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예술계가 주목한 2025년의 아티스트 3인
지금 호주의 아트신이 궁금하다면? 정답은 ‘AWS 2025’이다. 호주 예술계의 상징적인 행사인 AWS 2025 전시와 함께 올해의 수상자 3인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호주 미술계의 상징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한 ‘아치볼드, 윈, 술만 상(Archibald, Wynn, Sulman Prizes, 이하 ‘AWS 2025’)’ 전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 아트 갤러리(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5월 10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8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오디오 가이드 및 작품 설명은 온라인을 통해 제공된다. 현대 인물화, 풍경화, 추상화의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호주 및 뉴질랜드 거주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과 시대감각이 집약된 현장이다. 올해에는 총 2,394명의 지원자가 AWS 2025에 출품하여 총 139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1921년에 제정된 아치볼드 상(Archibald Prize)은 호주 및 뉴질랜드 거주 예술가들이 현대 인물화를 통해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의 출품작 역시 다수가 문화, 정치, 공동체를 아우르는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며, 초상화가 단순 묘사를 넘어 사회적 성찰을 끌어낼 수 있는 분야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올해 아치볼드 수상작은 영상, 사진, 조각 및 퍼포먼스를 다루는 호주 브리즈번 기반의 아티스트 저스틴 윌리엄스(Justene Williams)를 그린 ‘Flagship Mother Multiverse(Justene)’이다. 이 초상화를 그린 수상자 줄리 프라가(Julie Fragar)는 엄마의 가사 노동 및 육아를 주제로 한 저스틴의 최근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육아, 창작, 책임감이라는 모티프가 하나의 캔버스 안에 담겨 담백한 색채 속에서도 현대 여성 예술가의 다면적인 정체성을 표현한다. 엄마이자 아티스트, 노동가인 한 인간의 존재와도 같이. 줄리와 저스틴은 같은 예술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며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윈 상(Wynne Prize)은 호주 풍경을 담은 유화, 수채화 또는 인물 조각상에 수여되는 상이다. 1897년부터 공식적으로 수여되기 시작한 호주의 유서 깊은 상 중의 하나이다.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찬사와 내면적 울림을 담은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올해의 수상작은 시드니의 한 지역인 레드펀(Redfern)의 욕실 창문에서 바라본 보타니 만(Botany Bay)의 새벽하늘을 담은 유화로, 도시와 자연 및 감정을 섬세하게 직조했다. 수상자인 시드니 출신 예술가 주드 레이(Jude Rae)는 호주 원주민의 역사와도 깊이 관여된 항구를 그려내어 원주민 문화의 기억을 소환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하늘 아래 우리의 위치를 되묻는 작품을 그렸다. 또한, 주드는 작품을 통해 무역 국가로서 호주의 정체성과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1936년부터 수여하기 시작한 술만 상(Sulman Prize)은 이상적이거나 극적인 요소가 담긴 주제화, 일상을 일정한 시각으로 바라본 장르화 또는 벽화 형식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매년 게스트 심사위원을 초대해 새로운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술만 상의 올해 게스트 심사위원은 엘리자베스 풀리(Elizabeth Pulie)로, 추상과 내면세계를 탐구한 감각적인 작업이 다수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5년 술만 상 수상자는 호주 시드니의 블루마운틴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진 아헐른(Gene A’Hern)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로 완성했다고 전한 작품 속에는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 담겨 있다. 그는 수상작을 통해 자연을 감각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감정이 깃든 기억을 추상적으로 수놓았다. 석양으로 물든 하늘과 노래하는 새들의 소리, 바람 속에서 쉼 없이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같은 요소들처럼.
AWS 2025의 최종 후보작은 모두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출품작 중에서 갤러리 직원들이 선정한 ‘패킹룸 상(Packing Room Prize)’, 5세부터 18세 이하의 유아와 청소년을 위한 시상식인 ‘영 아치 경쟁 부문(Young Archie Competition)’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직접 호주에 갈 수 없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해 보자.
