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태어난 대만의 미술관
새로 오픈한 New Taipei City Art Museum, 신베이시 미술관
2025년 4월 25일, 대만 북부 신베이시 잉거 지역에 신설된 신베이시 미술관이 정식 개관했다.

2025년 4월 25일, 대만 북부 신베이시 잉거(Yingge) 지역에 신설된 신베이시 미술관(New Taipei City Art Museum, 이하 NTCAM)이 정식 개관했다. NTCAM은 대만 북부 최초의 현대미술관으로 지역 산업과의 연계, 공공성을 지향하는 건축적 철학, 그리고 국제적 예술 담론을 포괄하는 전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그렇게 문화시설 확장의 의미를 넘어 건축적 실험과 도시 공간 내 예술 인프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 중이다.




NTCAM의 설계는 대만의 대표 건축가 야오런시Kris Yao의 스튜디오 아르테크 아키텍트Artech Architects가 맡았다. 전통 도자기 생산지로 유명한 잉거라는 지역이 가진 역사성과 지형, 그리고 인근에 흐르는 대한강 유역의 생태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해 디자인된 건물은 외관부터 특별하다. 다양한 길이와 직경의 알루미늄 튜브들이 숲처럼 배치된 구조가 눈에 띄는데 이 수직 튜브들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연상시킨다. 이 구조는 시각적 흥미 뿐 아니라 태양빛을 여과하여 실내에 유입되는 자연광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특히 저녁이 되면 내부 조명이 이 틈새를 통해 밖으로 새어 나와 건물 전체가 유기적으로 살아 숨쉬는 생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지역 생태계를 단순한 모티브로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과 물리적으로 연동되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그 자체가 풍경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삼나무 판재의 질감을 콘크리트 외벽에 전사하여 자연스러운 자연의 패턴을 표현하였고 곳곳에 잉거 지역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의 색감과 질감을 차용해 제작한 타일을 사용했다. 단순한 장식적 차원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건축 재료와 형태에도 통합하려고 한 시도로 해석된다.


건물은 연면적 약 32,397㎡, 지상 8층, 지하 3층 규모로, 수직성을 강조한 파사드와 수평적으로 펼쳐진 내부 공간이 공존한다. 건물 내부는 고정된 전시관 개념을 넘어서는 공간 구성을 통해 유연성을 극대화하였다. 8개의 주요 전시실 외에도 커뮤니티 갤러리, 공공 라운지, 어린이 창작 공간, 실험적인 레지던시 공간이 존재한다. 전시실은 천장 높이와 조명 시스템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되어, 회화부터 대형 설치,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수용할 수 있어 흥미롭다. 공간의 다기능성을 고려해 설계된 것이다. 그리고 야외 공간에서의 강의 및 전시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는 복합적인 플랫폼도 준비됐다. 루프탑 공간에는 작은 정원과 카페가 조성되어 관람객에게 미술관 이용 후 휴식을 제공하며, 야외 조각 정원은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 미술관 티켓이 없어도 지역 주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NTCAM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공 문화 기반 시설로 작동 중이다. 또한 미술관 방문 및 관람 동선은 일방향 흐름이 아닌, 경사로와 루프식 복도를 활용하여 관람객이 실내외를 자율적으로 넘나들 수 있도록 계획됐다. 이는 기존 박물관의 폐쇄성 및 경직된 동선에 반대하며, 보다 자연스럽고 체험 중심적인 관람을 제안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NTCAM의 건축 설계는 지속가능성 원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외장재인 알루미늄 튜브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이며, 건물은 대규모 유리면 없이도 자연광을 효과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도록 방향성과 외피 구조를 최적화했다.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되어 미술관 운영의 일부 에너지를 자립적으로 생산하면서 빗물 수집 시스템과 고효율 HVAC 시스템이 설치되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분류 및 재사용 방안을 통해 줄였으며, 대부분의 마감재는 대만산 자재를 사용해 지역 자원 순환 구조에 기여했다. 이러한 건축설계 철학은 NTCAM이 지속가능한 도시 건축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NTCAM는 개관을 기념하여 다섯 개의 전시를 선보이는데 도시의 변화와 사회적 흐름을 조명하는 국제 그룹전 <Reimagining Radical Cities>,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상설전 <Encounters in Reflection>, 관람객 참여형 전시 <The Ongoing Nature>, 지역 예술가 그룹의 프로젝트 ‘Xindian Boys: Don’t Worry, Baby’, 그리고 로비 및 복도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술관 관장 라이샹링LAI Hsiang-ling은 “신베이시 미술관 개관은 도시 최초의 공공 미술관 개관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합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을 지향하는 이곳은 지역적 뿌리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예술적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지역 사회와 전 세계 방문객들의 열정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인터랙티브 예술 경험을 즐길 수 있는 ‘The Ongoing Nature’ 전시의 대규모 미술 설치 작품처럼 이 곳이 누구든지 예술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여겨지길 바랍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NTCAM은 잉거 도자기 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도자 예술과 현대미술의 교차점을 탐색하고 있으며, 지역 장인들과 협력하여 재료와 기법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미술관은 개관 전부터 지역 학교와의 연계 수업, 시민 워크숍 등을 통해 예술을 일상 속으로 확장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잉거 지역 예술가 프로그램’은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공공 장소에 전시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제작 워크숍을 통해 예술 생산의 과정을 공유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지역 공동체가 단지 관람자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의 주체가 되는 구조로, 공공 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신베이시 미술관은 단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넘어 자연과 건축, 예술과 지역, 기술과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공공미술관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조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품고 있는 건축물, 그리고 지역의 기억과 미래를 동시에 다루는 전시 큐레이션이 이를 설명한다. 앞으로 NTCAM이 대만을 넘어 국제적 예술 네트워크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지 그리고 지역 주민의 삶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문화적 영감을 전달할지 주목해 볼 만하다.
Information
신베이시 미술관 New Taipei City Art Museum
주소 No. 300號, Guanqian Rd, Yingge District, New Taipei City, 대만
운영 시간 화-금요일 10:00-17:30, 토-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아르테크 아키텍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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