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 야마모토 리켄
야마모토에게 공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전체 커뮤니티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야마모토의 건물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지 않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일본 건축가로 아홉 번째다. 1987년 단게 겐조, 1993년 마키 후미히코, 1995년 안도 다다오 등에 이어 야마모토 리켄이 202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본은 미국을 앞질러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됐다. 야마모토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야마모토는 “나에게 공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전체 커뮤니티를 인식하는 것이다”라고 말해왔고, 〈뉴욕타임스〉는 “야마모토의 건물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지 않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야마모토가 주장한 대표적 건축 개념이 바로 지역사회권이다. 1세대 1주택 체계가 무너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흐름에 대응해 주창한 개념으로,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지역사회권은 카페, 텃밭, 회의실, 보육원은 물론 각종 상업 및 의료 시설, 나아가 인적 자원과 에너지 공급 체계를 갖춘 다기능 복합 주거 시설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그가 제시한 지역사회권은 한국에서 일명 ‘통유리 현관문’이라는 명칭으로 전락한 적이 있다. 강남 LH 3단지와 판교 타운하우스에서 사방의 벽을 통유리로 처리한 것이 거부감을 일으켰고, 분양이 잘 안되면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판교의 월든힐스 2단지 주민들은 입주 10년 뒤 야마모토에게 감사 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고 그를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었다. 당시 주민들은 실제로 사이좋은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전했다. 건축가가 야심 차게 준비한 2층 공동 데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웃과 교류하는 집도 많았다.
야마모토는 다른 시설을 설계할 때도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에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왔다. 히로시마 소방서를 설계할 땐 유리 루버로 외관을 디자인해 방문객과 행인이 소방관의 활동과 훈련을 볼 수 있도록 했고, 간호 및 보건 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타마 현립 대학에서는 9개의 건물을 투명한 통로의 테라스로 연결해 학제 간 학습을 장려했다. 프리츠커 가문이 운영하는 하얏트 재단 또한 그가 구축한 조화로운 사회에 주목했다. 재단은 “야마모토는 공동체를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감각’으로 정의했다. 주택을 ‘상품’으로 축소해온 오랜 조건들을 거부하면서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했다. 단순히 가족들이 살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를 창출하는 새로운 건축학적 언어를 개발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2016년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도 “미래 도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야마모토는 공공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커뮤니티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 품격을 부여하고, 평범한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건축가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야마모토는 “오늘날 건축은 사생활을 강조하고,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부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러 문화를 아우르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회적으로 강한 제안을 해온 나의 건축은 수상과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동체에 관한 나의 건축 개념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사람들이 내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일 것 같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니혼 대학교, 도쿄 예술대학원을 졸업한 후 도쿄 대학교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다. 요코하마 국립대학교 교수, 나고야 조형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일본 건축학회상, 마이니치 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 나고야 조형대학(2022), 취리히 공항의 ‘더 서클’(2020), 톈진 도서관(2012), 지안와이 소호(2012), 에콤스 하우스(2004), 하코다테 미래대학(20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