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로 세상 짓기,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의 본질과 미래를 탐구하는 60일의 글로벌 축제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시작됐다. 9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 청주 문화제조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72개국 1,300여 명의 작가가 2,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역대급 규모다. ‘세상 짓기’라는 주제로 디지털 시대의 공예가 던지는 질문과 대안을 만나볼 수 있다. 공예로 가득 채워질 청주의 60일, 그 풍경을 미리 들여다본다.

공예로 세상 짓기,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세상을 짓는 공예, 네 개의 장면으로 펼치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바로 ‘세상 짓기(Re_Crafting Tomorrow)’다. 이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명품과 일회용품의 홍수 속에 새로운 공예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란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2회 연속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강재영 감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몸의 회복과 물질적 지능을 고양하는 공예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고, 우리 일상에서 공예의 잠재력과 대안적인 실천을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의식주 전체의 창작 행위를 의미하는 ‘짓다’를 중심으로 인류의 삶과 긴밀히 관계를 맺어온 공예를 조망하고자 본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1 9
본전시 입구에 설치된 프란체스코 시메티 작가의 ‘물결(Swell)’.
2 7

2025 청주비엔날레는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행위’를 통해
곧 공예가 새로운 문명을 생성해 가는 현장이 됩니다.

2025 청주비엔날레 강재영 예술감독

첫 번째로 화가의 정물, 건축가의 의자, 공예가들의 오브제 등 다양한 예술 분야 작가들의 공예 오마주 작품으로 구성한 ‘보편문명으로서의 공예’가 펼쳐진다. 공예는 인간 삶의 근본 요소인 의식주의 생산, 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문명의 출발점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던진다. 전시는 입구에 걸린 거대한 설치 작품부터 시작한다.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환경과 생태적 위기를 담아낸 프란체스코 시메티 작가의 ‘물결(Swell)’, 반복을 통해 생성된 시간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담아낸 강석영 작가의 ‘무제(Untitled)’, 도자기의 기형을 새롭게 결합해 입체적인 구조체를 완성하는 윤상현 작가의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작은 기획 공간이기도 한 ‘바람과 달, 술과 가야금, 시와 그림 사이로 흐르는 멋과 흥 – 풍류’는 꼭 챙겨볼 것. 무형문화재 김광환 소목장, 김영조 낙화장, 양태현 궁시장, 이종성 사기장, 조준석 악기장의 협업으로 완성한 공간인데,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은 ‘중정’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3 8
무형문화제 5인이 협업해 완성한 기획 공간 ‘바람과 달, 술과 가야금, 시와 그림 사이로 흐르는 멋과 흥 – 풍류’.
4 6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 섹션 전경. 김희찬 작과와 구세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가 이어진다. 여기서는 디지털 문명이 초래한 속도 과잉의 시대에 공예가 가진 특성, 촉감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다. 얇은 나무 조각을 뜨거운 인두로 구부려 유기적인 곡선 형태를 만들어내는 김희찬 작가와 손이라는 신체 언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구세나 작가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섹션은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이다. 이곳은 인간을 위한 공예에서 나아가 지구 생명체에 대한 죄책감 없는 공예, 즉 이 시대가 새롭게 요구하는 공예의 가치에 더 집중한다. 흙과 나무, 섬유와 금속 같은 재료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 사회와 문명을 구성하는 존재자로 인식하고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마지막 색션은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로 지역공동체와 함께 완성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예술가와 시민, 장인과 아마추어,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만들기(Worlding)’을 통해 공예를 실천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20250912 031819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 섹션에서 볼 수 있는 홍림회의 지팡이. 산불로 불에 탄 나무로 만든 작품들이다.
20250912 031925
청주에서 자란 쌀을 활용한 아트디너와 퍼포먼스를 전시한 강진주 작가의 ‘쌀을 짓다’.

