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건물들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서울시는 매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통해 도시의 아름다운 외관을 빚어낸 건축물을 기린다. 공공적 가치와 예술성,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선정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축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사례로 기록을 남긴다. 수상작은 서울건축문화제 기간 동안 시상과 전시를 통해 시민과 만나게 되며 서울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낸다.

도시 계획론에 따르면, 도시를 이루는 유기적 요소는 시민(Citizen), 활동(Activity), 그리고 토지와 시설(Land & Facility)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토지와 시설은 시민의 일상을 담아내는 물리적 배경이다. 건축물의 외관은 그 배경을 구성하는 가장 뚜렷한 요소로, 하나하나가 모여 도시의 풍경을 빚어내는 얼굴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건물을 떠올릴 때 곧장 그 도시의 풍경을 함께 떠올리곤 한다.

서울시는 매년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통해 도시의 아름다운 외관을 빚어낸 건축물을 기린다. 공공적 가치와 예술성,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선정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축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사례로 기록을 남긴다. 수상작은 서울건축문화제 기간 동안 시상과 전시를 통해 시민과 만나게 되며 서울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낸다.

2025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서울성: 다층도시(Seoul-ness: Multi-Layered City)’라는 2025년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에 맞춰 선정되었다. 대상의 영예는 성수동에 위치한 ‘코어해체시스템’이 거머줬다. 최우수상은 북촌의 ‘푸투라 서울(FUTURA SEOUL)’과 강동구의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가 선정됐다. 그 외에도 우수상 5곳과 45세 이하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 신진 건축상 1곳이 수상했다. 한 곳 한 곳 살펴보며 어떤 건축물이 지금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새로 등극했는지 살펴보자.
대상 – 코어해제시스템
by 주식회사 푸하하하건축사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159

대상을 차지한 성수동의 ‘코어 해제 시스템(Core-解體 System)’.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의 사옥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건축물의 이름 그대로 건물의 중심 뼈대를 새롭게 나누는 방식과 자연광으로 내부를 채운 점이 높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보통 건물은 코어를 한쪽에 세워 기둥과 벽으로 무게를 버티지만, 이 건축물은 코어를 ‘十(십)’자 형태로 분산시켜 건물 전체를 지탱한다. 그리고 그 교차 지점마다 사각형 모양의 보(포스트텐션보)를 연결해 기둥 없이 넓고 시원한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내부는 탁 트인 개방감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완성됐다.

또 다른 핵심은 ‘가위계단’이다. 돌음계단과 직선 계단을 교차해 몸을 돌리지 않고 층간을 이동할 수 있으며, 한 번에 세 층을 연결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부서간의 미팅과 회의가 많은 디스이즈네버댓의 업무 문화와 유연한 조직구조를 반영했다. 중앙에는 가위계단, 양쪽 끝에는 승강기가 놓이고 넓은 복도가 이를 잇는다. 중앙부에는 화장실과 편의 공간, 설비 공간이 배치됐다. 사람이 1인당 사용하는 공간의 크기, 책상 사이의 거리, 조명, 설비 시설의 위치까지 꼼꼼하게 계산해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우수상 – 푸투라 서울 (FUTURA SEOUL)
by PSPTVS, WGNB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61

최우수상은 두 곳이 선정되었다. 그 중 한 곳은 종로의 ‘푸투라 서울(Futura Seoul)’ 이다. 북촌 가회동에 들어선 푸투라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전시 플랫폼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어 그대로 ‘미래(Futura)’를 향한 새로운 예술적 상상력을 공간에 담아냈다. 북촌이라는 장소가 오래도록 유지해온 시간의 밀도를 지닌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의 예술적 실험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다.


