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5

올해로 8회를 맞은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는 ‘공예의 내일: 경계를 허물다’라는 주제 아래 더욱 확장된 시각으로 공예의 미래를 조망한다.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5

오늘날 공예는 단순히 손으로 만드는 사물이 아닌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 창작 활동을 재정의하는 행위에 가깝다. 기술과 인간,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요즘, 공예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장인 정신과 공예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해온 렉서스는 2017년부터 신진 공예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를 운영해왔다. 올해로 8회를 맞은 공모전은 ‘공예의 내일: 경계를 허물다’라는 주제 아래 더욱 확장된 시각으로 공예의 미래를 조망한다.

‘깨진 그릇’(위너)

깨진 그릇의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이는 행위를 통해 삶의 성장을 표현한 작품이다. 물리적인 ‘깨짐’에서 출발한 작업은 상실과 종료의 의미를 넘어 다시 이어 붙이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새롭게 탄생한 외형은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삶의 역설을 드러낸다. 작품에는 거친 스크래치와 상실된 조각들로 인한 구멍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실패의 흔적은 고통과 상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삶을 상징한다. 작가는 흠 하나 없이 완성된 아름다운 조형보다 깨졌더라도 다시 붙이고 이은 절박한 그릇의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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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익숙하거나 잘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깊이 관찰하고 오래 고민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열어둔다. 과거의 것은 기억해야 하고, 현재의 것은 소중히 지켜야 하며, 내일의 것은 새로워야 한다. 공예 역시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조화롭게 융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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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혜

‘Elephant’(파이널리스트)

조각 숯을 이용해 자연의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탐구한 작품. 인위적인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존중하는 ‘와비사비’ 정신을 바탕으로 참숯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였다. 과거에 연료로 쓰던 참숯을 오늘날에는 정화 물질로 사용하듯 새로운 쓰임과 해석이 가능한 유연한 작업을 염두에 두었다. 나무가 숯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라짐과 균열에는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질서와 시간성이 담겨 있다. 이에 착안해 기존의 조형적 경계를 허물고 자연이 만들어낸 불완전함의 미적 가치를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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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는 늘 변화해왔다. 동시대의 다양한 형태와 소재를 떠올려보건대 기능주의를 내세웠던 1990년대와 달리 조형성을 탐구하는 오브제가 늘고 있다. 고전적인 재료의 사용과 기능주의적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는 흐름이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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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훈

‘Blue wave series’(파이널리스트)

전통 공예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자개와 금속을 사용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문 작품을 선보였다. 유구한 전통 기법인 나전의 정교한 기술과 현대적 금속 조형의 만남은 창조적 계승을 이어가고자 한 작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나전칠기 장식 기법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끊음질 기법을 이용해 자개를 한 땀 한 땀 끊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했다. 견고한 금속에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빛을 머금은 듯한 자개 조각들을 섬세하게 얹어 자연의 생명성을 표현했다. 간결하고 모던한 형태에 정밀함과 인내의 시간을 축적해온 전통 공예의 기술력을 더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동시대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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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형태적 매력을 지속적으로 고민한다. 유구한 세월 동안 이어져온 전통 공예를 한 시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변화하는 현재 속에서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예인의 자세는 옛것을 올바르게 지켜 현시대를 살아내고 그 문화를 고스란히 내일로 이어가는 데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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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Pleats series 〈origami〉 #4(파이널리스트)

기하학적으로 설계한 플리츠 패턴에 물성을 입혀 유기적으로 재해석한 도자 작품. 작가는 접힘과 펼쳐짐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나타나는 형태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기하학적 형태가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3D 모델링과 슬립 캐스팅 기법을 활용해 정교하게 설계한 패턴을 흙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물은 재단, 해체, 연마를 거치며 기본형을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개별성을 갖게 된다.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은 정적인 구조 속에 숨겨진 유연한 움직임을 드러낸다. 기계적 프로세스로 시작하지만, 작가와 재료 간의 상호작용과 수작업으로 완성하여 한층 더 풍부한 감각과 감정이 생성된다. 전통적인 물레 작업의 대칭적 관계를 벗어나 ‘유연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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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와 예술, 쓰임과 목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다. 공예 역시 단순히 쓰임새를 갖는 것을 넘어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한 동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공예는 우리의 상상력과 감각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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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器_완벽함의 역설’(파이널리스트)

완벽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도자 작품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시선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흙의 선을 한 줄씩 쌓아 올려 만든 그릇 형태의 작품으로, 도자의 매끄럽지 않은 표면과 깨지기 쉬운 재질의 특성을 강조한다. 연속된 선들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건조와 소성의 과정을 거치며 점차 단단해지면서 기존의 틀이나 완벽함에 대한 기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실용적인 도구이자 감상의 대상으로 기능해온 ‘사발’처럼 기능성과 조형성의 경계를 흐리며 완벽함과 불완전함의 공존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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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공예와 예술은 본질과 목적에 따라 구분되었지만, 이제 그 경계를 엄격히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공예는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 표현의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기법과 재료를 탐구하며 전통의 틀을 넘어서는 실험과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공예의 미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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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영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5호(2025.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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