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전
무한대를 디자인하는 톰 삭스의 우주선
톰 삭스가 지난 4월 서울을 찾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전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우주복, 망원경, 거대한 달 탐사선까지. 광활한 DDP 전시장이 톰 삭스의 우주 탐사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골판지, 덕트 테이프, 합판, 두루마리 휴지···. 톰 삭스Tom Sachs는 평범한 재료를 비범하게 쓸 줄 아는 조각가다. 흔히 보이는 공산품도 그의 손을 거치면 그럴듯한 설치 작품으로 부활한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면 어딘가 조악하고 엉성하다. 골판지 위에는 테이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합판의 표면은 여전히 지저분하다. 물론 이 모든 건 의도된 연출이다. “기성품은 아름답고 완벽하되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예술가는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흔적을 남긴다.”

스스로 ‘톰 삭스의 예술’을 하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 일컫는 그가 지난 4월 서울을 찾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스페이스 프로그램: 무한대〉전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광활한 DDP 전시장에 작가의 손때 묻은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주복, 망원경, 거대한 달 탐사선까지. 전시장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이곳이 우주 탐사 현장으로 탈바꿈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톰 삭스가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아폴로 11호에 매료된 그가 2007년에 손수 만든 우주선으로 탐사를 시작한 것이 이 장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톰 삭스는 이번 전시로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함부르크에 이어 다섯 번째 우주 탐사 미션에 나섰다. 4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선 화성에서의 암석 채취, 예상치 못한 항로 수정,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등 무한한 우주 여행의 순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한편 전시 개막일에 열린 퍼포먼스 프로그램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은 톰 삭스의 창작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할 절호의 기회였다. 장장 7시간 동안 지난한 퍼포먼스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관람객의 호응은 식을 줄을 몰랐다. 우주선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탐사대원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손바닥만 한 로켓을 발사할 때는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허술하고 엉뚱한 톰 삭스의 우주에서 관객 모두가 진정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라이브 데몬스트레이션은 하룻밤으로 끝났지만 전시는 계속된다. 미로 같은 동선을 따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벽이 없는 무한한 우주를 마주하게 된다. 톰 삭스는 말했다. 끝까지 도달하는 사람만이 불멸의 전당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