐다.

새로 들어설 겔레푸 국제공항은 부탄 왕국이 국가적 정체성을 반영해 세계에 선보이고자 하는 ‘겔레푸 마음챙김 도시(Gelephu Mindfulness City, GMC)’ 마스터 플랜의 일환이다. 도시 설계에는 비야르케 잉엘스 그룹(BIG), 애럽(Arup), 시스트리(Cistri) 등 건축 디자인 및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공항 설계에는 BIG와 항공 엔지니어링 회사 NACO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겔레푸는 부탄과 인도의 국경에 근접한 도시로, 무성한 아열대 숲과 산,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름모꼴 목재 구조물들이 모듈식으로 맞물리는 지붕 디자인은 멀리서 보면 산맥을 연상시키며, 그런 덕분에 주변 자연 경관의 일부로 녹아든다. 이런 모듈식 디자인은 설계상의 유연성과 확장성 역시 부여한다. ‘마음챙김 도시’ 프로젝트는 한 번의 공사로 완성되기보다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장기 계획이다. 겔레푸 시는 모듈식 디자인을 통해,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국제공항도 함께 분해와 증축 등을 거쳐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건물들의 전체 구조는 아열대 기후에 적합하도록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현지 전통 건축 방식을 참고했다. 옥상에는 탄소 발자국 절감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건물 외관과 곳곳의 장식물들은 부탄의 전통 수공예에서 사용하는 형태와 색채를 적용하여 조각되고 채색된다. 목공, 그림, 조각, 직조 등 영감을 얻은 분야도 다양하다. BIG의 비야르케 잉엘스는 공항 디자인에 부탄의 문화적 정체성과 부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곳은 부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하며, 기술을 통해 예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부탄 왕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정신 없는 공간인 공항에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겔레푸 국제공항은 풍부한 녹지 역시 조성할 계획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정원과 멀리 자연이 내다보이는 유리창을 활용하여 내부와 외부가 통합된 느낌을 만든다. 건물 밖에 만들어질 광장에는 겔레푸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심고, 벤치와 캐노피 공간을 조성한다. 이 광장은 서쪽의 국내선 구역과 동쪽의 국제선 구역의 가운데에 자리하여, 공항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잠시 쉬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통 문양의 외관과 목재 장식물들, 그리고 건물 안팎의 다양한 녹색 공간들은 활주로까지 이어져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BIG는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공항에서 흔히 받는 여행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내부에 요가, 명상 등 웰빙 관련 시설이 들어서며, 식음 공간 등이 마련될 가장 꼭대기층에서는 히말라야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목표대로 2029년 개장하고 나면, 겔레푸 국제공항은 수도 팀푸 근처의 파로 국제공항에 이어 부탄의 두 번째 국제공항이자 부탄 최대 규모의 공항이 된다. 현재 파로 국제공항으로는 소수의 소형 항공기만 이착륙할 수 있다. 그러나 겔레푸 국제공항은 총 6만 8,000제곱미터 면적에 하루 123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다. 2040년까지 연 130만 명을, 2065년까지 연 약 5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 겔레푸 시의 목표다. 공항에는 부탄 내 다른 도시들로 연결되는 버스와 트램 등 교통 허브도 물론 함께 만들어진다.

BIG는 “공항은 방문지에 대한 첫인상이자 마지막 인상”이라며 겔레푸 국제공항이 ‘마음챙김 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공항 디자인의 일부는 모델로 제작되어,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2025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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