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 풍경을 그리는 건축, MAD 아키텍츠
MAD 아키텍츠는 개발과 성장의 언어로 대변되던 중국 건축 담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독자적 위치를 확립했다.

급속한 도시화와 개발 열풍을 겪은 중국은 2000년대 이래 속도와 기능을 위시한 건축이 도시 전반을 지배했다. 그 결과 오늘날 여러 도시 문제에 직면했다. 지역성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은 도시의 정체성을 희석시켰고, 전통 건축과 생활사적 공간이 빠르게 사라졌다. 고층 빌딩과 상업 단지가 늘어선 스카이라인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됐으며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공 공간은 부족했다.


MAD 아키텍츠는 속도 중심의 개발 논리가 한계에 봉착하던 시기에 등장한 건축 집단이다. 설립자 마옌쑹马岩松은 이러한 흐름에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도시 비전을 제시했다. 바로 ‘산수山水 도시’다. 마옌쑹은 건축이 인간과 자연, 시간의 층위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수 도시는 도시 밀도, 기능성, 그리고 예술적 개념으로 자연경관을 결합한 개념으로, 물질문명의 발전보다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우선하는 미래 도시를 구성하려는 시도다. 중국 전통 회화의 산수 정신을 현대 도시의 맥락으로 끌어온 것인데, 이때 ‘산수’는 단순히 자연이 아니라 주변 세계에 대한 개인의 감정적 반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층 폭넓은 맥락을 지닌다. 이렇듯 MAD 아키텍츠는 개발과 성장의 언어로 대변되던 중국 건축 담론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독자적 위치를 확립했다.


중국 현대건축에서 MAD 아키텍츠는 ‘포스트 스타 건축가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다. 2000년대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2008, 설계 헤어초크 & 드 뫼롱)과 CCTV 빌딩(2012, 설계 OMA)처럼 해외 스타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한 아이코닉한 건축물이 잇따라 들어서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MAD 아키텍츠는 외부의 시선을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내부의 문제와 맥락에서 출발한 담론을 기반으로 세계 건축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들의 작업은 곡선과 유기적 형태, 자연광과 바람, 물의 흐름 같은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획일적인 스카이라인 속에서 ‘휴머니즘적 건축’을 제안한다. 이는 중국 도시가 더 이상 단순한 개발 현장이 아니라, 새로운 미학적 실험이 이루어지는 무대임을 증명한다.


MAD 아키텍츠를 국제적으로 각인시킨 작업은 캐나다 ‘앱솔루트 타워’(2012)다. 일명 ‘매릴린 먼로 타워’라 불리는 이 건물은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쌍둥이 빌딩으로, 직선적이고 기능적인 마천루가 지배하는 도시 풍경에 강렬한 대비를 만든다. 이어 중국 하얼빈 오페라하우스(2015)는 설원 속에 파묻히듯 놓인 조형미로 중국 현대건축의 새로운 미학을 알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나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어설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2025 예정)는 이들이 서구권 문화 프로젝트까지 주도하는 역량을 갖췄음을 입증한다. 동양 철학과 서구 기술을 결합해 ‘자연을 닮은 미래 도시’를 구상하는 MAD 아키텍츠의 언어는 글로벌 건축 담론에서 지속 가능성 및 인간 중심 디자인 논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동시에 세계 건축의 발신지로서 중국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금 우리가 MAD 아키텍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중국 건축에 대한 복제와 과잉, 개발 중심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 도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적 풍경을 제안하는 건축 집단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자하 하디드 시대의 곡선 건축을 계승하면서도 개발 중심의 과도기를 지나온 중국의 도시 건축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MAD 아키텍츠는 하나의 건축 사무소를 넘어 중국이 세계 건축 담론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