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빚은 글로벌 전략, 조무 그룹
중국 디자인, 어디까지 왔나
조무 그룹은 중국의 내수 시장을 재패하고 이제 세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가정용 수전에서 IoT까지
1990년 사업가 린샤오파林孝发는 채굴용 샤워 스프레이 먼지 제거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 2770달러에 직원 2명인 가족 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설립 3년 만인 1993년 중국 최초로 세라믹 카트리지 수전을 출시하며 회사의 운명이 바뀌었다. 이 가정용 수전이 자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욕실 시장의 일인자가 되는 첫걸음이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동남아, 중동, 미국 등지로 진출한 조무는 수도꼭지를 넘어 욕실 시스템 전반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년 연속 중국 욕실 제품 판매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독일의 주방 브랜드 포겐폴Poggenpohl을 인수하며 주방 가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이듬해 프랑스의 하이엔드 욕실 브랜드 THG 파리까지 인수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했다. 조무의 가장 큰 무기는 테크놀로지다. 2021년 세계 최초로 5G 디지털 스마트 세라믹 공장을 가동했고 IoT 스마트 욕실 제품으로 라인업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무가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조무의 디자인 언어는 크게 X-라인과 I-라인으로 나뉘는데 전자가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디자인이라면 후자는 모던한 첨단 기술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첨단 기술과 디자인으로 중무장한 결과일까? 조무는 현재 iF 디자인 어워드 컴퍼니 부문에서 세계 랭킹 9위를 기록 중이다. 욕실 가구 브랜드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 1위다.

OMA가 설계한 조무의 헤드쿼터

처음 OMA에게 본사 건축을 의뢰했을 때 조무는 첨단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었다. OMA의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 대표는 조무의 이런 발 빠른 진화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OMA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꾀하는 회사의 혁신성을 그대로 건축에 전이하고자 했다. 첫 단계는 부지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건물이 들어설 자리 한편에는 숲이 우거진 언덕이, 맞은편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었다. OMA는 디자인을 통해 이 상이한 주변 맥락을 통합하고자 했다.

이는 포디움과 타워의 통합으로 이어졌다. 푸젠성의 바위와 산악 지형을 반영해 들어 올린 포디움 형태를 구성한 것이다. 서로 다른 각도로 배치한 21개의 삼각 유리 커튼월은 오피스 빌딩의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한 건축 실험이었다. 크리스 반 두인 대표는 “우리는 건축이 매우 유연하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원했다”라고 덧붙였다.

OMA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무의 일하는 방식과 중국 건축 고유의 언어도 반영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중국의 전통 창틀 구조였다. 정교하고 수려하게 교차한 구조를 건축의 감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외관 소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난다. OMA는 중국 전통의 공예 기술과 조무가 생산하는 제품의 정체성을 고려해 세라믹 소재를 선택했다.

건물을 에워싼 흰색 스트라이프 세라믹 패널은 회사의 미션과 지역의 전통 기술을 함께 반영한 결과다. 참고로 이 패널에는 통합 배수와 환기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도 이바지한다. 360도 각도에서 각기 다른 실루엣으로 보이는 조무 본사는 주변 지역의 맥락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회사의 비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조무 헤드쿼터는 OMA가 중국에서 진행한 첫 고층 빌딩 프로젝트다. 현재 OMA는 항저우, 샤먼, 선전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빠르게 확장 중인 이 도시들에서 우리는 주변 환경과 새로운 연결점을 탐구하며,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오피스 타워의 유형을 재해석하고자 한다.”
크리스 반 두인
OMA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