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로 풀어낸 ‘오늘의 한식’, 아라리 북촌

삶에 스며드는 문화를 위한 플랫폼, 아라리 북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디저트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커피, 케이크, 쿠키 등 자주 먹고 마시는 디저트 말고, 감각적인 ‘오늘날의 한식 디저트’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북촌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한옥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북촌의 가장 안쪽에서 새롭게 문을 연 ‘아라리(ARARI)’가 기다리고 있다.

디저트로 풀어낸 ‘오늘의 한식’, 아라리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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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음료 ‘아라리 차’와 디저트 ‘서울 모나카’ ⓒ디자인플러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디저트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한식을 매일 먹으면서도 정작 디저트만큼은 익숙한 커피, 케이크나 쿠키에 손이 간다. 식혜나 수정과, 약과처럼 한국의 디저트를 떠올리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주 먹고 마시는 디저트 말고, 감각적인 ‘오늘날의 한식 디저트’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북촌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한옥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북촌의 가장 안쪽, 가장 높은 곳에 새롭게 문을 연 디저트 공간 ‘아라리(ARARI)’가 기다리고 있다. 한식이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디저트를 제안한다. 전통과 감각적인 비주얼 모두를 품고 있는 아라리를 운영하는 가온 소사이어티의 조윤경 대표, 김병진 부사장, 그리고 이지우 아라리 총괄 셰프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조윤경 가온 소사이어티 대표

김병진 가온 소사이어티 부사장

이지우 비채나 디저트/아라리 총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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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윤경 가온 소사이어티 대표, 이지우 셰프, 김병진 부사장 디자인플러스

— 아라리라는 브랜드 네임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나요?

조윤경 대표 (이하 조) ‘아라리’는 우리말로 ‘작은 일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뜻합니다. 하루의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조용한 기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이름은 ‘알알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이미지적 영감도 함께 지니고 있어요. 광주요 선대 대표님이신 조소수 선생님이 광주요 전통 항아리에 그려 넣은 ‘포도송이’에서도 영향을 받았는데,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모습이 아라리의 디저트와도 닮아 있습니다. 촘촘히 맺힌 기쁨의 알맹이처럼, 일상의 순간들이 그러한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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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매장 전경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 파인다이닝 브랜드가 디저트 브랜드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병진 부사장 (이하 김) 아라리는 ‘한식 세계화’라는 광주요 그룹의 오랜 화두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파인다이닝 중심의 브랜드였던 ‘가온’은 한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연구의 공간이었고, 이후에 오픈한 ‘비채나’는 공간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할 수 있는 확장형 브랜드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보다 자유로운 해석과 글로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면서도 대중적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디저트’가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한식은 각 가정마다 해석이 다른 ‘내가 제일 잘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정형화된 이미지로 전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디저트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신 있고 효과적으로 한식의 미학을 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 것이죠. 전통차인 ‘홍시 수정과’처럼 익숙한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안할 수 있는 가능성도 디저트에서 찾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디저트 브랜드는 광주요가 글로벌 문화 브랜드로 확장하는 데 있어 전략적으로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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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음료 ‘아라리 차’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덧붙이자면, 아라리라는 디저트 브랜드는 북촌이라는 지역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수경재라는 공간이 지닌 고유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저트라는 카테고리를 선택한 것도 있어요. 북촌을 찾는 외국인과 관광객들이 한국의 전통과 미감을 담은 달콤한 디저트를 처음 접할 때, 한식에 대한 ‘첫인상’인 바로 그 순간을 아라리가 만들어주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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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음료 ‘아라리 차’와 ‘서울 모나카’ ⓒ디자인플러스

— 얼마전 광주요가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광주요 그룹 속에서 아라리의 포지셔닝이나 역할은 어떤가요?

