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도시락이 제안하는 새로운 공간 경험 ①

31년 차 도시락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선보인 단단한 초석

국민 도시락 브랜드 '한솥도시락'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솥 매장의 전경은 잠시 뒤로하고, 청담점에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는 한솥 이하림 대표. 공간디자인은 태오양스튜디오의 양태오 디자이너가 맡았다. 이하림 대표와 양태오 디자이너와 나눈 인터뷰.

한솥도시락이 제안하는 새로운 공간 경험 ①

발길 닿는 곳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한국인의 대표 도시락 브랜드 ‘한솥도시락(이하 한솥)’. 간편하면서도 빠른 식사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아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국민 브랜드다. 1993년 종로에서 8평짜리 매장으로 처음 시작한 한솥은 오늘날 전국 8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일상 속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스며들었다. 이러한 한솥이 2022년 청담동 명품거리 중심의 빌딩 한 채를 사옥의 용도로 매입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고, 지난달에는 사옥 1층과 2층 자리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솥 매장의 전경은 잠시 뒤로하고, 청담점에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말하는 한솥 이하림 대표. 그는 지난해 한솥 이영덕 회장의 뒤를 이어 한솥 내부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1991년생 대표로 이번 청담 스토어 역시 그가 직접 추진한 프로젝트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겸손의 미학을 담고자 했다는 청담 스토어 공간 디자인은 양태오 디자이너와 손을 잡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한솥 이하림 대표,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양태오 디자이너와 나눈 인터뷰.

Interview

이하림 한솥도시락 CEO
양태오 태오양스튜디오·이스턴에디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솥도시락이 청담동에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안한 이유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정면
서울에서도 물가가 비싸다는 노른자 땅 청담동에 한솥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하림 한솥은 지난 30년간 가성비는 물론 건강하고 맛있는 도시락을 제공해왔어요. 덕분에 한솥은 ‘도시락’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10대부터 중장년 세대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만큼 높은 인지도를 구축해왔습니다. 한솥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 부담 없이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저희가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유는 고객층과의 소통을 확대하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한국의 도시락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어가 위치한 청담동 명품거리는 해외 관광객에게 서울 여행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의외로 간편하고 편안하게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케이 열풍이 불면서 해외에서는 K-푸드를 먹는 것이 트렌드가 될 정도로 한국의 식문화 또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을 한솥의 새로운 돌파구라고 생각했어요.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매력적인 ‘김치’ ‘만두’ ‘호떡’ ‘비빔밥’ ‘라면’은 물론 한솥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한솥에서 소개하는 한국 음식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 만큼 그 맛이 매우 다양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외국인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보편적인 대표 메뉴부터 특색 있는 메뉴까지 골고루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 음식이 더욱더 사랑받는 데에 한솥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층 다이닝 홀 공간 전경
특히 이번 매장을 기존 공간 디자인에서 탈피해 새로운 공간 미학을 추구한 콘셉트로 접근하고자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하림 한솥은 1993년 종로에서 8평짜리 테이크아웃 점포로 시작해 지금까지 800여 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한솥 점포들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고 이트인(EAT-IN)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특징이고요. 따라서 이번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라운지’ 공간의 경험을 더 향상시키고 싶었어요.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주변 오피스 상권의 직장인들도 하루 중 바쁜 시간을 쪼개 식사를 하러 오는 만큼, 식사 시간 동안은 잠깐이나마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고 싶었죠. 맛있고 가성비 좋은 도시락을 아름다운 공간에서 먹으면서 스스로 소소한 행복을 선사한다는 느낌도 안겨줄 수 있기를 바랐고요.

또한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위 말하는 ‘혼밥족’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배달 음식은 혼자 시켜 먹기에 양이 많고 배달비가 든다는 단점이 있죠. 또 편의점에서 사 먹는 도시락은 인스턴트 음식이다 보니 양질의 식사를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고요.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영양까지 골고루 챙길 수 있는 식사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명품 및 고가 브랜드가 자리한 청담동에 자리한 이번 매장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모던한 인테리어’를 메인 숙제로 삼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매장 로케이트의 의외성과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의 스토어를 준비하면서 브랜드 내부에서 바라본 기대 효과는 무엇이었나요?

이하림 한솥은 2019년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가 선정한 ‘UN SDGs협회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4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애플(Apple), 디즈니(Disney)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요. 한솥은 이에 걸맞게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함께 자리함으로써 영감을 얻고, 값비싼 명품이 아닌 품질을 고급화하는 명품 외식 기업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동시에 기존의 저희 브랜드 강점인 가성비를 잃지 않기 위해 가성비 높은 도시락을 출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고요.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솥이라는 브랜드의 사회적 존재 이유를 명확히 정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청담 스토어가 입점한 건물은 저희 한솥의 신사옥 빌딩으로 직원들이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닌 한솥의 창립정신을 상기시키고,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청담동에 자리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믿음과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 그리고 애사심도 향상시키고 싶었고요.


