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카페에서 만든 읽을거리
그 카페에서는 읽고 싶다. 카페 시노라가 〈GATEWAY TO SINOLA〉를, 커피앤시가렛이 〈커피앤시가렛 페이퍼〉를 만든 이유.
읽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쉬는 날 무언가 조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카페를 찾아갈 수는 있겠다. 맛과 인테리어,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카페 두 곳에서 최근 자신만의 읽을거리를 발행했다. 카페 내에 비치하는 무가지임에도 필자를 섭외해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탄생시킨 카페 시노라와 커피앤시가렛. 브랜드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카페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읽는 행위와 시간을 제안하는 이들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GATEWAY TO SINOLA
카페 시노라
만약 카페 시노라(CAFÉ SINOLA)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TOP 100’이었다면, 이곳을 이렇게 좋아했을까? 음악은 커피의 맛만큼이나 카페의 무드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대형 빈티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울림 좋은 사운드.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매일 직접 엄선한 음악들”로 분위기를 만드는 시노라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시노라의 음악 큐레이팅에 도움을 주는 월드뮤직, 재즈 전문가 심영보를 중심으로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간행물 를 선보인 것. “웹상으로 업데이트 하기보단 물리적으로 소장할 수 있는 인쇄물로 보여 드리는 게 더 개인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21일 첫 번째 이슈를 발행했고, 이는 카페 시노라의 서촌점과 북촌점에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소유하고 볼 수 있다. @cafesinola
여기는 어떤 카페인가
서촌 끝자락에 있는 이 카페테리아는 작고 조용한 곳입니다. 우리는 해변의 펍, 그리스 산토리니의 작은 선술집, 오래된 목재, 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낡은 카페들, 요트, 선원, 90년대 런던 무드 등 많은 곳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커피를 마실 때의 분위기이며 그것을 이끄는 음악입니다.
비정기간행물을 만든 이유와 담고자 한 것
를 통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을 나누려 합니다. 이 비정기간행물은 공간의 경계를 넘어 언제 어디서든 음악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공유하기 위한 저희의 작은 노력의 일환으로써 카페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과 기억에 남는 연결을 구축하고, 보는 분들에게 일상의 작은 변화와 즐거움을 선사하려 합니다.
이름의 의미
‘GATEWAY TO SINOLA’의 영문 뜻 그대로 ‘시노라로 가는 문’ 혹은 ‘시작점’을 의미합니다. 우리 카페에서 접한 소소한 경험과 영감을 집이나 일터 등 다른 곳에서도 작게나마 이어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도 가질 수 있겠네요.
오랜 시간 서촌점 한쪽을 차지했던 드로잉이 첫 호의 커버가 된 이유
이 드로잉은 시노라가 사랑하는 자크 타티(Jacques Tati)의 영화 〈플레이타임〉의 포스터입니다. 타티의 〈플레이타임〉은 당시 냉소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현대 사회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그 안에서의 인간적 따스함과 유머를 찾아내는 영화입니다. 가볍지만 사뭇 진지하고 부드러운 드로잉이 저희 간행물과 어울릴 듯하여 첫 면에 넣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우선은 재즈와 월드뮤직 보사노바와 같은 장르에 대해서 발행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 큐레이션을 확장하고 음악 전문가와의 협업을 늘려 가려 합니다.
옆에 놓일 메뉴는
클래식한 무게감과 황설탕의 단맛, 그윽한 홍차향이 매력적인 하우스 블렌드 ‘b flat’과 프렌치토스트를 추천합니다.
커피앤시가렛 페이퍼
커피앤시가렛
“삭막한 대도시 한복판에 불현듯 장엄하게 펼쳐지는 이곳의 마운틴 뷰처럼. 치열한 일상 속에 다정하게 끼어드는 느슨한 순간, 그리고 여기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우연한 만남(들).” 이 문장처럼 커피앤시가렛을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 저널리스트 김현민이 〈커피앤시가렛 페이퍼〉 1호에 쓴 글의 일부다. 커피앤시가렛은 2018년 시청역 부근의 빌딩 꼭대기에서 시작되었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이렇게 시원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는 귀하다. 커피앤시가렛은 근사한 풍경을 곁에 두고 무언가를 읽는 경험은 더욱 좋다고 한다. “커피만큼 좋아하는 읽는 시간을 커피앤시가렛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커피앤시가렛 페이퍼>를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이슈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겼다. 지난 1월 선보인 1호를 시작으로, 소설가이자 프리랜스 에디터인 강보라가 쓴 ‘월요일 아침 8시 42분의 브루잉 커피’가 실린 2호까지 발행되었다. 커피앤시가렛 시청 본점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coffeeandcigarettes1706
여기는 어떤 카페인가
오래된 서울의 빌딩 17층에 위치한 커피와 담배를 파는 카페입니다.
〈커피앤시가렛 페이퍼〉를 만든 이유와 담고자 한 것
카페에서 여유롭게 머물며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낼 때면 언제나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보이는 산자락과 도심의 풍경을 곁에 두고 느리게 보내는 시간이 주는 회복을 함께 경험하고자 페이퍼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만드는 과정과 디자인
1호의 글을 맡아 주신 영화 저널리스트 김현민 님이 필진 섭외와 글의 편집을 도와주고 계세요. 격월로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호를 진행하기 전 다음 글을 맡아 주실 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원고 청탁을 진행합니다. 그 다음 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매장의 사진을 커버로 선정해 직접 디자인을 해서 인쇄를 넘기고 있습니다.
필자 섭외와 그들에게 요청하는 것
필자들 글의 톤이 겹치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글을 담을 수 있도록 김현민 님과 함께 의논하는데요. 필자에게는 매장에서 원하는 커피와 디저트를 드시며 떠오르는 것을 편하게 써달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가이드나 샘플 원고 없이 글자수만 알려 드리고 원고를 받으려고 하고 있고요.
앞으로의 계획
올해 총 6번의 페이퍼를 내고 나면 내년에 이 글들을 모두 모아 하나로 소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멋지고 훌륭한 글들이 잠깐 공간에 머물고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죠.
커피앤시가렛 페이퍼 옆에 놓일 메뉴는
각 호의 페이퍼에 등장하는 메뉴를 드시며 읽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도시, 서울에서 영감받은 ‘시티, 서울’ 블렌드로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