광주요는 현재 도자 브랜드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룹 내에는 도자 브랜드 ‘광주요’, 다이닝과 F&B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가온 소사이어티’, 전통주 브랜드 ‘화요’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 브랜드들은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한국적인 삶의 형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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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에서 내려다 본 한옥마을. 한옥마을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북촌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조, 김 저희 가온 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아라리는 그 철학을 가장 일상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는 전초 기지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북촌이라는 입지 특성상,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접근성 높은 공간에서, 한국적인 재료와 감각을 담은 디저트를 통해 문화적 첫인상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온이나 비채나를 생각하면 ‘파인Fine’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단어에서 오는 무거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들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접근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해서 가격이나 포맷 면에서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광주요 그룹이 지향하는 ‘삶에 스며드는 문화’라는 방향성을 실험적으로 구체화해나가는 플랫폼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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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플러스

— 아라리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온 소사이어티가 추구해온 철학을 일상에 보다 쉽게 스며들 수 있는 방식으로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인다이닝 ‘가온’이 정제된 형식과 깊이를 중심으로 한식에 대해 탐구해왔다면, 아라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저트라는 형식을 통해 그 철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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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소사이어티 조윤경 대표 ⓒ디자인플러스

‘가온’이 중심을 뜻하는 이름인 것처럼, 아라리 역시 본질적인 맛과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형식은 보다 유연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파인 다이닝이 ‘격식’과 ‘서비스’를 전제로 한다면, 디저트는 더 가볍고 친근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방식이죠. 우리 전통 디저트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메뉴들이고요. 중요한 것은 ‘한식’이라는 중심을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일입니다. 수정과, 오미자, 유자 등 전통 재료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시도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러한 아라리의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창립자 조소수 선생님의 말처럼 ‘오랫동안 이어온 것, 오랫동안 이어다오’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 아라리라는 공간은 수경재 안에 있지만,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공간을 기획할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요.

아라리 공간은 전통한옥인 수경재 안에 있지만, 전통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공간을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일종의 가교 역할인거죠. 예를 들어 내부의 바의 밑부분은 수경재 외벽의 돌담에서 영감을 받아 켜켜이 쌓인 벽돌들로 디자인되었는데, 이건 광주요 가마의 질감과도 연결되는 디테일입니다. 실제로 방문객들이 “여기 가마 같다”는 인상을 받고 말씀하시기도 하니까요. 이런 매장의 디테일 역시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기획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공간 전체적으로는 과하지 않게 구성했어요. 단정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공간의 기능성과 감도를 살리려고 노력했죠.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협소한 공간 안에서 구조와 소재들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미니멀한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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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요 선대 대표인 조소수 선생이 광주요 전통 항아리에 그려 넣은 ‘포도송이’. 브랜드 네이밍에 포도송이 그림도 영향을 줬다. ⓒ디자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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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플러스

​​— 광주요라는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자리잡기는 작은 공간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수경재 앞의 작은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 김 아라리가 자리한 수경재는 북촌이라는 지역의 흐름 속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지점입니다. 북촌을 찾는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철학과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밀도 있게 담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또, 글로벌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이 곳은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다양한 방문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죠. 지금은 작은 공간이지만 앞으로 점차 확장되어 더 큰 그릇으로,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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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내부 바는 벽돌을 켜켜이 쌓아 광주요의 가마 같은 디테일을 살렸다. ⓒ디자인플러스

— 이제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요, 아라리 메뉴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지우 아라리 총괄셰프 (이하 이) 현재 아라리는 음료, 빙과, 과자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료인 ‘아라리 차’는 홍시 수정과, 산딸기 오미자, 말차 유자 세 가지로 구성되며, 빙과는 아이스크림에 ‘란’을 토핑처럼 곁들여 즐길 수 있는 메뉴로 말차, 산딸기, 홍시 세 가지 맛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음료와 빙과 모두 재료의 고유한 맛과 계절감을 고려해 조합되었으며, 한국적이면서도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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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음료 ‘아라리 차’. 음료 안에 ‘란’이라는 시그니처 디저트가 들어가 있다. ⓒ디자인플러스

과자류는 ‘약과 초콜릿’과 ‘서울 모나카’ 두 가지입니다. 전통 약과에 초콜릿을 입혀 완성한 약과 초콜릿과 국화빵을 아라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서울 모나카입니다. 바삭한 피 사이에 쫀득한 떡, 팥, 슈크림이 어우러져 한입에 먹기 좋아요. 눅눅해지기 전에 빠르게 드시길 추천드립니다.

