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에서 찾은 우리들의 낙원
기획 전시 <우리들의 낙원 Our Enchanting Paradise>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한 문화역서울284에서 융복합예술 기획 전시 <우리들의 낙원>이 6월 13일부터 7월 27일까지 개최한다. 한국 현대 작가 21팀이 참여해 VR, 몰입형 미디어아트, 사진 회화 등 다양한 장르로 행복과 이상향, 곧 우리들의 낙원을 선사한다.

서로의 감정을 끌어내는 소통과 공감
“우리를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전시 <우리들의 낙원>을 총괄 기획한 최진희 전시예술감독은 방문객이 관람을 시작하기에 앞서 질문을 던진다. ‘낙원’이란 문자 그대로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장소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완성될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전시 <우리들의 낙원>은 이러한 추상적 개념을 이상이나 회귀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인간 존재의 양가성, 심리적 갈망, 역사, 사회, 감정, 기술, 정체성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소로 해석했다.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현실 속에 발휘되는 새로운 상상력을 공감으로 끌어내고, 다수의 시선과 목소리가 의미 있게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렇듯 이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이다.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감각을 나누며 교류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 레논, 구성연, 노진아, 문경원&전준호, 양정욱, 정연두, 하태범 등 한국 현대 작가 21팀이 참여했다. VR, 사진, 설치, 영상, 몰입형 미디어아트, 인공지능,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50여 작품의 낙원이 펼쳐진다. 작가들은 각자의 동시대적 시선과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유대와 연대,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공동체 내에서 표출되는 감정들을 작품의 형태로 담아냈다. 여기에 전시가 열리는 서울역이라는 장소의 특성도 집중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품었을 다양한 감정인 출발, 설렘, 기대, 위안 등 장소성을 되새기며 행복과 이상향을 탐구하는 여정을 인도한다.


한편으로 ‘낙원’은 차이와 공존이 병치된 현실의 한 장면이라고 해석하여 심리적, 철학적, 사회문화적 층위에서 다시금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미술의 양면성도 전하는데 때론 난해해 보이지만 결국 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삶, 그 일상에 관한 이야기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내가 공감하는, 나만의 낙원 찾기
이번 전시는 작품의 제작연도를 기준으로 하는 순차적, 직선적(chronological) 전시 형태가 아니다.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 우리가 행복을 꿈꾸며 살았던 곳과 살아가는 곳, 욕망 추구의 일상, 미래의 이상향에 관한 탐색과 비판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분류하고 엮었다고. 여기에 관람객의 몰입감을 위해 전시관의 규모에 따라 작품이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배치했다. 그렇기에 ‘낙원’이라는 개념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변천사를 추적하기보다, 지금까지 한국의 현대 예술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채로운 이상향에 관한 예술적 담론들이 시각화된 형상을 동시적으로 탐색하는 전시를 지향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 세계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이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로 떠오를지에 관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정체성 탐구라는 측면에서 ‘낙원’이라는 주제는 한국의 멋지고 아름다운 이상향에 관한 예술적 이미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최진희 전시예술감독
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미와 멋이라는 미의식의 기준점을 탐구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중앙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작품 <금강내산: ‘허虛와 실實의 조화>이다. 황세진 작가의 스튜디오 레논 작품으로 조선 후기 화가 정선의 명작 <금강내산도>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아트.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담긴 철학과 풍경을 최첨단 CGI 기술로 재해석하여 ‘지금-여기’의 감각과 동양 고전 사유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축지법과 비행술>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대표작. 영상 설치 작품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 즉 상상력이라는 실천의 원형을 예술로 구현했다. 김기라 작가의 <비비디바비디부_내일은검정_우린알아_우리가다시>는 사회와 예술,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망각 사이에 놓인 균열과 연대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우리 주변의 구조적 폭력과 억압된 기억, 언어화되지 못한 고통에 집중하며,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공동의 감각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예술이라는 행위로 전하고자 한다.


전시 초입부에 관람객이 자신의 낙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따뜻한 위로뿐만 아니라 재미를 더하기 위해 MBTI에 맞는 관람 포인트를 제안하고 맞춤 작품을 추천해 준다. 또한 1층 서측 복도에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창작물을 판매하는 ‘행복상점’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마음 성장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밑미와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를 비롯해 패치킹, 프린트베이커리가 함께한다. 본 전시에 참여한 윤동천 작가와 협업으로 진행하는 특별한 약국에서 일상의 언어로 건네는 작은 위로, ‘희망 알약’ 시리즈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Information
기획 전시 <우리들의 낙원 Our Enchanting Paradise>
기간 2025.06.13 – 2025.07.27
주소 문화역서울284 1, 2층 (서울 중구 통일로 1)
운영 시간 11:00 – 19: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