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권, 아름다움에 기술력을 더하다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세계 각국의 여권들

해외여행에서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 '여권'은 여행자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여행자가 속해 있는 국가의 정체성, 디자인 능력, 보안 기술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권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일까? 점차 여권 디자인에 개성과 아름다움이 더해지고 있다.

스위스 여권, 아름다움에 기술력을 더하다

해외여행에서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 ‘여권’은 여행자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여행자가 속해 있는 국가의 정체성, 디자인 능력, 보안 기술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권 디자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일까? 점차 여권 디자인에 개성과 아름다움이 더해지고 있다.

여권 디자인으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스위스’가 아닌가 싶다. ‘헬베티카(Helvetica)’, ‘프루티거(Frutiger)’, ‘유니버스(Universe)’ 등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서체 디자인을 탄생시킨 디자이너들을 배출해냈으며 정교한 시계 제작으로도 유명한 나라인 만큼, 여권 디자인 또한 디자인과 보안성이 결합된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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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전 세계에 ‘여권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부터 발급된 스위스 여권이다. 표지에는 스위스 국기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패턴이 더해졌고, 속지에는 스위스의 26개 주를 상징하는 컬러풀한 그래픽 디자인이 적용되어 마치 한 권의 아트북을 떠올리게 했다. 여권이 공개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여권 때문에 애국심이 생길 것 같다”라는 감탄을 쏟아냈다.

​2022년 10월부터 도입된 최신 스위스 여권은 한층 더 ‘스위스다운’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스위스 기업 레티나(RETINAA)가 주도하여 제작한 여권에는 알프스 봉우리에서 계곡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도식화한 부조, 수문학을 바탕으로 스위스의 주요 수역·강의 흐름·지하수 등을 묘사한 지도, 전통 광물인 수정을 형상화한 3D 워터마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여권 그 자체로 스위스를 여행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여기에 자외선 반응 잉크를 활용한 기술은 여권이라는 인쇄물에서 인터랙티브한 경험까지 제공한다. 자외선 빛 아래에서 숨겨진 윤곽선과 건축적인 랜드마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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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레티나 RETINAA 인스타그램

여권은 본래 위조 방지를 위한 고도의 보안 기술이 적용되는 문서이지만, 스위스 여권은 이러한 기술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점이 돋보인다. 음각 인쇄, 마이크로 텍스트, 자외선 반응 잉크 등이 정교하게 겹쳐져 복제가 불가능한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 폭의 그림 같은 미적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여행 문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여권은 단순한 신분증을 넘어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돼도 충분할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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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2020년부터 발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권 또한 한국의 미와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여권은 2007년 외교부와 문체부가 공동으로 주관한 ‘여권 디자인 공모전’에서 당선된 서울대 디자인학부 김수정 교수의 안을 기반으로 하여 제작되었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수정 및 보완된 디자인은 국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결정된 표지 색상과 함께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는 평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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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여권 표지를 펼치면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디자인이 드러난다. 다양한 크기의 점으로 표현된 한국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문양은 전통미와 미래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또한 속지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 대표적인 유물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활용되어 해외에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종이 재질을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변경하고 사진과 기재 사항을 레이저로 새겨 넣어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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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너에 Neue 홈페이지

노르웨이 역시 공모전을 통해 여권 디자인을 결정한 국가이다. 노르웨이는 2014년 여권 및 신분증을 새로 디자인하기 위한 공모전을 열었고, 그 결과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너에(Neue)의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이후 6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여권, 여행 문서, 신분증에는 노르웨이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반여권, 외교여권, 긴급여권 등 용도에 따른 여권을 구분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국기에서 영감을 받은 색을 사용했다. 여권 상단에는 노르웨이의 국장이 새겨져 있어, 국가가 공식으로 발급하는 문서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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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너에 Neue 홈페이지

특히 속지에는 노르웨이의 산, 호수, 계곡과 같은 자연환경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간결한 분위기의 그래픽 디자인이 있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디자인이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자외선 인쇄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 빛을 비추면 낮의 풍경이 밤으로 바뀌고,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오로라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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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서비스 캐나다 유튜브 채널

작년에 공개된 캐나다 여권 디자인은 캐나다의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표지부터 국가의 상징인 단풍잎이 강조되어, 한눈에 캐나다의 여권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어 표지 이면과 속지에는 단풍잎, 눈송이, 사슴, 곰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네 가지 컬러 팔레트로 구성된 속지는 다섯 가지 컬러의 자외선 인쇄 기술이 접목되어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생태계의 생생한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디자인된 여권은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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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서비스 캐나다 유튜브 채널

​캐나다 여권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최신 보안 기술이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것이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비롯하여, 자기 정렬 색변환 잉크Magnetically Oriented Color Shifting Ink, 잠상(숨은 이미지)Lantent Image, 열변색 잉크 Thermochromic Ink, 빛과 시야각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특수한 홀로그램 기술인 키네그램Kinegram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며 여권의 기능성과 미적 요소를 동시에 극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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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에스토니아 경찰 및 국경 경비대 위원회 유튜브 채널

​2021년부터 발급되고 있는 에스토니아 여권은 앞서 소개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여권에 국가의 자연유산을 아름답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속지에 그려진 서정적인 일러스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에스토니아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킬 만큼 감각적이다. 늑대, 제비, 거대한 참나무를 포함하여 에스토니아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여권이라기보다 한 권의 예술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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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에스토니아 경찰 및 국경 경비대 위원회 유튜브 채널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여권에는 최첨단 보안 기술도 적용되어 눈길을 끈다. 표지부터 속지까지 자외선 인쇄 기술이 활용되어 보안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의 낮과 밤을 담은 자연경관이 빛의 변화에 따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점도 인상적이다. 보안을 위한 기술이 단순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 국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이 여권에는 더욱 특별한 가치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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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벨기에 외무부 유튜브 채널

2022년에 공개된 벨기에 여권 디자인은 국가가 가진 지적재산권을 마음껏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각 페이지에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유명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유쾌함을 선사한다. 틴틴, 스머프, 럭키 루크*, 스피루와 판타지오** 등, 여권 속지를 계속 넘기다 보면 벨기에에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이 또한 자외선 빛 아래에서 어떤 캐릭터인지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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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벨기에 외무부 유튜브 채널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자연환경이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바탕으로 여권 디자인을 하는데 반해, 벨기에는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여권을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며, 다른 국가의 여권 디자인과 차별화를 느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각국이 선보인 여권들을 살펴보면, 최신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하게 접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권은 국가의 공식 문서이자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위조 방지를 위한 기술 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시에, 현대 인쇄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보안 기능과 그래픽 디자인을 결합해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외선 인쇄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위조 방지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여권을 보다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로 만들며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디자인의 조화는 보안성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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