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4관왕 수상한 SPC삼립

SPC삼립이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낸 삼립 디자인 랩의 주역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각 프로젝트가 지닌 의미를 되짚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4관왕 수상한 SPC삼립
삼립 디자인 랩에 대해 소개해달라.

전희경 과거에는 SPC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디자인 센터가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삼립,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각 계열사별로 디자인실이 분리되었다. 이 중 삼립 디자인 랩은 삼립호빵, 삼립호떡, 크림빵 등 삼립 브랜드의 전담조직으로, 현재 약 20명 규모로 운영된다. 브랜드 디자인 1팀·2팀, 그리고 공간 디자인 파트로 구성돼 있으며, ‘랩Lab’이라는 이름에는 인하우스 에이전시를 넘어 보다 능동적이고 실험적인 조직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새로운 시도를 직접 기획하고 제안하는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업무의 약 30%는 디자인을 넘어 브랜딩까지 확장하는 자체 제안형 프로젝트로 채워진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디자이너 역시 더욱 주도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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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디자인 랩 디자이너들. 앞줄 왼쪽부터 이유미 디자이너, 오연수 디자이너, 권예주 디자이너, 양서윤 팀장, 전희경 실장, 이지선 디자이너. 뒷줄 왼쪽부터 정현욱 디자이너, 강혜인 디자이너, 장소연 파트장, 배우형 디자이너, 장아림 디자이너, 김현아 디자이너, 이현지 디자이너, 문순희 디자이너, 임수희 디자이너, 김성범 디자이너.
‘모먼트 제주’는 어떻게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장아림 ‘모먼트 제주’는 제주도의 감성을 담은, 제주도에서만 판매하는 베이커리 기프트 브랜드로, 우도 땅콩 버터파이와 감귤 쿠키 등 현지 재료를 활용한다. 사실 이 제품들은 2019년에‘제주선물세트’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판매되었다. 당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인기를 끌었지만 비슷한 모방 제품이 쏟아지면서 차별성이 약해졌다. 그 결과 사업부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요청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단순히 패키지 그래픽을 새로 입히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진행할수록 점점 욕심이 생겼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꿔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아예 브랜드화를 제안했다. 제주산 원료로 만들고 제주에서만, 그것도 여행을 마무리하는 면세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제품이니 ‘모먼트’라는 이름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행히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본격적인 브랜드 디자인이 시작됐다.

책처럼 넘기는 구조나 창문 형태의 타공 등 디테일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유미 기념품의 본질을 고민했다. 버리지 않고 오래 간직할 수 있는 패키지를 생각하다 보니 소비자경험 중심의 디자인에 도달했다. 제주 기념품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풍경’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풍경을 더 감동적으로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창문 타공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창밖을 바라보며 회상하듯 제주를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또 기념품이니 사람들이 앨범처럼 넘기며 추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처럼 열리는 패키지 구조를 구상했다. 디테일이 많아 제작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하겠지만, 뚜껑과 케이스를 따로 만들지 않고 한 장의 종이를 접는 구조를 개발해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부담도 낮췄다. 제품을 소비한 뒤에도 풍경 일러스트만 따로 떼어내 간직할 수 있는 엽서 구조도 만들었다.

제품별로 담아낸 풍경과 색이 다른데, 이는 어떻게 매칭했는지 궁금하다.

장아림 처음에는 직관적인 매칭을 구상했다. 감귤 쿠키에는 감귤밭, 우도 땅콩 버터파이에는 우도 풍경을 넣는 식이었다. 그런데 막상 적용해보니 너무 뻔해 보이더라. 그래서 ‘우리만의 제주 풍경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접근방식을 바꿨다. 유명 관광 명소에만 기대지 않고, 제주의 다양한 사진을 모두 수집해 큰 틀에서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접근하니 훨씬 체계적인 발상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감귤 붓세(한입 크기의 케이크)는 표면이 거칠고 하얗게 보여 눈처럼 느껴졌고, 거기서 한라산 설경을 떠올렸다. 여기에 어스름한 새벽풍경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고, 그 과정에서 상품 컬러인 연보라색을 추출해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컬러 팔레트를 잡아갔고, 그 과정을 공유하니 일러스트 작가도 의도를 잘 이해해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또 풍경은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그래서 제품마다 다른 형태의 타공을 넣어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을 표현했다.

