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계의 길잡이가 된 모빌리티의 신성, 폴스타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모빌리티 디자인 파이어니어

19세기 후반에도 전기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1894년 영국 발명가 토머스 파커Thomas Parker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사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기술적 한계, 여기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채굴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금세 가솔린 엔진 자동차에 왕좌를 내줬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에디슨에 가려져 잊혔던 니콜라 테슬라가 오늘날 다시 주목받았듯 전기차 산업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소개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성공과 실패의 교차로에 서 있다. 하지만 성패와 상관없이 이들이 추구하는 혁신적 실험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모빌리티 디자인 파이어니어라고 부르기로 했다.

디자인계의 길잡이가 된 모빌리티의 신성, 폴스타

뉴 모빌리티의 신성으로 떠오른 폴스타

폴스타 2. 볼보의 DNA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LED 헤드램프에는 볼보의 시그너처 ‘토르의 램프’를 적용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은 식상하기 짝이 없지만, 폴스타의 데뷔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21년 12월 한국에 진출한 폴스타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를 막아내며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는 중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목전에 둔 지금, 폴스타가 꺼내 든 결정적 한 수는 바로 디자인이다. 북유럽에 뿌리를 둔 브랜드답게 내·외장에서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가 돋보인다. 특히 첫 전기차 모델인 폴스타 2(폴스타 1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개발했다)는 유리 천장,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로 개방감을 높이고, 사이드미러 프레임을 과감히 생략했으며, 20인치에 달하는 4-Y 스포크 블랙 폴리시드 알로이 휠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능성을 높였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한 흔적도 역력하다. “단순히 디자인에 소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폴스타의 선임 디자인 매니저 마리아 우글라Maria Uggla의 말이다.

(*) 폴스타는 지난해 국내에서 2794대를 판매하며 수입 전기차 단일 모델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코야. 최소한의 자재로 지은 이 마이크로 주택은 투명 지붕과 연결한 파노라마 통창으로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일 뿐 아니라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효과를 연출했다.

실제로 폴스타 디자이너들은 자연의 생명 주기를 따르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인테리어에 식품 산업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한 가죽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 최근 업계에서 비건 가죽을 활용하는 경우도 등장했지만, 대부분 PVC 소재라 플라스틱 사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일련의 소재들은 수명을 다한 후 종국에는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즉 폴스타가 비건 및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고식책이 아닌 진정한 차원의 지속 가능성을 성취하려는 태도에 기인한 것이다.

폴스타 디자인 스튜디오. 이탈리아 건축가 로말도 주르골라Romaldo Giurgola와 스웨덴 건축가 오베 스베르드Owe Svärd가 1984년 완공해 볼보가 사용하던 공간을 막시밀리안 미소니가 주도해 리뉴얼했다.
2022 폴스타 디자인 공모전 최종 결선에 오른 디자이너 이창하의 ‘2+2 그랜드 투어러’. 지난해 공모전에서 선정된 최종 20명에 이창하와 한승완 2명의 한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 폴스타는 자사의 디자인 DNA를 차체 밖으로 이식시키고 있다. 2020년 시작한 폴스타 디자인 공모전이 대표적. 지난해에는 핀란드 남부 피스카스 인근에 2021년 우수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안 탈비티에Kristian Talvitie의 마이크로 모듈형 트리하우스 코야Koja를 실제 구현했으며, ‘퍼포먼스’를 주제로 진행한 지난해 공모전에서는 2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브랜드는 최종 수상작을 실크기로 제작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폴스타의 디자인 총괄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는 “우리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지지하고, 또 축하하고 싶다. 자신의 디자인을 폴스타 콘셉트카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박람회에서 실물 크기 모델로 선보이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폴스타는 디자인 프로젝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폴스타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최대 120명으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전문 공간은 쇼룸, 클레이 작업실, 소재 및 컬러 실험실, VR 룸 등을 갖추고 있다. 이듬달 한국에서는 디자인 전문가와 전공 학생 등 50여 명을 대상으로 폴스타 디자인 토크도 열었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구상 교수, 가구 브랜드 이스턴에디션의 임대선 대표,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 코리아의 김경준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폴스타 2의 미니멀리즘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주제 아래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막시밀리안 미소니도 라이브 화상 인터뷰로 참여해 폴스타 2의 미니멀리즘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소개하고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 노하우를 공유했다. 북극성은 고대 항해술에서 주요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했다. 고대 유목민들도 이정표가 되어준 북극성을 신성시했다. 이렇게 봤을 때 오늘날 뉴 모빌리티의 신성으로 떠오른 폴스타가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인도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어쩌면 숙명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polestar.com

“새로운 프로세스와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 언어를 전환하고 럭셔리를 해석한다.”

막시밀리안 미소니
폴스타 디자인 총괄

‘스페이스 서울’에서 열린 폴스타 디자인 토크.

폴스타 디자인의 철학과 가치관이 궁금하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기존 패러다임을 사용하지 않는 것.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 소재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성을 지향한다. 새로운 프로세스와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 언어를 전환하고 럭셔리를 해석한다.

폴스타 2에 이어 전기 퍼포먼스 SUV 쿠페 폴스타 4도 화제가 됐다. 이 모델의 디자인에 대해 소개한다면?
폴스타는 콘셉트 모델, 프리셉트에서 리어 윈도를 없애고 안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뒷좌석 헤드레스트를 더 뒤로 배치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바 있다. 이 디자인을 프리미엄 SUV 쿠페 폴스타 4에 적용해 뒷좌석 탑승자에게 놀랍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늘어놓기보다 가능성 있는 소수의 아이디어에 집중할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방법이다. 또 사회와 브랜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고민하고, 탄탄한 논리를 앞세워 자기주장을 펼치는 연습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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