한솥도시락과 양태오의 만남

1층 카운터와 벤치는 이스턴에디션 제품을 배치했다. 그 뒤로는 음식을 조리하는 한솥큐브가 자리한다.
청담점이 이슈가 된 데에는 협업자의 의외성도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양태오 디자이너와 이번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하림 한솥은 국내 도시락 업계 1위로서 이번 공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가장 잘 담아줄 수 있는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어요. 양태오 대표는 작년에 건축 전문지 <AD>에서 100인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로 업계에서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디자이너잖아요. 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팅 차 양태오 디자이너의 북촌 오피스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한국적인 것을 과거의 모습에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향한 미적 가치를 전한다는 점이 깊이 와닿더라고요.

양태오 디자이너는 세련되면서도 힘이 있는 한국적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고, 한국 음식을 통해 글로벌 K-푸드 도시락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하는 저희의 방향성과 한국적인 모던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하는 양태오 디자이너의 방향성이 맞닿아있다고 생각해 그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솥이 음식을 생각하는 진정성과 양태오 디자이너가 공간을 생각하는 진정성 역시 상당 부분 닮아있다고 생각했고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태오양 스튜디오의 역할과 작업 범위가 궁금합니다. 또 외부 크리에이터와 함께 협력된 부분이 있다고도 들었어요.

양태오 내부 공간의 설계와 새로운 공간을 기획 및 제안하는 역할로 참여했어요. 특히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디자인에 앞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고민한 부분은 프로젝트에 대한 당위성 부여였습니다. 한솥을 청담동이라는 공간에 어떻게 잘 안착시키고, 이곳에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었는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청담이라는 지역성을 어떻게 보여주고 반영할지에 대한 리서치를 폭넓게 진행하였습니다.

“지명인 청담(淸潭)은 글자 그대로 맑은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예로부터 휴식이 있는 삶을 위해 모였던 장소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이트가 지닌 터의 기억을 담아 청담동의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과 위안의 장소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프로젝트를 지탱해 주는 명확한 공간의 목표와 의미를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어주었습니다.”

양태오 디자이너

또한이번 프로젝트의 건축 외관 전반적인 디자인과 관련 법규에 대한 검토는 공간기획그룹 ㈜언맷피플이 진행했어요. 언맷피플의 이민수 소장님과는 이전에 한차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건축 부분에 대한 협업을 진행한 바가 있어 이번 프로젝트에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층 아카이브실 공간 내부의 콘텐츠와 전시물 선정 및 설치는 큐레이터 그룹 시스터후드와 함께 했는데 이 팀 역시 이전에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구성 협력 및 동탄 롯데백화점 엘리먼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몇 차례 함께 일을 진행했던 팀이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 작업 과정이 수월했습니다.

2층 다이닝 홀
2층 아카이브실 ‘한솥 아카이브’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브랜드가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요청한 사항이 있었나요?

이하림 음식은 마주 보고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이나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맛도 천차만별로 느껴집니다. 밥 한 그릇으로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키울 수도 있는 법이죠. 때문에 무엇보다도 고객들이 편안하고 함께할 수 있는 ‘휴식’‘나눔’‘기쁨’을 담은 공간으로 완성해달라는 요청을 드렸어요. 따뜻한 밥 한 끼로 대한민국의 힘이 되겠다는 그 신념 하나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한솥의 가치가 고급스럽지만 겸손하게, 세련되지만 겸손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거듭 강조를 드렸고요. 또한 한솥의 정직하고 건강한 식자재를 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요청드렸는데, 과하거나 화려한 꾸밈없이 심플한 소재에서 나오는 진정성을 통해 이 부분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브랜드의 이러한 바람을 담아 진행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톤앤무드는 어떠한 방향으로 구상되었나요?

양태오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솥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구상했어요. 주문을 할 수 있는 카운터와 키친이 함께 위치하는 1층은 집에서의 주방과 부엌을, 2층의 다이닝 홀은 거실과 다이닝을, 아카이브실은 서재를 상징하며 마치 집으로 초대하는 듯한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가고자 하였습니다. 문을 열기 주저하게 되는 공간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공간 속으로 들어가며, 마치 개인의 집에 초대된 듯한 감정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기존 한솥의 매장은 실용성과 편리성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왔지만, 저희는 기존 가치에 더하여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은 느리게 즐길 수 있는 휴식의 순간을 ‘한솥의 집’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한솥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편리성과 합리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더 집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어 가고자 했고요.

2층 다이닝 홀에서는 청담동 명품거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터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양태오가 완성한 청담동 ‘한솥의 집’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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