비엔날레 속 숨은 보석 같은 특별전들

본전시를 모두 둘러보았다면 초대국가전과 3개의 특별전을 놓치지 말길.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태국을 주빈국으로 맞이해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태국의 독특한 공예 문화를 소개한다. ‘유연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재활용 소재와 자연 재료, 그리고 세대를 잇는 기술을 통해 환경적 책임과 문화적 연속성을 잇는 공예의 미래를 제시한다. 전시는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태국 장인들의 창작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12 4
‘유연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기획한 초대국가전 태국.
15 3
초대국가전 태국의 전시 전경.

특별전으로는 현대자동차와의 아트 파트너십으로 선보이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엮음과 짜임>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는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영국 맨체스터 휘트워스 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인도 국립 공예박물관의 협력으로 완성했다. 한국과 인도를 넘나드는 리서치 트립을 진행하고 각국의 다양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섬유 기법과 재료, 자인 정신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신작을 제작했다. 하나의 달빛이 천 개의 강물 위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는 ‘월인천강(月印千江)’을 바탕으로 섬유 노동의 명상적 수행성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직조한 장연순 작가, 관람자의 움직임과 호흡에 반응하는 얇은 베일로 시공간적 풍경을 담아낸 유정혜 작가, 인도 쿠치 지역 공예 공동체와 협업으로 감각적인 작품을 완성한 홍영인 작가, 카디면을 활용한 섬유 조각부터 자신만의 소미사로 인간 생애의 궤적을 담은 의복을 완성한 고소미 작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결국 섬유를 매개로 전통과 현대, 서로 다른 국가와 지역의 문화를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직조해 예술 협업의 시대를 선보이고자 한다. 이 전시는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하고 2026년 2월에는 인도 뉴델리, 2026년 7월에는 영국 맨체스터로 순회할 예정이다.

7 1
6 3
현대자동차와의 아트 파트너십으로 선보이는 특별전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엮음과 짜임>.

다른 특별전으로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삶과 수행,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성파선예전’이다. <명명백백(明明白白)>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눈치챘듯 일체의 꾸밈없이 순수한 본질 그 자체를 추구한다는 철학을 담아 작품을 선보인다. 길이 100미터에 이르는 순백의 한지가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고요한 침묵 속에서 모든 번뇌는 사라지고 사유의 세계를 경험케 한다. 그 옆 전시관으로 유목문화가 깃든 펠트 공예품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키르기즈 공화국 ODA 특별전>도 열린다.

11 4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삶과 수행,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성파선예전’.

공모전에서 체험 프로그램까지

비엔날레에서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을 빼놓을 수 없다. 1999년부터 시작해 세계 공예의 트렌드를 제시하고 창의적인 작가를 발굴하며 비엔날레의 정신과 역사를 계승해 온 권위 있는 공예 분야의 공모전으로 올해로 13번째. 이번 공모전에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며 뜨거운 경쟁을 치뤘다. 총 71개국, 990명이 지원한 이번 공모전은 치열한 경합 속에 이시평 작가의 ‘Log 일지(日誌)’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20250912 032707
2025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이시평 작가의 ‘Log 일지(日誌)’.

1차 온라인 심사와 2차 실물 심사까지 독보적인 주목을 받은 이시평 작가의 작품은 작품명 그대로 ‘물성의 일지’를 쓰듯 매일매일 지난한 작업 끝에 완성한 가구이다. 녹슨 금속 기둥에 쇳가루를 주입해 반복적으로 굴려 짙은 색을 만들고 이를 가구에 스며들게 한 것.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금속 기둥의 소리가 변화를 청각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낸 깊은 색감은 시각적으로도 매혹적이라 공예와 조형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누구나 공예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어린이를 위해 공예로 놀이할 수 있는 어린이비엔날레 <놀러와요! 누구나 마을>을 지었다. 뿐만 아니라 공예스튜디오 체험, 공예 마켓, 2025 대한민국 미술여행, 국제공예포럼, 국제공예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 60일의 축제를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

Information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세상 짓기 Re_Crafting Tomorrow>​

기간 2025.09.04. – 2025.11.02.
주소 문화제조창 본관(​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운영 시간 매일 10:00 – 19:00
예술 감독 강재영
주최 청주시
주관 청주공예비엔날레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