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BIPB 국제포스터아트비엔날레 리뷰
올해로 3회를 맞이한 BIPB 국제포스터아트비엔날레는 포스터를 매개로 한국과 세계가 연결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바르샤바 국제 포스터 비엔날레, 국제 멕시코 포스터 비엔날레, 불가리아의 소피아 국제 공연 포스터 트리엔날레···. 글로벌 포스터 디자인 행사는 포스터를 매개로 개최국이 세계적인 담론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자국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9월 1일부터 21일까지 인덕대학교 아정갤러리에서 열린 제3회 BIPB 국제포스터아트비엔날레(이하 BIPB)가 한국 디자인계에 더없이 귀중한 까닭이다.


2021년 처음 선보인 이 행사는 포스터 디자인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대의 담론을 기록하는 시각 아카이브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올해 BIPB는 참여하기 쉬운 비엔날레로 거듭나고자 응모 요강을 간소화했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첫 회에는 700명이었던 참여 디자이너가 올해 1316명으로 늘어났다. 4026개에 달하는 출품작 수는 비엔날레의 인기를 증명한다. 방대한 양의 포스터 가운데 수상작을 추려낼 국제 심사위원단으로 네빌 브로디, 조너선 반브룩 등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11명이 참여했다.

전시장에선 이들 심사위원의 일부 작품을 특별 초청작으로 공개하는 것은 물론, 우베 뢰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대거 소개했다. 올해 출품작의 전반적인 경향은 사회적인 메시지와 실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특히 기후 위기, 인권 문제 등 전 인류가 처한 현안을 직관적으로 드러낸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형식 면에서는 개성 넘치는 타이포그래피, 드로잉, 3D 그래픽 등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선병일 BIPB 조직위원장은 이에 대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젊은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과감한 형식 실험은 포스터라는 장르가 결코 낡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한편 각종 부대 행사와 프로그램은 BIPB가 전시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선병일 조직위원장의 특강, 헝가리 디자이너 벤체 키스Bence Kiss와 불가리아의 라도슬라바 보르Radoslava Boor의 학생 대상 워크숍은 포스터 디자인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올해 BIPB는 세계의 변방에서 외롭게 열리는 행사가 아닌, 세계 포스터 디자인계의 일부임을 증명했다.


Interview. 선병일 BIPB 국제포스터아트비엔날레 조직위원장

“BIPB는 한국 디자인계가 세계와 대화하는 창이다.”
출품작 4026점 가운데 160점을 엄선했다고 들었다.
미적 가치, 예술적인 콘셉트, 기술적 완성도, 독창성, 전달 효과를 기준으로 어렵게 최종 수상작들을 결정했다. 심사 과정에서는 작가가 함축한 메시지의 깊이와 사회적 파급력까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결과에 반영했다. 그 결과 올해 수상작들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면서도 시각적으로도 탁월해 메시지와 심미성의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여전히 포스터를 독자적인 작품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동의한다. 유럽과 중남미에서는 포스터가 미술관에 전시하는 작품인 동시에 사회적 발언을 드러내는 무대로 인정받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업적인 선전 매체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BIPB를 통해 대중의 인식을 전환하고자 노력했다. 포스터도 하나의 예술 장르이며, 지금도 활발히 호흡하며 살아 움직이는 시각 언어임을 알리고 싶었다.


BIPB가 국제적인 디자인 행사로 남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다양성, 접근성,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이 중요하다. 다양한 국적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전시를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젊은 디자이너의 전시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국제적 교류와 젊은 창작자들의 만남이야말로 BIPB를 세계 디자인계에서 빛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BIPB가 한국 디자인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BIPB는 한국 디자인계가 세계와 대화하는 창이다. 이제 한국은 BIPB를 활용해 글로벌 디자인계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포스터 디자인과 관련한 제도적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 아쉽다. 공공기관과 문화 예술 관련 단체, 대학, 기업이 포스터를 공공의 문화로 육성하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그리고 대중과 사회 전반이 관심을
기울인다면, 조만간 포스터가 대중 예술로서 꽃피우고 장차 ‘K-포스터’로 주목받을 것이다. 앞으로의 관심과 지원이 한국 디자인사의 물줄기를 바꿀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