AWS 2025 수상자 3인 인터뷰
줄리 프라가 아치볼드 상 수상자

브리즈번 출신 동료 예술가 저스틴 윌리엄스를 그린 작품 ‘Flagship Mother Multiverse(Justene)’으로 올해 아치볼드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열린 그녀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의 제목을 지었다는 것 이외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첫 번째 의도는 저스틴이라는 한 사람이자 동시에 예술가인 정체성을 다면적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강인함 말이죠. 그녀는 창작 활동을 할 때 중고차나 이케아 블라인드처럼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저스틴이라는 인물도 마치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작품 속 저스틴과 ‘눈을 마주칠 수 없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초상화의 시선이 관람객을 응시하는 인물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스틴의 딸인 호노레(Honore)가 그림의 좌측 하단에 미묘하게 등장합니다. 딸의 존재가 그림 속에서 지니는 의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저스틴과 그녀의 작품들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관계를 알아챘습니다. 단조로운 재료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대형 인형 조각을 창조하는 저스틴은 자신의 작품(〈클레멘시(Clemency)〉(2018), 〈보치오니 베이베(Boccioni Babe)〉(2022), 〈쉴라(Sheila)〉(2024))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에 더해 딸에 대한 사랑도 동시에 떠올랐죠. 호노레를 그림에 더하자 그림 전체의 분위기가 현대 어머니들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에 대한 주제로 확 뒤바뀌었어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언급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초상화에 어떻게 적용되었는가?
존경하는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모든 예술가의 작품은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 작품이 아티스트에 의해 아주 정확한 의도와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뜻을 품고 있죠. “하나의 우주로는 저스틴의 에너지를 담기 부족하다”라는 농담을 했지만, 사실 저스틴의 작업이 끝없이 반복되고 변주되는 특성 때문에 평행우주와 같은 무한한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절제된 색채로 작품을 완성한 이유는?
그리자이(grisaile)방식의 팔레트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특정한 회색과 마젠타 그리고 때로는 다른 색의 알라 프리마(alla prima, 뚜렷한 계획 없이 즉흥성을 살려 단번에 그리는 채색 기법) 층이 깔린 방식입니다. 이 팔레트는 심리적으로 심연과 같은 공간감을 주어 그림 속 대상이 상징적으로 보이도록 하죠. 회색으로 작업을 하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계층 없이 골고루 분산되고, 작품 전체를 탐색하도록 합니다. 또한, 회색은 일종의 미니멀리즘입니다. 사람을 소재로 무거운 주제의 작업을 많이 하는데, 과해지는 걸 방지해주죠.
아치볼드에서 네 번이나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올해 드디어 수상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출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30년 가까이 그림을 그리다 보면, 긍정적인 피드백에만 의존해서 작업을 지속하지는 않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회화는 지적·심리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어요. 언젠가는 이 분야 최고의 상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아치볼드에 출품한 것 뿐입니다. 또한, 예전 뉴사우스웨일스 아트 갤러리의 에드먼드 카폰(Edmund Capon) 관장이 제게 “계속 아치볼드에 출품하라”고 말했던 조언을 명심했어요.
앞으로 어떤 작업이나 주제를 탐구할 계획인가?
오랜 기간 동안 개인이 사회적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다뤄왔습니다. 현재는 ‘관객’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구상하는 중이예요.
주드 레 윈 상 수상자

보타니 만의 새벽하늘을 그린 유화로 올해의 윈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계획하던 때가 궁금합니다.
저는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편이고, 작업의 크기도 다양하게 바꾸는 걸 좋아해요. 올해 1월에 대형 회화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완성까지는 두어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당시 불안정한 공급망과 트럼프의 관세가 뉴스에 나오고 있었고, 인간 활동의 긍정적·부정적 결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 장면은 레드펀에 있는 집의 욕실 창문에서 본 장면이라고 전했습니다. 처음 이 풍경을 본 순간과,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려 한 이유는?
