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도쿄 긴자에 만든 콘크리트 공원
긴자 소니 파크(Ginza Sony Park)
긴자 소니 파크는 소니가 제안하는 새로운 도시 실험이자, 기술·자연·사람이 교차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건축적 특징과 공간 기획, 전시 프로그램까지,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공원의 새로운 정의를 소개한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쿄 긴자 스키야바시 교차로 모퉁이에 낮은 노출 콘크리트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높이 올라가려는 시대의 본능을 거스르며 탄생한 이 인상적인 건물의 이름은 ‘긴자 소니 파크(Ginza Sony Park)’.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지만,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자 열린 시설로, 지역 사회와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형태의 도심 속 공원이다.
소니, 공간으로 혁신하다

소니는 전자 기기로 시작한 기업이지만, 오랫동안 기술 그 자체를 넘어서는 가치를 탐구해왔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소니는 하드웨어를 넘어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경험을 설계해왔다. 긴자 소니 파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에는 기기가 아닌 공간과 도시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혁신을 시도한 것이다. 기존의 소니 빌딩을 철거하고 다시 세운다는 결정은 단순한 리뉴얼이 아니었다. 소니는 상업적 효율성이나 부동산 가치 극대화 대신, 도시 한가운데에 열린 공공성을 실험하기로 했다. 이 발상은 자연스럽게 소니 빌딩의 역사를 소환한다.


1966년, 소니의 창립자 중 한 명인 모리타 아키오에 의해 건립된 소니 빌딩에는 ‘긴자의 정원(Garden of Ginza)’이라고 불리는 작은 퍼블릭 스페이스가 있었다. 계절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며 거리에 활력을 더한 이 정원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드문 생각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50년 이상 긴자 거리를 지켜온 소니 빌딩이 문을 닫게 되었을 때, 소니는 이 정신을 기억하며 브랜드를 위한 쇼룸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긴자 소니 파크’의 재건 과정에서도 소니의 혁신을 읽을 수 있다. 소니는 2단계에 걸친 독특한 프로세스를 채택했는데, 제1단계에서는 철거 중인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지상 건물은 대부분 철거하고, 평탄한 야외 데크 공간과 기존 빌딩의 계단을 활용해 지하 4개 층과 연결된 수직형 공원을 구성했다. 이곳에서는 영화제, 설치 미술, 커뮤니티 이벤트, 아트북 페어, 팝업 롤러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이벤트가 수시로 열렸다.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854만 명이 방문한 이 임시 공원은 긴자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21년 9월 말부터 제2단계 철거 및 신축 공사가 재개되어 2024년 8월 최종 형태인 긴자 소니 파크가 완공되었고, 2025년 1월 26일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도시의 여백과 활기를 설계하는 공간 디자인과 콘텐츠

새롭게 완공된 긴자 소니 파크의 디자인은 사람과 문화, 환경을 연결하며, 도시의 리듬이 흐르는 플랫폼이라는 목적을 반영한다. 공원의 핵심 요소인 ‘여백’ 또한 중요한 키워드다. 지상 5층, 지하 3층, 연면적 약 5,400㎡ 규모로, 고층 빌딩들이 경쟁하듯 솟아오른 거리에서 개방감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낮게 설계되었다. 개방형 노출 콘크리트 구조는 긴자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로, 자연광과 바람이 공간 깊숙이 스며들게 한다. 특히 지상 1층은 광장처럼 완전히 열려 있어, 거리를 걷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유도한다.



건물을 감싸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격자 프레임은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미학을 부여함과 동시에, 설치 작업이나 정보 전달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내부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지하부터 옥상까지 이어진 나선형 수직 산책로를 통해 오갈 수 있다. 마치 거리를 걷듯 자연스럽게 층을 오르내리는 이 구조는 과거 소니 빌딩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과거 긴자 거리의 산책 문화를 현재로 이어준다.


긴자 소니 파크는 본질적으로 공원, 미술관, 이벤트 공간, 쇼룸, 산책로가 결합한 복합 공간이다. 예술, 음악, 미식, 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문화 허브의 역할을 수행하며, 각 층에서 열리는 전시와 활동은 주기적으로 변경되어 끊임없이 새로움을 제공한다.


지하 3층에는 캐주얼 다이닝 공간 ‘1/2(니분노이치)’가 자리해 미식의 즐거움 더한다. ‘반 접시’를 은유하는 이름처럼 두 가지 요리를 한 접시에 제공하는 것이 콘셉트다. 표준 1인분보다 적은 양이지만,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긴자 소니 파크의 철학을 이어받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제안한다. 요리 테마는 일본의 대중적인 ‘요쇼쿠(洋食, 직역하면 ‘양식’이나 이는 서양 요리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 발전시킨 장르다)’로, 약 10종의 메뉴를 선보이며 계절에 따라 구성이 바뀐다.

한편 도로와 이어진 지상층과 마찬가지로 지하층은 도쿄메트로 긴자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하철 통로와 맞닿은 공간에서는 1966년 건축 당시의 빔과 기둥, 오리지널 에스컬레이터, 철거 작업 중 발굴된 파란 타일 벽 등 과거 소니 빌딩의 흔적이 보존되어 있다.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뿐 아니라 건축 자체도 하나의 매력적인 볼거리가 된다.
소니 파크 전시 2025




오픈을 기념해 처음 선보이는 〈소니 파크 전시 2025(Sony Park Exhibition 2025)〉는 게임, 기술, 영화 등 소니의 6개 사업 분야를 주제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여섯 팀의 음악 아티스트와 협업해 완성되었다. 소니의 최신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체험 전시로,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각 세 개의 작품을 지하 2층, 지상 3층과 4층에서 선보인다. 1월 26일부터 3월 30일까지 1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며, 지난 4월 20일부터는 2부 프로그램이 개막했다.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의 음악에 맞춰 소니가 개발 중인 햅틱 기술을 탑재한 컨트롤러로 오리지널 게임을 체험하거나,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을 거닐며 일본 최고의 힙합 듀오 크리피 넛츠(Creepy Nuts)의 음악을 경험하고, 작곡가 우시오 켄스케가 구상한 영화의 ‘숲’을 거니는 식이다. 〈소니 파크 전시 2025〉는 6월 22일까지 진행된다. 입장은 무료이며, 당일 입장도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한 사전 예약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