사실 이전까지 삼립이 디자인을 잘한다는 이미지는 강하지 않았다. 이번 수상으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삼립 역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전희경 삼립 디자인 팀은 원래 마케팅실 산하 조직이었지만, 2023년부터 디자인실로 독립했다. 그 이후로 훨씬 주도적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팀의 목표도 명확해졌고 자신감 역시 커졌다. 다만 균형은 필요하다. 삼립은 80년 역사의 브랜드이고,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헤리티지 브랜드와 제품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브랜드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리뉴얼을 진행한다. 반대로 이제 막 시작했거나 과도기에 있는 브랜드는 보다 과감하게 실험한다. 나는 폴 랜드의 “디자인은 브랜드의 말없는 홍보대사”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제품이든 디자인이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말을 건네고, 브랜드와 손을 맞잡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늘 그 지점을 고민하며 작업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양서윤 내부에서는 “삼립의 경쟁력중 하나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세상에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더 많다. 삼립이 젊고 감각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를 전하는 삼립 디자인 랩이 되고 싶다.


얌 브랜딩

얌Yaam은 프리미엄 베이킹 재료를 소상공인에게 공급하는 B2B 베이커리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B2B 시장은 기능과 효율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브랜딩에 큰 공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삼립 디자인 랩은 이런 시장에서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이 찾은 핵심은 ‘신뢰 형성과 인지도 향상’이었다. 단순히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를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사용자와 정서적 관계를 맺고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고자한 것이다. 그래서 얌에는 기존 B2B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강렬한 색감과 간결한 그래픽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브랜딩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색’이었다. 베이킹이 지닌 창의성과 따뜻함을 담을 수 있는 색을 찾던 끝에,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노란색과 보라색을 선택했다. 색이 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색의 힘, 베이킹의 본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도 도출됐다. 동시에 전문성과 친근함 사이에서 사용자들이 정서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패턴 개발에도 집중했다. 컬러·형태·텍스트를 단순화하고, 반복되는 ‘Yaam’ 글자의 패턴과 미니멀한 구성으로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장소연 파트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실질적으로 전달하며 사용자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카페쇼 현장에서 많은 방문객들이 얌의 색감과 그래픽을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언급했을 때, 브랜딩이 사용자 경험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라고 말했다.

빚은 글로벌 브랜딩

‘빚은’은 삼립의 전통 떡 브랜드이자 떡 카페 형태로도 운영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신규 지점 오픈을 계기로 글로벌 확장을 위한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했고, 이를 통해 보다 실험적이고 모던한 시도를 펼칠 수 있었다. 이번 브랜딩은 젊은 세대와 더 넓은 대중을 아우르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에 대해 임수희 디자이너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일관되게 구현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자평했다. 삼립 디자인 랩은 전통 떡 틀에서 영감을 얻어 떡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심벌을 개발했고, 한옥 지붕의 곡선과 소반 다리의 라인을 닮은 로고타이프를 통해 장인의 손길과 우아함을 표현했다. 색상 팔레트 역시 의미를 담아 구성했다. 흰색을 중심에 두어 ‘백의민족’의 정체성과 절제된 미학을 드러내고, 곡물의 따뜻함을 담은 갈색, 신뢰와 품질을 상징하는 파랑·은색을 조합했다. 여기에 정성과 귀함을 상징하는 금색을 포인트로 더했다. 한복 주름과 색동의 겹침에서 착안한 패턴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 고유의 리듬과 정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삼립약과 리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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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약과 리브랜딩은 iF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했다. 참여 디자이너: 전희경, 양서윤, 오연수, 김현아, 장소연

약과는 오늘날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디저트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이다. SPC삼립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약과 리브랜딩에 나섰다. 삼립이 주목한 것은 외국 고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삼립약과만의 이야기’였다. 단순한 제품 리뉴얼이 아니라, 약과를 즐길 이유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약과와 함께하는 티타임’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하고, 가장 매력적으로 약과를 즐길 수 있는 TPO(시간·장소·상황)를 제안한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패키지 전면에는 약과의 다양한 원재료와 풍미를 표현하고, 티타임을 상징하는 주전자와 찻잔 일러스트를 배치해 약과가 차와 함께 즐기기 좋은 디저트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용 타이포그래피도 개발했다. 약과의 주재료인 ‘꿀’을 모티프로, 꿀이 흐르는 듯한 형태의 로고 서체를 디자인해 달콤함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련의 변화는 삼립약과가 회사 내부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제품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오연수 디자이너는 “전면 리뉴얼을 맡았을 때 기존 틀을 유지할지, 아니면 삼립약과만의 현대적인 개성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결국 새로운 디자인을 과감히 제안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7호(2025.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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