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새로운 CI
삼양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업 아이덴티티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한 세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부족함 없이 제공하는 것’, 100년 전 삼양의 시작이었다. 1924년에 설립한 삼양그룹은 식품, 화학, 의약 바이오, 패키징 등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산업 발전과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왔다. 지난 100년 동안은 국민들에게 풍요와 편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대담한 개척자 정신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가는 것이 아닌 한발 앞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에 발맞춰온 삼양그룹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업 아이덴티티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한 세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삼양그룹은 100년의 역사와 미래라는 광대한 축을 로고에 담아내는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브로디 어소시에이츠Brody Associates와 손잡았다. 브랜드의 언어를 글로벌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과감한 변화를 택한 것이다. “올바른 타이포그래피, 색상, 형태, 로고타이프가 만날 때 브랜드의 DNA가 만들어진다.” 브로디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그래픽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의 말이다. 간결하고 견고한 로고에서 이 말의 진가가 드러난다. 형태적 안정감이 두드러지는 대문자 라틴 알파벳 로고는 삼양의 100년 역사를 상기시키는데, 글자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디테일이 발견된다. 구조적으로 유사한 각각의 알파벳이 대칭을 이루며 리듬감을 형성하고 미세하게 넓힌 글자 간 간격은 우아한 인상을 준다. 로고타이프와 호응하는 메인 컬러 ‘레거시 블루Legacy Blue’는 헤리티지에 뿌리를 둔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 디자인한 알파벳 Y 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로고 정중앙에 위치한 Y의 형태를 변주해 시각적 구심점을 마련하는 동시에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비전을 가시화했다.



알파벳 Y를 이루는 대각선 획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시각 언어인 ‘다이내믹 임팩트Dynamic Impact’로 확장된다. 이미지 레이아웃을 대각선으로 분할해 다양한 비주얼 요소를 역동적으로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로고타이프를 기반으로 한 기업 전용 서체 ‘삼양 네오Samyang Neo’도 새롭게 디자인했다. 기하학적 구조와 넓은 장평이 두드러지는 폰트로, 산돌과 함께 개발한 국문 서체에서도 이 같은 형태적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이 새로이 천명한 기업 소명이다. 벌써부터 100 년 뒤를 내다보며 지속 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삼양그룹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또 한 번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Interview
김문화 삼양홀딩스 디자인팀 팀장
“100년의 역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삼양그룹 디자인팀과 브로디 어소시에이츠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새로운 CI를 개발하기에 앞서 핵심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추상적인 심벌보다는 100 년 가까이 사용해온 사명을 강조하는 쪽으로 디자인 방향성을 잡았다. 이후 삼양그룹이 지향하는 기업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브로디 어소시에이츠와 손잡았다. 스튜디오와의 협업은 매끄럽게 이루어졌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클라이언트를 경험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기 미팅과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특히 최고 경영진이 함께 참여한 런던 현지 워크숍은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디자인의 본질부터 문화적인 논의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누며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상호 존중과 이해를 토대로 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파트너처럼 원만하게 협업이 이루어졌다.
디자인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새로운 CI 인 만큼 시각적 임팩트를 주는 게 중요했다. 소문자 라틴 알파벳으로 이루어졌던 기존 로고와 달리 새로운 로고는 전부 대문자로 구성해 담대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100년의 역사를 통해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안정감과 신뢰감, 자신감과 개척 정신이라는 양극단의 가치가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노력한 끝에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궤를 같이하는 영리한 아이덴티티가 완성되었다.
리뉴얼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창립 100주년 기념일에 맞춰 단기간에 CI를 교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사이니지, 사원증, 차량 래핑,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모든 디자인 요소를 수 개월 안에 바꾸어야 했다.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준비하다 보니 다소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사내 여러 부서의 도움 덕분에 기념일에 김문화 삼양홀딩스 디자인팀 팀장 맞춰 새로운 CI를 발표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업 아이덴티티를 내재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CI를 대내외적으로 선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하고 일관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단계다. CI 리뉴얼의 전후 과정과 의도를 상세히 담은 브랜드 필름을 제작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이끈 네빌 브로디와 삼양그룹 최고 경영진의 목소리를 통해 삼양그룹이 추구하는 미학을 직접 전하고자 했다. 최근에 오픈한 CI 디지털 가이드 웹사이트는 리뉴얼한 아이덴티티가 대중과 만나는 또 다른 창구다. 로고에 담긴 의미가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가닿을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상세한 디자인 스토리를 게재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CI를 중심으로 사내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중이다. 작년에 진행한 사원증 리뉴얼이 그 시작이었고 올해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양그룹이 그리는 디자인 청사진이 궁금하다.
삼양그룹은 10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개척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낯선 기업인 것이 사실이다. 주로 B2B 위주의 비즈니스를 전개하다 보니 소비자와 직접 대면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CI를 개발한 것은 단순히 삼양그룹이라는 기업을 알리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담은 시각 언어를 순차적으로 구축해나가며 다양한 접점에서 소비자와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