하늘의 색감과 광활한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새벽 직전의 하늘은 정말 거대하게 느껴져요.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다양한 미묘한 색이 보이죠. 사진도 찍었지만, 카메라는 하늘의 색을 충분히 담을 수 없기에, 대부분 기억에 의존해 작업했어요. 항구의 불빛은 밝지만, 하늘이 확장될수록 그 빛들이 비교적 여리게 느껴졌어요.
보타니 만은 영국에 의한 호주 식민지 역사 이전부터 존재했던 전통적인 길로, 원주민 공동체에 문화적으로 깊은 의미를 가지는 장소입니다. 언제나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그들의 역사와 현재를 담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까?
보타니 로드를 걸을 때, 아스팔트 도로 아래에 여전히 남아 있을 전통적인 길을 상상합니다. 숲에 둘러싸인 그 길을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걷던 원주민들을 떠올립니다. 이제는 항구의 불빛이 24시간 반짝이지만, 그 하늘은 여전히 같죠. 세상은 변했지만, 우리는 원주민 문화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아치볼드 상 최종 후보로 네 번(2014, 2019, 2021, 2022) 올랐고, 2021년 술만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윈 상 수상의 의미는?
아버지는 1960년대에 아치볼드 상 최종 후보로 8번 오르셨어요. AWS에 출품하는 일은 가족 전통이기도 하죠. 저는 2019/2020 년 산불 당시 해변에 대피한 사람들을 그린 그림으로 2021년 술만 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비록 수상은 못 했지만 뉴사우스웨일스 아트 갤러리에서 작품을 소장했어요. 이번 윈 상 수상은 큰 영광입니다.
올해 수상작은 이전의 작품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주로 정물, 초상, 건축적 실내 등 다양한 장르를 작업합니다. 종종 실내 그림에서 풍경이 보이기도 하죠. 이번 작품은 레드펀의 자택 4층 욕실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린 것이며, 건축 요소는 프레임 밖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향후 작업 방향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회화는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시각적 경험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고 믿어요. 저는 사람들이 ‘본다’라는 감각이 어떤 느낌인지 다시 느끼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요즘은 건축과 자연환경의 관계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진 아헐른 술만 상 수상자

시드니 외곽 지역인 블루 마운틴의 자연을 담은 추상화 ‘Sky Painting’으로 올해의 술만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술만 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술만 상은 매우 권위 있는 상이고, 과거의 훌륭한 예술가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국인 호주에서 인정받고, 동료 예술가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하늘과 블루 마운틴은 당신의 삶의 근원이자 소속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연은 당신의 작업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
저는 야외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색감과 질감에서 에너지와 영감을 얻어요. 자연은 제 삶과 정체성에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쳐 작업에 녹아듭니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며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삶이 제겐 자연스러워요.
이 작품은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경험되길 원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림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관객도 자연의 에너지와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보길 원합니다. 제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압도적이고 몰입된 감각이 관람자에게도 전해졌으면 해요. 이 점이 제가 대형 캔버스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Sky painting’은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작업 당시 감정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시간에 따라 감정도 변하고, 이는 작업 속도에도 영향을 줬어요. 느리고 사색적일 때도 있었고, 빠르고 카타르시스적인 순간도 있었죠. 자연과 관련된 기억에 깊이 잠기다 보면 명상적이고 평온한 상태에 이르렀고, 그 덕에 직관적이고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어요. 자연 속에서 생동감과 연결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 기억들이 생동감 있는 색을 선택하게 한 것 같아요.
이전에도 추상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추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추상은 무의식의 상태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줘요. 장소의 묘사를 넘어, 그 장소가 남긴 감정과 경험을 곧장 표현할 수 있죠. 특히 색채를 통해 기억 속 감각을 되살릴 수 있어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작업을 이어갈 예정인가?
제 목표는 ‘자의식 없이’ 그리는 그림입니다. 지금은 인물화, 다양한 크기의 추상화 등 실험을 계속하고 싶어요.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고 밀어붙이면서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