건물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풍경속에 녹아들어있다. 숨어 있던 녹지 공간과 한옥 특유의 기와 곡선, 길가의 소나무와 거리의 흐름, 멀리서 드러나는 인왕산과 하늘빛까지. 이 풍경의 조각들을 다양한 볼륨으로 끌어안아 공간 전체를 마치 조각 작품처럼 엮어냈다. 건물 안팎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예술과 일상, 내부와 외부를 유연하게 넘나들도록 동선을 구현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흐름’이 이번 건축상의 주제와 맞아떨어지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총 1157㎡ 규모의 3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1층과 2층이 전시 공간, 3층은 테라스와 옥상 정원으로 연결된다. 특히 층고가 10.8m에 달하는 전시실은 푸투라 서울의 상징적 공간이다. 벽면과 천장의 일부를 열어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개방감을 확보해 작품과 관람객이 함께 호흡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최우수상 – e 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
by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강동구 고덕로 98길 75

또 다른 최우수상의 주인공은 서울 고덕강일지구에 들어선’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다. 2019년 설계 공모 당선작으로 2024년 2월 준공된 이곳은 말 그대로 다리(Bridge)처럼 도시와 단지를 이어주는 열린 주거 모델로 기존 한국형 아파트의 폐쇄적 구조를 탈피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파트 단지와 도시, 주민과 이웃을 자연스럽게 이어내며 오늘날 필요한 ‘다층도시’의 가치를 보여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시와 연결, 입체적 도시풍경 형성, 균형이 있는 주동 밀도’를 단지 설계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런 맥락에서 고덕 어반브릿지는 아파트 단지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담장을 도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계로 바꾸었다. 다시 말해, 주변 도시 풍경과 공존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 아파트 단지의 경계부에 낮은 건물을 배치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마당은 필로티 아래를 거쳐 단지 중앙의 넓은 외부 공간으로 확장된다. 도시민의 흐름을 단지 안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한 입체적 구조다.\


단지 중심에는 폭을 넓힌 보행통로가 놓여 있다. 이 길은 산책로와 공원 기능을 겸하며 하남시의 생태축과 솔뜨락공원까지 연결된다. 건물들이 교차하며 생긴 중앙 광장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마당 같은 공간이 된다. 또, 단지 안 곳곳에 마련된 공유 공간과 여러 가지 형태의 집들이 각 거주민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존중하고.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우수상 (공공부문) – 서울 AI 허브 메가플로어
by STPMJ 건축사 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태봉로 108

우수상은 공공 1곳과 민간 3곳, 총 4곳이 수상을 했다. 그 중 공공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서초구 우면동의 ‘서울 AI 허브 메가플로어’.이 곳은 4차 산업을 이끌 인공지능 기업과 연구소를 위한 공유형 업무시설이다. STPMJ 건축사사무소의 임미정 건축가는 공유와 협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목표로, 창의적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구상했다.

건물은 ‘ㄱ’자 형태의 코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조망이 좋은 북쪽과 동쪽은 사무와 연구 공간으로 채광이 풍부한 남쪽과 서쪽은 자유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배치했다. 층마다 이어진 계단과 건물 전체를 연결하는 보이드 공간은 기업들이 서로 마주치고 오가도록 하여, 우연한 만남과 협업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외관 역시 이 개념을 담았다. 북쪽과 동쪽은 규칙적인 기둥 배열로 안정적인 업무 공간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남쪽과 서쪽은 기둥의 방향과 슬래브(건물의 바닥판)가 달라지면서 공유 공간의 자유로운 성격을 표현한다. 건물 전체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네 면을 하나의 통일된 인상으로 묶어냈다.
우수상 – 화연재(和然齋)
by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3길 94
민간 부문 수상작은 총 3곳. 그 중 한 곳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자리한 ‘화연재(和然齋)’가 수상했다. 근대문화재인 돈암장의 부속 건물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이 곳은 전통 한옥과 현대 주거의 경계에서 태어난 프로젝트다. 장소가 지닌 역사적 맥락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주거 형식으로 이어가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기존 양옥의 일자형 구성을 이어받으면서 과거 집의 중요한 장치였던 진입 마당과 거실 앞마당의 흐름은 살렸다. 여기에 과거 돈암장의 기억을 담아 새롭게 만든 ‘돈암마당’과 중심 홀을 더해 주거의 축을 다시 짰다. 특히 돈암마당에는 건축 중 발견된 거대한 바위를 옮겨 놓아, 돈암장을 상징하던 천연 바위의 상징성을 재현했다. 곳곳의 작은 마당은 실내와 외부를 잇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2층 가족실과 이어진 마당은 곡면 유리벽으로 감싸, 실내와 자연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새롭게 만든 주거의 중심인 홀은 두 개의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과 곡선형 복도가 어우러져 화연재만의 특징을 드러낸다. 계단을 오르며 창으로 보이는 돈암장 한옥 지붕은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거리에서 마주하는 외관 전경은 돈암장 담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익숙한 맥락을 잇는 동시에 새로운 풍경을 더했다.


