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논을 닮은 발리의 레스토랑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현지 경험을 선사하는 레스토랑 디자인

'타임 아웃'이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중 하나로 꼽은 발리 페레레난. 이곳 특유의 지역성을 담은 공간 속 독특한 다이닝 경험을 선사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계단식 논을 닮은 발리의 레스토랑

발리의 유명한 지역 중 하나인 짱구(Canggu)에서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면 비교적 조용하고 덜 번화한 페레레난(Pererenan)이 나온다. 더 차분한 버전의 발리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와 서퍼들이 모이는 곳으로, ‘타임 아웃’이 성수동 등과 함께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중 하나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발리의 전통적 풍경을 반영한 ‘계단식 논’ 구조의 건축물

이곳 페레레난에서도 발리 특유의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다. 셋 앤 라이즈 발리(Set N Rise Bali)는 건물과 공간에 그런 지역적인 개성을 담은 레스토랑이다. 계단식 논이 들어선 산비탈 옆에 자리하여, 마치 논과 대칭되는 듯한 계단식 구조로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식사 경험을 선사한다. 셋 앤 라이즈 발리는 자신들이 인도네시아 요리를 기본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식재료와 조리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음식을 만든다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같은 맥락에서 지역성과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이닝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공간을 설계한 스튜디오 코타(Studio Kota)는 이 레스토랑이 발리의 기후와 공동체 문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공간을 지향하는 최근 발리 건축의 지향점과 닿아 있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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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Indra Wiras/Studio Kota

레스토랑이 있는 부지는 폭 5미터 정도의 좁고 긴 형태로, 크고 완만한 언덕의 일부다. 길에서 연결되는 쪽이 언덕의 위쪽이고, 부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서 점점 낮아진다. 건축 디자이너들은 이 경사면을 설계에 반영하여 입구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가게 되는 계단식 구조를 선택했다. 모든 층은 열대 식물들로 가득한 정원과 접한 하나의 경사로로 연결된다. 손님들은 이 경사로를 통해 각각 다른 분위기의 네 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손님들은 건너편의 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비일상적인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경사로 위에는 건물 지붕으로부터 확장된 구조물이 드리워져 있어 한낮의 뜨거운 햇빛과 비를 차단한다.

비일상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반개방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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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Indra Wiras/Studio Kota

손님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소소한 기쁨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레스토랑 측의 바람에 따라, 건물은 경사로뿐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반半개방식으로 설계되어 자연과 실내 공간을 연결한다. 발리의 열대기후를 반영하여, 삼각형으로 긴 건물의 상단부는 비를 막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햇빛과 바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여러 개의 지느러미 같은 목재 패널을 겹치는 방식을 통해 윗면과 옆면 모두에 의도적으로 틈을 낸 것이다. 자연과 가까이 닿아있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여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다. 외관과 인테리어는 시각적으로 흙과 나무의 촉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역시 고려했다. 현지에서 조달한 목재와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로 마감했고, 자연에 가까운 온도의 뉴트럴톤을 활용하여 주변 경관과 통합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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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Set N Rise Bali 인스타그램

네 개의 층은 각각 DJ 부스가 있는 바, 편안한 좌석을 갖춘 식사 공간, 정원과 어우러지는 공간, 부티크 상점 등 서로 다른 콘셉트로 구성됐다. 거리와 접해 있으며 입구가 있는 가장 윗층은 메인 주방과 그릴, 바 카운터 등이 있는 차분하고 정돈된 공간이다. 두 번째 층은 작은 부티크가 있는 상업 공간 겸 식사 공간으로, 소파 좌석, 콘크리트 좌석 등 다양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어 손님들이 원하는 분위기의 좌석을 골라 앉을 수 있다. 세 번째 층은 DJ 부스, 야외 칵테일바와 함께 동일한 디자인의 4인용 테이블들이 여럿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좀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교 모임이나 저녁 모임을 갖기에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건너편의 ‘논 뷰’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맨 아래층은 오픈 키친, 야외 테이블, 야외 무대가 있는 캐주얼하고 개방감 있는 공간이다. 이따금씩 야외 이벤트가 열리며, 이벤트가 없더라도 계단식 논 뒤로 저무는 긴 노을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손님들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오가며 각자가 기대하는 더욱 ‘발리다운’ 식사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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