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캐널하우스에서 만난 구스타브 웨스트만
주거 공간을 무대로 한 팝업 투어
인형의 집에서 막 튀어나온 듯, 발랄하고 유쾌한 조형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커비 미러(Curvy Mirror). 전 세계에 셀피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구스타브 웨스트만(Gustaf Westman) 작품이다.

북유럽 태생이지만, 웨스트만의 작업은 스칸디나비안 특유의 미니멀하고 절제된 디자인 문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있다. 강렬한 레드에서 포근한 파스텔 톤을 망라하는 다채로운 색감과 장난스럽고 과장된 형태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구현한다. 기능적 오브제를 넘어 일상의 공간을 감각적 무대로 변모시키는 그의 작품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사용자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새롭고 강렬한 디자인의 영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디자이너로 단순히 오브제를 만드는 것을 넘어 도시의 거주 공간을 디자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실험에 나섰다. 캠페인 파트너는 글로벌 홈스와핑 플랫폼 킨드레드 (Kindred). 여행자가 서로의 집을 교환하며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서비스다.
웨스트만은 자신의 스톡홀름 아파트를 킨드레드를 통해 공개한 데 이어, 베를린, 파리,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마드리드를 돌며, 실제 주거 공간을 무대로 한 팝업 투어를 펼쳤다. 방문객들은 그의 작품을 샵에 진열된 ‘상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에서 일상을 나누는 ‘존재’로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넘어, 디자인의 세계관에 물리적으로 들어온 체험자로 변모시킨다.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도시에서 진행된 캠페인인만큼, 각 도시만의 고유한 감성도 팝업 투어 안에 녹여냈다. 파리 팝업에서는 ‘바게트 홀더’ 같은 특별한 오브제를 선보였고, 암스테르담에서는 보트를 타고 가구와 오브제를 팝업 장소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강한 빗방울이 운하로 쏟아지던 8월의 마지막 날. 암스테르담의 가장 아름다운 운하로 꼽히는 프린센흐라흐트(Prinsengracht)에서 열린 구스타브 웨스트만의 팝업 현장도 일반적인 상업 공간이 아닌 실제 킨드레드 회원의 거주 공간이었다.

“저의 작업물이 개인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지길 원했어요. 기존의 팝업 공간은 종종 차갑고 딱딱하죠. 그래서 ‘왜 실제 집에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웨스트만은 팝업 공간의 일부 원래 가구를 그대로 두며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는 것을 넘어, 마치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투어가 진행된 도시 또한 웨스트만에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이 도시들과 인연이 깊었고, 현지 커뮤니티에서 요청도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이곳들을 선택하게 됐죠.”


각 도시의 특색과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도 이번 투어의 핵심. 파리에서는 바게트 홀더, 암스테르담에서는 네덜란드를 대표 스낵인 비터발른 스푼, 투박한 나막신이 등장했다. 특히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암스테르담 아파트는 도시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 방문객들에게 낭만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준 이번 팝업에 대한 문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어요. 특히 암스테르담에서는 거의 모든 제품이 매진될 정도였죠.”
한국에 대한 계획을 묻자 웨스트만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곧 한국에서도 이케아 컬라버레이션 제품을 선 보일 예정인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 너무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