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화담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란, 막연하게 자연을 곁에 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테다. 마치 자연의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유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화담채는 이러한 생각을 시작으로 기획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경기도 광주 곤지암 리조트 내에 있는 화담숲에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화담채’가 오픈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주요 메시지를 담아 화담숲의 철학과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탄생한 공간이다. 숲 입구에 위치한 화담채는 화담숲의 16개 테마원 중 첫 번째 장소로 예술을 감상하며 사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화담채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모던하게 풀어낸 한국 전통 가옥인 한옥의 구조와 짜임새다. 한옥에서 쓰이는 공간의 명칭도 그대로 가져왔는데 지형의 고저차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오브제(object) 계단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관 별채와 메인 건물인 본채, 그리고 두 건물을 연결하는 뜰과 옥상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본채 내 전시 공간으로 나눈 장소에 마당, 곳간,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물론 서까래, 한지로 바른 벽, 온돌 장판, 대청마루 등 여러 요소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황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서까래의 디자인. 이는 환경부에서 발표한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황새의 복원에 힘쓴 LG상록재단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화담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가 바로 옥상정원이다. 이곳은 단일 수종인 파니쿰 노스윈드로 꾸며졌는데 4, 5월 중에는 설유화가 함께 피어 장관을 선사하기 때문. 여기에 옥상정원 화담숲과 곤지암 리조트의 전경이 펼쳐지는 시그니처 공간 ‘인피니티 풀(PUUL)’까지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추후에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니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술로 풀어낸 숲의 내밀한 이야기
현재 화담채에는 화담숲의 내밀한 이야기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약 137평, 7미터 높이의 별채는 미디어 아트 전시로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첫 번째 작품의 주인공은 LG의 생성형 AI ‘엑사원 아틀리에’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3억 5천 장의 데이터와 화담숲의 이미지 6,700 장을 학습한 엑사원 아틀리에가 화담숲의 사계절 풍경을 상상해 재창조한 그림이 계절에 어울리는 화풍으로 그려진다. 사방에 라이브로 펼쳐지는 드로잉 쇼는 몰입감을 더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화담숲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하게 한다. 두 번째 작품은 프랑스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희원 작가의 ‘플라워’가 펼쳐진다. 화담숲에 피어나는 꽃들의 자생 과정을 수백 시간에 걸쳐 촬영한 타임랩스 형식의 미디어 아트. 역시 웅장한 몰입감과 꽃이 피어나고 지는 순간의 찰나를 보며 시간을 극복한 자연이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길.
별채와 본채 사이 뜰에 설치된 작품은 아트 퍼니처의 거장인 최병훈 작가의 <물의 명상(Water Meditation), 2023>이다. 바위와 물이라는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자연물을 대비해 표현한 이 작품은 자연이 가진 원시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정제하여 보여준다. 특히 본채, 사랑에 있는 대청마루에 앉아 차경을 통해 작품을 바라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 즉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며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 좋다. 본채의 마당으로 들어서면 바위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이태수 작가의 <스톤 컴포지션 039(Stone Composition 039)>을 마주한다. 이는 보편적 인식과 시각적 고정관념에 대한 질문으로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무거운 바위를 공중에 띄우는 역학적 모순을 보여준다. 본채 천창 구조를 통해 시시각각 다르게 떨어지는 빛에 따라 질감과 작품의 호응을 감상할 것.
마당을 지나면 이석 작가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웨이비 포레스트(Wavy Forest), 2023>를 만난다. 이 작품은 계절에 따른 한국 숲의 변화와 생태 양상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숲. 작가가 200여 장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만든 디지털 공간에, 관람객이 현장에서 물고기 스케치에 채색해서 빔 프로젝트에 올리면 물고기가 숲을 유영하며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형식이다. 스케치는 LG상록재단에서 발간한 어류도감 속 토종 민물고기 12종으로 채색하며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것도 방법. 이어서 펼쳐지는 작품은 로봇 공학을 적용해 새의 우아한 날개 짓을 구현한 정우원 작가의 <더 버드(The Bird), 2013>이다. 빛을 통해 메탈 프레임의 실재와 음영이 교차되며 독특한 시공 감각을 느껴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이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레진과 콘크리트로 운무에 둘러싸인 화담숲의 산세를 표현한 전아현 작가의 <심산, 화담의 초상>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작가의 대표작인 ‘심산(深山)’ 시리즈 중 하나로 한국의 산수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화담숲을 품은 산세에 운무가 켜켜이 쌓인 신비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향후 화담채는 상설 전시뿐만 아니라 특별 전시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