— 구성을 보면 한식 디저트라는 중심을 지키지만 아이스크림, 초콜릿 같은 서양식 디저트도 과감하게 함께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는 한식을 ‘뉴 클래식New Classic’이라는 개념 아래 셰프의 기억과 경험, 지역성 등을 반영하여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한식’을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광주요 그룹은 2007년 나파밸리에서 진행했던 한식 행사에 랍스터를 활용한 떡볶이를 선보였었죠. 이에 대해 “이게 한식이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조태권 의장님의 입장은 명확했습니다. “랍스터는 미국의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재료일 뿐이며, 음식의 국적을 결정하는 것은 조리법과 의도다”라는 것이죠. 마치 비단이 아닌 소재로 만든 한복도 한복일 수 있는 것처럼, 음식 역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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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디저트 ‘서울 모나카’. 바삭한 과자 안에는 떡과 팥 앙금, 슈크림이 들어있다.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아라리의 디저트들도 겉보기엔 현대적이고 이국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내부를 구성하는 핵심은 모두 한국적인 요소들입니다. 약과 초콜릿은 조청으로 만든 전통 약과의 켜를 살려 튀긴 후 초콜릿을 얇게 입혀 완성한 것이고, 서울 모나카 역시 국화빵의 구조를 바탕으로 얇게 자른 떡과 팥, 슈크림을 조합해 재해석한 메뉴입니다. 한국 전통 디저트를 현대적인 모습으로 풀어낸 이 방식은 외형의 새로움 안에 맛의 익숙함을 담아냅니다. 재료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국적인 맛’이라는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죠.

— 아라리 디저트의 핵심은 ’란(卵)‘ 이라 불리는 동그란 경단으로 보입니다. ’란‘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요?

‘란(卵)’은 전통 한식에서 유래한 디저트입니다. 전통 한식에서는 과일이나 재료를 익히고 갈아 다시 형태를 만드는 방식을 말해요. 예를 들어, 밤을 삶아 체에 내리고 꿀과 계핏가루를 넣어 밤 형태로 만든 것은 ‘율란’, 대추를 익혀 졸여 만든 것은 ‘조란’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재료를 가공해 새로운 형태로 응축한 것을 ‘란’이라고 하죠.

현재 아라리에서 선보이는 ‘란’은 이 전통 개념에 현대 분자요리 기법을 접목한 것으로, 과일을 갈아 칼슘제를 넣고 알긴산 용액에 담가 얇은 막이 형성되도록 만드는 ‘구체화(Spherification)’ 기법을 활용합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조리법이지만 전통 디저트에 접목해 상품화한 것은 아라리의 독창적인 시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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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을 만드는 모습. 만든 후에 시럽 용액에 보관해 형태의 안정성을 보존한다.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란’은 하루에 약 1,400개정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정교한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먼저 과일을 곱게 갈아 실리콘 몰드에 담아 냉동시킨 후, 완전히 얼린 상태에서 꺼내 알긴산 용액에 약 10초간 담급니다. 담그는 시간이 매우 중요해요. 너무 오래 담그면 외피가 딱딱해져 식감이 손상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시간을 재야합니다. 이후 찬물에 한번 행궈내고, 색상 변화 방지와 안정성을 위해 다시 시럽 용액에 보관됩니다. 별도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보관 기간이 짧아요. 하루가 지나면 색이 변하고, 3일이 지나면 삼투압 현상으로 시럽의 당분이 빠져나가 맛이 약해지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매일 한알 한알 신선하게 제작해야 합니다.

