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부산을 바라보다
2025 부산디자인페스티벌 관람 포인트
2025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은 ‘흥’을 주제로 일상과 감각, 도시의 미래를 연결한다.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디자인의 관점으로 부산이라는 도시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그 물음에 응답하는 ‘2025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이하 BDF)’이 어제 개막했다. 올해는 부산미술협회가 주최하는 ‘BFAA 부산국제아트페어’와 동시 개최되어 특별함을 더한다. 개막 첫날 빠르게 둘러본 BDF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흥’이 넘치는 기획전
2025 BDF의 주제는 ‘흥’이다. 올해 아트디렉터를 맡은 디자인 스튜디오 데이데이는 ‘흥’을 이렇게 정의한다. “풍요로운 삶을 찾아가는 그 힘을 흥이라고 데이데이는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결국 흥 역시도 디자인의 또 다른 말이 아닐까요.” 시민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을 선사하고, 지역의 문화적 에너지를 더욱 증폭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흥’을 주제로 구성된 두 개의 특별 기획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첫 번째 기획관 ‘하모니 오브 리빙: 식스센스(Harmony of Living: 6 Senses)’는 BFAA 국제아트페어와의 공동 개최를 기념하며 마련됐다. 부산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의 작품과 리빙 디자인을 엮어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 그리고 감성까지, 여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방을 선보인다. 바다가 보이는 침실, 꿈이 자라는 어린이방, 음악이 흐르는 서재 등 공간별 콘셉트는 무용담 장세희의 스타일링으로 완성됐다. 각각의 방을 넘나들며 새로운 ‘흥’이 일어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 기획관 ‘RE:흥’은 재난 이후의 회복에 주목한다. 디자인을 통해 ‘흥’을 어떻게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의 소방용품을 활용한 아트워크, 산불로 타버린 적송을 활용해 제작한 홍림회의 지팡이 등이 전시됐다.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화재로 인해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과 지역 회복에 대한 디자인의 역할을 함께 사유하게 한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도시와 교류하는 장


현장에서는 다양한 교류의 움직임도 활발히 일어났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대학들과 대만디자인산업협회와 함께 YODEX(Young Designer’s Exhibition)를 주관하는 대만디자인연구소의 교류전 ‘영 디자이너스 커넥트(The Young Designers’ Connect)’가 마련됐다. 경성대학교, 고신대학교, 동서대학교, 동아대학교, 동의대학교, 부경 대학교가 참여해 젊은 디자이너들의 실험적이고 생동감 있는 에너지가 현장을 채웠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동시 개최되는 BFAA 부산국제아트페어는 지역 간 문화 소통을 통해 부산 미술 시장의 활성을 꾀하는 미술 박람회다. 지역 작가들과의 교류 또한 새로운 관람 포인트다.


전시장에서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디자인 시정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만나볼 수 있다. 공공디자인 개선 사례와 범죄예방환경디자인 등 도시 디자인이 일상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부산의 정체성과 감성을 담은 공식 디자인 굿즈도 마련되어 있어,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 관광 도시를 넘어 디자인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는 부산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부산 로컬 F&B 브랜드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영도에 자리한 ‘카페 385’는 바다 소금과 고구마 맛을 담은 ‘부산 카라멜’, 커피 믹스 형태의 ‘부산 커피’ 등을 선보이며 지역 특색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기장의 카페 겸 레스토랑 ‘대보름’은 자체 캐릭터 마스코트 ‘보르미와 친구들’을 앞세워,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번 부산디자인페스티벌은 그 여정을 알리는 상징적인 첫 무대이기도 하다.
한편,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올드뉴스’는 자체 브랜드이자 수비니어 숍인 ‘부산식’을 통해 도시의 정서를 시각화했다. 부산의 바다에서 영감받은 ‘WAVE’, 산복도로의 경사와 흐름을 담은 ‘MOUNTAIN’, 항구의 에너지를 표현한 ‘PORT’ 등 세 가지 폰트를 개발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선보인 것. 부산이라는 도시를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다.
스몰 브랜드를 위한 성장 전략은?
BDF의 대표 부대행사인 ‘부산글로벌디자인세미나’도 올해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의 주제는 ‘흥행: 스몰 브랜드의 빅 디자인 전략’. 스몰 브랜드의 운영자, 전략가, 디자이너가 함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타이베이 산업디자인발전협회(IDDAT) 회장 Shawn Lee는 대만 크리에이터들의 성장 스토리와 소규모 브랜드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마음스튜디오 이달우 대표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전략을, 논스페이스 신중배 대표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설계하는 총체적 경험 디자인(Total eXperience)을 주제로 발표했다. Plus X 신명섭 공동대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브랜드 경험 디자인 사례를 공유하며, BTS와 CU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더워터멜론 우승우 대표는 스몰 브랜드를 위한 브랜딩 법칙을 정리했다.
도심으로 확장되는 페스티벌


페스티벌의 열기는 전시장 너머 도시 곳곳으로 확장된다. ‘부산디자인스팟’은 부산의 편집숍, 쇼룸, 카페 등 다양한 로컬 공간을 하나의 디자인 네트워크로 연결하며, 장외에서도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총 37개의 로컬 디자인 스팟이 참여해 부산의 디자인 지형을 함께 그려나간다. 참여 공간과 위치 정보는 위치 기반 공간 큐레이션 앱 ‘헤이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짧지만 밀도 높은 이 축제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보자. BDF는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