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
비수도권 최초 파이프 오르간을 도입한 부산 클래식의 중심
과연 한국에 1,000석 이상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은 몇 개나 될까? 작년까지는 전국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의 휘하에 있는 예술 회관 중 클래식 전용 공간을 갖춘 곳은 오직 7개뿐이었다. 2025년 6월 20일 ‘부산콘서트홀’이 완공되며 그 개수가 8개로 늘어났다.


과연 한국에 1,000석 이상 규모의 클래식 전용홀은 몇 개나 될까? 작년까지는 전국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의 휘하에 있는 예술 회관 중 클래식 전용 공간을 갖춘 곳은 오직 7개뿐이었다. 2025년 6월 20일 ‘부산콘서트홀’이 완공되며 그 개수가 8개로 늘어났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던 클래식 전용홀이 제2의 수도인 부산에도 생긴 것.

부산 시민공원 속에 자리잡은 출항하는 한 척의 배
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시민공원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이 어우러진 공원 속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세계 5대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정명훈을 초대 예술감독으로 임명하고,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이엔드 공연을 진행하며 한층 더 깊이 있는 음악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다. 부산 시민공원이라는 장소이라는 장소를 택한 이유는 과거 미군 부대로 인해 100년 넘게 닫혀 있던 땅이 2015년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비용, 공간의 효율성과 활용성 면에서 매우 적합했다. 그리고 부산시의 시민공원 ‘명품화’ 계획에 공원, 공연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원을 더욱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최적의 장소였다.

설계는 DMP건축이 주관하고 해안건축, 아이엔지건축이 공동 참여했다. 외관은 위에서 보면 대지를 움켜쥔 듯한 형상을, 측면에서 보면 파도 위를 출항하는 배의 이미지를 하고 있다. 대표 건축 주관사인 DMP건축은 도시에 뿌리내릴 새로운 기억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외관의 각 요소들은 물리적 경계를 추상화해 제거함으로써 시민들이 흐름 속에서 공간적 경험을 공유하고 연속적인 호기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다. 땅과 건물이 이어지며 만들어낸 곡선은 입면에 리듬을 주고 도시 풍경 속에 유기적인 움직임을 형성한다.
부드럽고 풍부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음향 설계
음향 설계는 전 목포대학교 오양기 교수와 DMP건축이 함께 맡았다. 관객에게 풍부하고 균형 잡힌 소리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음향을 디자인했다. 객석은 ‘빈야드(Vineyard)’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전국에서 두번째로 도입됐다. 빈야드(Vineyard)는 ‘포도밭’을 뜻하는 단어로, 무대를 중심으로 포도밭처럼 계단식으로 경사진 객석이 둘러싸인 형태를 말한다. 어느 자리에서도 균일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 또한 시각적인 개방감까지 주는 구조로 어느 좌석에서든 공연자와 관객 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든다.

내부 객석에 앉으면 특이한 벽면 소재에 시선이 쏠린다. 국내 공연장에서는 보통 목재를 벽면 마감재로 선택하지만, 부산콘서트홀은 둥글게 모서리를 처리한 벽돌을 사용했다. 벽돌이라는 소재는 목재보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다. 따라서 불규칙 반사를 통해 잔향이 풍부해지고, 부드러운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음향적 이점이 뚜렷하다.

또 주의 깊게 볼 만한 음향 설계의 포인트는 천장과 벽을 따라 이어지는 곡면 구조다. 무대에서 발생한 소리를 객석으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공연장 전체에 균형 잡힌 울림을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무대 상부에는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반사판이 설치돼 공연의 성격에 따라 음향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부터 독주자의 섬세한 연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리를 최적화된 상태로 전달한다.

의자는 일본 고도부끼(Kotobuki) 사의 의자를 사용했다.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음향 성능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특징은 소리를 흡수 반사하는 성능을 고려해 제작했다는 것. 관객의 유무에 상관없이 일정한 음향 환경을 유지한다.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도 객석이 가득 찬 것과 비슷한 음향 효과를 내도록 만들어져, 빈 공연장에서 리허설이나 연습을 할 때도 실제 공연과 유사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객석 상황에 따른 변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수도권 공연장으로는 처음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역시 이곳의 또 다른 상징이다. 독일에서 온 이 악기는 30개월의 제작 기간, 3개월간의 설치 끝에 홀에 자리 잡았다. 4천 개가 넘는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버금갈 만큼 다채롭다. 파이프오르간의 외관 디자인은 부산을 상징하는 광안대교와 파도를 모티프로 삼아 지역성을 담았다.

부산콘서트홀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무대가 이어지는 국제적 공연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연주 단체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또, 시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비수도권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클래식을 어렵게만 느끼던 이들에게는 보다 친숙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약 100여 년 만에 부산 시민들의 품에 돌아온 부산 시민공원 속 부산 콘서트홀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남게 될 것을 기대한다.
Information
부산콘서트홀
위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동평로 250(연지동) 부산콘서트홀
운영 클래식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