— 레시피를 너무 알아듣기 쉽고 세세하게 말씀해주시는데, 이렇게 전부 공개하셔도 괜찮으신가요? (웃음)

이건 분자요리의 대표적인 기법이에요. 분자요리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있는 사실이죠. 그리고 레시피 공개에 대해 저희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자 요리 기법은 사용하는 사람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동일한 레시피로도 각자의 방식과 손맛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조태권 의장님께서도 ‘그냥 오픈하라’고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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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가온 소사이어티 부사장 ⓒ디자인플러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국 전통 음식 문화가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생각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공중 음식이나 사대부 가문의 음식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 지역이나 가문 내에만 전해지곤 했죠. 하지만 좋은 기술이나 문화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배워야 더 널리 퍼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좋은 것은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란을 디저트의 중심, 즉 키 역할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키 디저트로 선택한건 ‘란’이 메뉴 확장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형태보다는 맛과 향을 온전히 담아내는 하나의 요소이자 그 자체로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란’을 중심으로 음료를 곁들이거나, 빙과나 아이스크림을 올리는 방식처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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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란(卵) 사진 가온 소사이어티

‘란’은 지역성과 계절감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지역의 특산 재료와 인력을 활용해 공간에서 파생된 상품을 만들어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흐름까지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디저트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재미’도 중요한 요소예요. 미각의 유희를 주는 작은 디저트 하나에 감동이 담길 수 있죠. 지우 셰프님의 정성과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디저트는 탱글하게 터지는 식감이나 음료와의 조화, 아이스크림 위 토핑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요. 건강한 과일 퓨레처럼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 메뉴에 정성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보이는데, 가격은 그에 비해 매우 저렴한 것 같아요.

저희는 미식 경험의 문턱이 낮아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것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그 문화적 경험을 얼마나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가격은 2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가격 책정 시에도 주변 음료 가격을 조사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주변에서 더 받아도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결국 핵심은 ‘경험의 확장’입니다. 사람들은 본 것을 믿는 경향이 있지만, 진짜 믿음은 직접 체험할 때 생깁니다. 우리가 상품을 고를 때 리뷰를 참고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간접 경험의 방식이죠. 음료 역시 직접 마셔보는 경험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됩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너무 비싸면 사람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존재 이유 자체가 희미해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공간을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종이 용기들의 모양이 독특합니다. 종이 용기들도 직접 제작하신건가요?

용기는 저희가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적인 소재이면서도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디저트를 담아낼 수 있다고 판단해 선택했어요. 특히 도자기, 백자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손성형 질감이 느껴져 저희의 뿌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무엇보다도 깨끗한 흰색 바탕이 디저트의 색감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 두 셰프님이 메뉴를 기획하고 만드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고, 어떤 포인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한식은 겉모습보다 시간과 정성에서 우러나는 깊이와 아름다움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료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 재료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리되어야 어울릴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바라보는 한식은 외형적인 과시보다는 안정감과 자연스러움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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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의 시그니처 디저트 ‘서울 모나카’ ⓒ디자인플러스

외국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오히려 한국에서 케이크나 빵 같은 서양 디저트를 더 많이 소비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한식 디저트를 어렵지 않고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초콜릿이나 커피 같은 익숙한 요소들을 접목해, 한식 디저트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 앞으로 나올 디저트 라인업에 대해 살짝 스포일러 해주신다면.

기존의 찹쌀떡과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찹쌀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팥소나 앙금으로 채워지는 찹쌀떡의 속을, ‘테린느’ 방식으로 구성해 부드럽고 새로운 식감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조금 덧붙여 보자면 단맛에 대한 접근에서도 차별점을 두었는데요, 설탕처럼 직관적인 단맛보다는 조청이나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단맛, 그리고 초콜릿 특유의 둥글고 부드러운 단맛을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지우 셰프님은 이러한 부드러운 단맛을 통해 한국 디저트의 섬세함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 결과 테린느라는 기법을 소의 형태로 응용한 찹쌀떡으로 만들었어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지만, 맛과 재미를 모두 주는 디저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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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플러스

— 마지막으로 가온소사이어티가 생각하는 한식의 미학은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움’이지 않을까요? 김병진 부사장님이 생각하시는 한식이랑 거의 결이 같은데, ‘자연스러움’만큼 광주요, 화요, 가온에 어울리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자연과 문화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스며나오는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에요. 결국 계절과 환경, 전통에 조화롭게 반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흐름이야말로 저희가 추구하는 문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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