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국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코코 샤넬 전시
리비에라에서 탄생한 모던 우먼, 코코샤넬의 광란의 20년대 <Les Années Folles de Coco Chanel>
2025년 여름, 모나코의 누보 뮈제 나시오날 드 모나코(Nouveau Musée National de Monaco)에서는 패션과 예술, 그리고 여성 해방의 전환점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코코샤넬의 광란의 20년대’라는 뜻의 ‘Les Années Folles de Coco Chanel’은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대 프랑스 리비에라 –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휴양지 – 에서 꽃피운 독창적인 창작 세계를 집중 조명하며 그녀가 ‘모던 우먼’을 어떻게 정의 했는지를 시각예술과 패션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샤넬의 유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문화사적 맥락 속에서 그녀의 작업을 조명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야외로 나간 여성, 스포츠웨어의 탄생
전시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야외 생활과 해변 문화의 부흥을 다룬다. 1912년 도빌(Deauville)에서 시작된 샤넬의 패션 실험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여성용 스포츠웨어를 통해 여성의 몸을 옥죄던 전통적인 의복 스타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의 필요에 따라 옷을 디자인했으며 실제로 테니스, 승마 등 스포츠를 즐기는 샤넬의 모습은 사진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에 위치한 에르미타주 호텔 내 샤넬 부티크는 리조트 문화의 중심에서 여성 고객들에게 활동적인 옷차림의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크레이프 실크로 만든 프린지 드레스, 니트 수영복, 캐주얼 팬츠 슈트 등이 있으며, 함께 전시된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이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들은 패션과 예술 사이의 연결고리를 드러낸다. 특히 피카소의 1918년작 ‘목욕하는 여인들(Les Baigneuses)’은 샤넬의 친구이자 러시아 발레단의 무용수였던 올가 코클로바와의 신혼여행 중 비아리츠 해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1924년 샤넬이 디자인한 ‘르 트랭 블뤼(Le Train Bleu)’ 발레 공연 의상 디자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발레 뤼스와 슬라브 문화의 영향


두 번째 섹션은 샤넬의 예술적 교류의 중심에 있었던 발레 뤼스(Ballets Russes)와 슬라브 문화의 영향력을 탐구한다. 1920년 베니스에서 발레 뤼스의 창시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를 만난 샤넬은 이후 긴 우정을 이어갔고 무용수였던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Broninslava Nijinska)가 안무한 ‘르 트랭 블뤼(Le Train Bleu)’의 무대를 위해 스포티한 발레 의상을 디자인했는데 이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로렌(Henri Laurens)이 세트 디자인을 담당하고 가브리엘 샤넬이 의상을 담당한 총체적 예술의 결정판이었다. 그녀는 슬라브 장식과 러시아 귀족 문화에 매혹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1922년 ‘러시안 컬렉션’을 발표한다. 이는 러시아 황실 출신 마리아 파블로브나가 운영한 키트미르(KITMIR) 공방의 정교한 자수와 전통 의복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사례로 민속적 요소와 샤넬의 동시대적 감각의 융합을 보여준다.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와의 교류 또한 주목할 만하다. 샤넬은 들로네의 직물 디자인을 눈여겨보았고 이후 그녀의 협력자였던 일리아즈드(Iliazd)를 자신의 의류 공장 아트 디렉터로 영입해 실험적인 텍스타일 그래픽을 의상에 도입했다. 그렇게 완성된 샤넬의 의상들에서는 들로네의 영향이 확연히 보인다.





샤넬의 별장: 라 파우자La Pausa

세 번째 섹션은 지중해 별장 라 파우자(La Paus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28년 로크브륀-카프-마르탱(Roquebrune-Cap-Martin)의 언덕 위에 지은 이 집은 샤넬에게 있어 단순한 휴식처 이상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샤넬의 실험적 미학이 실현된 장소이자 당대 지성인들의 살롱이었고, 그녀의 보헤미안적 라이프스타일과 절제된 럭셔리의 미감이 어우러진 곳이다. 전시된 라 파우자에서의 일상을 담은 개인 사진, 잡지에 소개된 기사, 마리니에르 셔츠와 진주 액세서리 등을 통해 당시의 일상이 느껴진다. 그녀의 뷰티 사업도 이 시기에 전개되었다. 향수 Nº5와 가르데니아(Gardénia), 큐이 드 뤼시(Cuir de Russie) 같은 명작 향수들이 이 기간에 탄생됐고, 이는 그라스(Grasse)에서 제작된 리비에라 감각의 결정체였다.




현대 조각가 클로에 루아예의 참여
이 전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현대 조각가 클로에 루아예(Chloé Royer)의 참여다. 1989년생인 루아예는 파리 국립미술학교(École des Beaux-Arts) 출신으로 몸이라는 매체를 조형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녀는 그간 실리콘, 나무, 유리, 구두 프로토타입 같은 재료를 결합해 불안정한 신체의 조형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샤넬이 옷을 통해 상상하고 창조한 여성의 실루엣을 유령처럼 남은 신체의 껍데기로 표현했다. 이번에 선보인 설치 작업에는 2023년부터 2025년 사이에 제작된 20점의 조각들이 모여있는데, 이 중 4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되었다. 이 조각들은 실제 의복이 갖고 있던 신체의 기운을 환기하며 마치 몸이 사라진 채 옷만 남아 있는 것 같은 전시 공간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한다. 특히, 그녀의 대표작 ‘Barby 105’나 ‘M2124753’ 같은 수직적인 형상은 옷과 마네킹 사이의 거리, 몸의 존재와 부재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샤넬이 신체 위에 직접 재단하는 조각가였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코코샤넬의 광란의 20년대 Les Années Folles de Coco Chanel’ 전시는 역사적 유산의 복원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의 창조와 혁신, 예술가들과의 공동 실험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아카이브다. 리비에라라는 20세기 초부터 유럽 귀족과 부유층의 피서지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지역에서 여성의 신체와 스타일이 어떻게 해방되었는지 상세하게 증명한다. 그리고 샤넬이 당시 발레, 연극, 회화, 문학계와 교류하며 구축한 여성상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되짚어보게 된다.
Information 코코샤넬의 광란의 20년대 <Les Années Folles de Coco Chanel> 기간 | 2025년 6월 19일 ~ 2025년 10월 5일 주소 |누보 뮈제 나시오날 드 모나코 Nouveau Musée National de Monaco (17 avenue Princesse Grace 98000 Monaco) 웹사이트 |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