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부터 몬치치까지,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예쁘지 않아 더 인기 있는 캐릭터들
요즘 들어 캐릭터들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에 인기를 얻는 캐릭터의 디자인은 예쁘거나 귀엽거나, 그렇지 않다면 세련되거나였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저 예쁘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하지 않는다. 캐릭터에 애정을 느끼려면 일단 개성과 서사가 있어야 한다. 못생겨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못생긴 모습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요즘 들어 캐릭터들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호응을 얻고 있다. 귀여워서, 무해해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들은 ‘꾸미기’ 열풍에 힘입어 더욱 활동하는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가방에 캐릭터 키링 한두 개쯤 걸려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니, 가방에 캐릭터 키링 하나 없으면 오히려 서운할 정도가 되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가방에 걸리는 캐릭터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도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 인기를 얻는 캐릭터의 디자인은 예쁘거나 귀엽거나, 그렇지 않다면 세련되거나였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저 예쁘다고 해서 무작정 좋아하지 않는다. 캐릭터에 애정을 느끼려면 일단 개성과 서사가 있어야 한다. 못생겨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못생긴 모습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무조건 못생겨야만 인기를 얻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니, 예전의 미적 기준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감성이다. 이러한 현상은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표현된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적 미의 법칙을 벗어난 괴이함이 바로 ‘남들과 다른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다수에 기준에 맞췄던 관습과 뚜렷이 구분되는 태도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특하고 못생긴 캐릭터들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해 내고 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없어서 못 파는 ‘라부부’

털이 북슬북슬하게 있는 몸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토끼 귀, 익살스러운 표정 사이로 보이는 9개의 이빨…. 묘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이 캐릭터는 중국 최대 규모의 아트토이 제작 기업 팝마트(POP MART)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이자, 현재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부부’의 모습이다. 어쩌면 라부부의 외모는 비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괴이한 외모가 더할 나위 없는 매력 요소로 꼽히며 기존 캐릭터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놀라운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판매를 시작함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빚는 것은 물론이고 리셀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홍콩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자랐던 디자이너 카싱 렁(龍家昇)은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북유럽 신화에 영감을 받아 ‘숲속의 요정’이라는 콘셉트로 라부부를 탄생시켰다. 동양인이 서양의 신화를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단번에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와 분위기, 특정 문화권에 속하지 않는 듯한 애매모호함은 다양한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오늘날의 흐름과 맞물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셀럽들이 먼저 앞다투어 애정을 드러냈던 이 캐릭터는 미국, 유럽, 일본을 넘어서 한국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귀여움과 괴이함의 경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캐릭터가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독특한 외모나 분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희소성’에 있다. 팝마트는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비롯하여 계절, 테마에 따라 각기 다른 디자인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라부부를 구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어떤 디자인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정 비율로만 나타나는 ‘시크릿’ 에디션은 수집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덕분에 품절 사례는 쉽게 일어나고, 재입고 주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팬들은 발매일에 맞춰 줄을 서거나 온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분위기가 라부부의 인기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는 모습이 못났지만 사랑스러운 ‘크라이 베이비’

라부부의 뜨거운 인기로 품절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새로운 캐릭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 서서히 팬층을 넓혀 가고 있는 캐릭터는 라부부와 더불어 팝마트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크라이 베이비(Cry Baby)’다. 이름대로 항상 눈에 눈물을 머금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인 이 캐릭터는 태국 출신 아티스트 몰리(Molly)가 만들었다. ‘우는 것 또한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이 된다’라고 여기는 작가의 감정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그녀가 사랑하는 반려동물 ‘솜춘(Somchun)’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캐릭터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실컷 울고 나면 괜히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크라이 베이비는 이와 같은 감정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캐릭터다. 스스로 감정에 솔직하게 마주하며 단단한 내면을 만들고자 하는 메시지가 캐릭터 기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캐릭터를 구상했다는 작가의 소감처럼, 한바탕 신나게 울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못생겼지만 특유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라이 베이비는 지난해 파워퍼프걸과 협업한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일부러 웃기게 못생긴 ‘퍼글러’
최근 신세계그룹 정유경 회장의 장녀이자 혼성 아이돌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멤버인 애니(본명 문서윤)가 소유한 아이템 중 ‘퍼글러 (Fugglers)’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퍼글러는 ‘Funny Ugly Monster’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제멋대로 못생긴 얼굴에 사람의 이와 같은 이빨을 드러낸 것이 특징인 캐릭터다.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괴물들은 흥미롭게도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영국 작가 루이스 맥겟트릭(Louise McGettrick)은 남편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에 우연히 상어 이빨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고자 테디베어에 틀니를 끼운 인형을 제작했다. 괴이하지만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는 2010년에 세계적인 핸드메이드 판매 사이트 엣시 Etsy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된다. 폭발적인 반응과 더불어 폭스 FOX 뉴스 등의 주요 매체에 소개되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멕겟트릭은 2018년에 캐나다의 완구회사 스핀 마스터(Spin Master)에 퍼글러를 매각했고, 2021년에는 영국의 애도 플레이(Addo Play)가 스핀 마스터와 협력하면서 제작 및 유통을 확장했다. 이후 퍼글러는 시즌 및 시리즈 별로 한정 출시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탓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단독 입점해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일부러 못생기게 만든 데다가 사람의 이를 연상케하는 이빨이 달려 으스스한 분위기까지 들지만, 어디서나 볼 수 없는 희소성과 보면 볼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강렬함이 더해져 서서히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중이다. 디자인마다 고유한 설정과 이름이 있어 모으는 재미가 있는 퍼글러는 라부부와 더불어 괴이하지만 귀여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존재다.
못난이 인형을 닮은 ‘몬치치’

