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좁은 공간을 활용한 비정형적인 놀이터 3
놀이터가 달라지고 있다. 아이와 어른 모두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공유 공간들.

소리의 나무가 자라는 놀이터
다채로운 색깔의 철봉과 미끄럼틀들이 마치 무지개가 폭발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완만하게, 혹은 구불구불하게 뻗어가며 교차된다. 나팔처럼 휘어지는 철봉은 실제로 다양한 소리를 울릴 수 있도록 설계된 악기이기도 하다. 사운드 아티스트 스즈키 유리가 나무의 성장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공간의 이름은 ‘소리의 숲’이라는 뜻의 ‘오또노모리’다. 스즈키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모여 소리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이 설치 작품 겸 놀이터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은 물론,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구조물을 통해 퍼져나오는 소리를 듣고, 구조물의 형태를 만지고, 구조물 사이사이로 장소를 이동하며 여러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작품은 소리가 나오는 관의 끝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직관적으로 소리를 탐구하고 이에 대해 서로 소통하도록 유도한다. 또 전체가 전자 부품 없이 오직 구조로서만 소리를 전달하도록 제작됐다. 거대한 규모와 독특한 형태 덕분에, 관 끝에서는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소리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설치 예술에 대한 부담감 없이, 이런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공유하고, 더불어 휴식과 놀이 역시 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공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외계 행성 위를 걷고 뛰고 기어오르는 경험
중국 상하이의 쇼핑몰 광장에 설치됐던 ‘레드 플래닛’은 아이들이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도심 속 놀이터다. 도시 및 공공 공간 디자인 기업 100아키텍츠는 인근 쇼핑몰들에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의 쇼핑 경험을 증진시키고자 했던 주변 사업주의 의뢰로 쇼핑가를 찾는 가족 고객들을 위한 이 공간을 기획했다.


100아키텍츠의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현실의 규칙을 깬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선명한 붉은 색 바닥 위에 어린이들을 위한 크기로 비전형적인 형태의 농구 코트, 클라이밍 구조물, 달리기 트랙들을 연속하여 배치했다. 마치 행성처럼 불규칙하게, 하지만 안전하게 조성된 바닥 형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도심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안전한 놀이 공간에서 달리거나 언덕을 기어오를 수 있으며, 앉거나 누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어른들이나 다른 아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할 각자의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개방된 구조와 바닥에 그려진 여러 전통 놀이 그림들은 어른 보호자들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게 해준다.
도심 속 자투리 공간의 재미있는 변신
다양한 형태로 변용할 수 있는 이 그물망 놀이터는 어린아이들부터 10대 청소년들, 그리고 크기에 따라서는 어른들까지 비일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다. 이 구조물들은 방콕 디자인 위크 2020과 함께, 태국 방콕의 방치된 공간들을 되살리자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처음 만들어진 바 있다. 현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이미지너리 오브젝트는 삼욧의 올드 시암 플라자, 에까마이, 차로엔끄룽 등 도시 내 세 지역에 각각 조금씩 다른 형태의 이 놀이터를 설치했다. 구조물이 자리잡은 곳들은 관공서 건물의 뒤편이나 작은 규모의 시장이 열리는 공터 한 켠 등의 유휴공간들이다. 활용하기 까다로워 비어 있던 회색 공간을, 눈에 띄는 재미있는 형태와 밝고 강렬한 색감의 구조물들이 채워 넣으며 지역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유연하게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사방에 시야가 확보되는 그물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터널을 만들기에 좋은 소재다. 사람들은 터널 안을 기어다니며 그 안, 그리고 자신의 발 아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단순한 형태이지만,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이동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익숙한 도시를 보는 방식을 평소와 다르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구조물 가운데나 밖 주변에는 타이어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그네와 의자를 함께 설치해 누구나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그물은 좁은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안전장치로서도 기능해, 도심 속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기에 더욱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