우수상 – 중동고등학교 원익관
by 프로토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나날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로 7, 중동고등학교

‘서울 중동고등학교 원익관’도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100여 년간 교육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이를 담아내는 학교 건축의 변화는 더뎠다. 원익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기존 교사동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프로젝트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층적 도시 속 학교의 모습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새 건물은 1980년대 교사동과 2000년대에 지어진 체육관, 다목적강당을 잇는 방식으로 배치됐다. 축구 규격의 운동장을 유지하면서도 큰 순환 동선을 만들어 흩어져 있던 동들이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통합되었다. 새롭게 조성된 중정과 3층 옥상정원은 학생들이 머물며 소통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붉은 벽돌 외관은 기존 학교의 재료를 존중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정리해 여러 동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도록 했다.


내부에는 기둥의 막힘 없이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철골 구조를 활용해 대규모 자율학습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미나실, 학습카페, 자율학습실 등은 학습과 휴식, 교류가 동시에 일어나도록 계획했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학생들이 스스로 공간을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것. 운동장과 중정이 함께 보이는 자율학습실과 1층 카페테리아는 학생들이 자연을 가까이 느끼며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우수상 – 커피_공연장 / 도시_공연장 (COFFEE AUDITORIUM)
by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11길 15

우수상의 마지막 주인공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모퉁이에 들어선 ‘커피_공연장’이다. 현재 JM커피의 신사 라운지로 사용되고 있는 이 공간은 보행로와 건물사이의 공간을 만들어 보행자에게 여유 공간을 돌려주며, 도시와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대를 제안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가로수길의 대부분 건물은 도로와 외벽이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전면을 살짝 뒤로 물려 세워 보행자를 위한 여백을 만들었다. 그렇게 생긴 공간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거리의 공공성과 상업성이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조경과 조명, 벤치를 더해 걷는 이에게는 휴식의 장소가 되고 매장에는 자연스러운 홍보의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했다. 내부에는 부지 양쪽을 연결하는 길을 두어 이동뿐 아니라 머물고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 건물의 외관은 사람과 도시가 소통하는 ‘무대’를 의도했다. 한 층씩 물러난 테라스는 길을 걷는 보행자와 건물 위 사람들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생동감을 더하고, 5층까지 이어지며 거리를 향한 객석이 된다. 이러한 장치로 길은 자연스럽게 ‘무대’가 된다. 사람들은 앉아 쉬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며, 때로는 작은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동시에 테라스는 회의실이나 미팅룸, 창작 공간으로도 활용되며 이용자의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변한다. 그 결과, 외관은 도시와 건축이 서로를 바라보는 무대가 되어 ‘도시_공연장’으로 기능하게 된다..
신진건축상 – 그리드 149
by 소수건축사사무소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가락로 28길 9

신진건축상은 서울의 젊은 건축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주목하는 상이다. 올해의 신진 건축상은 성수동의 ‘그리드 149’가 수상했다. 고층 아파트와 낮은 주택이 공존하는 경계에 놓인 이곳은, 길의 생동감을 유지하면서도 아파트만 가득한 도시 풍경에 다른 모습을 제시하고자 했다.

건축가는 땅과 길 사이에 ‘그리드’라는 장치를 두었다. 담장처럼 닫히면서도 창처럼 열리는 이 구조는 빛을 조절하고 거주자의 일상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그리드는 깊이에 따라 공간의 성격을 바꾼다. 얕은 쪽에는 거실과 주방 같은 열린 생활 공간을, 깊은 쪽에는 침실과 욕실 같은 사적인 공간을 두어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도 도시와의 연결성은 유지했다. 남향·서향마다 다른 깊이는 처마와 차양이 되어 빛을 거르고 친환경적인 주거 환경을 만든다.

지하 1층에서 2층은 상업시설, 3~5층은 주거로 구성된 복합 건물이다. 모든 세대가 발코니나 정원을 갖고 있고, 특히 2층에는 생활 가로와 연결된 반외부 공간이 있어 보행자와의 소통을 열어준다. 그리드 속 공간은 주변 풍경을 정돈해 안으로 끌어들이는 필터처럼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