원숭이같이 부숭부숭한 털과 못난이 인형을 닮은 얼굴이 인상적인 몬치치(モンチッチ, Monchhichi)는 귀여움이 치사량인 캐릭터다.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몇십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74년 일본의 완구 회사 세키구치가 선보인 이 캐릭터는 프랑스어로 ‘나의’라는 뜻을 가진 ‘몽(Mon)’과 아이가 손이나 젖병을 빨 때 나는 의성어인 ‘츄츄’를 결합한 이름처럼, 손가락을 빠는 모습이 시그니처 포즈라고 한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우정, 사랑, 행복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형’이라는 개념으로 디자인된 몬치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런 특징 덕분에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수출되며 인기를 끌었고, 1980년대에는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등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인기가 주춤하며 판매가 부진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레트로 열풍이 일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시리즈와 새로운 캐릭터가 선보이고 있으며, 유명 캐릭터와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Z세대가 좋아하는 키링도 인기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 및 수집용 인형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들을 대변하는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엉뚱한 친구들’

팝마트는 자체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기 캐릭터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배경인 ‘비키니 시티’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각종 물고기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한 시리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폰지밥 비키니 시티의 엉뚱한 친구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인의 감정을 절묘하게 대변하는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력하고 허망한 듯한 표정은 하루를 버텨나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퍽 닮아있다. 왠지 내 감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공감을 얻고 있는 중이다.


과거라면 출시조차 생각하기 어려웠을 법한 이 캐릭터들이 지금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유의 엉뚱함과 솔직한 표정이 ‘나를 대신 표현해 주는 굿즈’로 인식되면서 팝마트의 캐릭터 라인업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꼭 예쁘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매력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라부부, 퍼글러, 몬치치 등과 같은 캐릭터의 공통점은 ‘기존과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외형’과 더불어 ‘랜덤성’과 ‘희소성’이 있다. 특히 희소성은 ‘갖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갖고 말겠다’는 열망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된다. 타인과 다른 차별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방법은 캐릭터를 소유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지만, 진짜로 특별해지려면 그 과정을 공유해야 완성된다. 캐릭터를 구매하고, 박스를 개봉하며 예상치 못한 디자인을 마주했을 때의 반응을 나누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그래서 캐릭터 자체가 놀이이고 문화가 되고 있다.

이런 문화는 수집에 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 창작과 소비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캐릭터 구매에 관련된 서사를 쌓는 것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영감을 받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캐릭터를 대하는 애정 어린 모든 태도가 캐릭터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되며, 다시 캐릭터에 빠져드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덕분에 전 세계 캐릭터 시장이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대중문화 전반에서 나오고 있는 ‘완벽함’에서 느끼는 피로감 또한 괴이한 귀여움에 빠져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모습보다 왠지 모르게 허술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훨씬 솔직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는 이모티콘에서 B급 감성이 인기를 얻는 이유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어딘가 부족하고 비틀려 보이는 외형이 아이러니하게 개성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사람들은 그 불완전한 부분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투영한다. 이런 현상을 통해 사회 속에서 언제나 완벽함을 요구받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미적 감각을 비트는 못생기고 이상한 캐릭터들은 이제 개성 표현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귀여움을 느끼는 부분도, 사고 싶어 하는 마음도 모두 개인의 생각에 달려있기에, 이 현상은 계속해서 이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들은 귀여움과 괴이함, 친근함과 낯섦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새로운 미적 기준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