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마인드

독립출판물과 천 가방의 상관관계

다양한 브랜드의 천 가방을 소개, 판매하고 직접 제작도 하는 원모어백은 2015년 유어마인드에서 만든 브랜드다. 천 가방이라는 제품 자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가깝고, 그래픽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업을 싣는 낱장의 인쇄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루게 된 것.연희동으로의 이사와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열었다.

유어마인드

기획 유어마인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 www.studio-com.kr
BI & 아이덴티티 디자인 남주현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6 2층 우측, www.your-mind.com

지난해 봄, 유어마인드는 8년간 터를 잡았던 서교동을 떠나 연희동에 위치한 ‘은는’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함에 따라 재정비한 서점은 여전히 국내외 독립출판물을 다루지만 그 방향성이 좀 더 분명해졌다. 물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본연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책으로 셀렉션을 강화한 것. 자연스레 시나 소설, 에세이 분야가 줄고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등을 기반으로 한 책은 늘었다. 여기에 스튜디오 씨오엠(COM)이 맡은 공간 디자인은 유어마인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의 형태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독립출판물, 아트북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판형의 책을 보관, 전시할 수 있도록 서가를 디자인하며 좀 더 일관성 있는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그간 서점을 운영하며 느꼈던 불편함, 아쉬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지역, 공간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길 원했다”는 이로 대표의 말대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서점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모어백’ 섹션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천 가방을 소개, 판매하고 직접 제작도 하는 원모어백은 2015년 유어마인드에서 만든 브랜드다. 천 가방이라는 제품 자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에 가깝고, 어떻게 보면 그래픽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업을 싣는 낱장의 인쇄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루게 된 것으로, 연희동으로 이사를 하며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건물의 내부 구조 자체가 분리돼 있어 자연스레 책이 있는 서가와 천 가방 외에 다양한 소품류가 진열된 공간이 나누어졌지만 모두가 유어마인드에서 선보이는 제품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처음엔 평면 인쇄물 같은 개념으로 접근했던 천 가방이 점점 다양하게 진화하며 이제는 그 자체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백색 캔버스에 실크스크린으로 구현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에서 벗어나 메는 방식을 다르게 하거나 다양한 형태, 소재를 통해 물성 자체를 새롭게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독립출판물이 다양하게 분화되는 모습처럼, 천 가방 역시 제작자들이 뻔하지 않게 나름의 시각으로 접근하며 개발해나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유어마인드의 생각이다. 한편 같은 이름의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유어마인드는 분명한 콘셉트로 특정 카테고리를 다루기보다는 ‘좋아하는 작가와 만들고 싶은 책’을 디자인, 판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한다. 또한 어느덧 10년째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를 진행하며 독립출판과 그 제작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유어마인드가 책과 책을 매개로 만드는 풍경은 이처럼 다채롭고 참신하며 꽤나 상징적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76호(2018.0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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