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임재한 성경, 〈BYBLE〉
전혀 새로운 디자인과 감각으로 성경을 제안한 브랜드, 〈BYBLE〉을 소개한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자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 그래서 인류 전체에 가장 깊은 영향을 끼쳤지만 오랜 기간 형식의 변화가 없었던 책. 바로 성경이다. 얇은 종이와 빽빽한 글자, 금박 장정, 촘촘히 정리된 장과 절. 그런데 이 틀을 깨고, 전혀 새로운 디자인과 감각으로 성경을 제안한 브랜드가 있다. 호주 출신 사업가 딜런 다 실바(Dylan Da Silva)가 만든〈BYBLE〉이다.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때 문득 ‘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은 이렇게 늘 재미없게 보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미학과 브랜딩, 스토리텔링에 집착하는 시대에 왜 성경만 예외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너만의 성경 공부를 시작하라(Begin Your Bible Learning Experience)’의 앞 글자를 딴 〈BYBLE〉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딜런 다 실바는 ‘말씀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믿음 아래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디자인 파트너와 함께 읽기 쉬운 서체 개발에 집중했고, 성경의 내용을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66권 전체를 각각 단독 책으로 분리했다. 각 책의 표지에는 제목을 큼직한 그로테스크 계열 서체로 새긴 뒤 음각 처리해 물성의 감각까지 살렸다.

또 구텐베르크 성경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적인 단 구성과 넉넉한 여백을 통해 독서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늦췄다. 주요 구절은 ‘당김 인용(pull quote)’으로 강조하고, 일부 페이지에는 반투명 오버레이를 더해 시선이 머물게 했다. 책 크기는 33×25cm로, 일반 성경과 비교해 훨씬 크며, 220gsm의 두툼한 종이를 사용해 한 권의 무게가 약 5kg에 달한다. 커버 색상 또한 상징에 따라 구성했다. 〈창세기〉는 에덴동산을 떠올리게 하는 검정과 초록, 〈마태복음〉은 그리스도의 피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빨강 두 가지 버전이다.

딜런 다 실바는 “신앙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디자인적으로 완성도 높은 브랜드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두 세계가 서로를 두려워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문화 안에서 충분히 존재할 수 있으면서도 메시지는 훼손하지 않는 브랜드, 〈BYBLE〉을 만들기로 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