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 디지로카 리뉴얼 프로젝트

올해 롯데카드는 자사의 카드 앱 '디지로카' 리뉴얼 프로젝트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전반과 그에 담긴 인사이트를 소개한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 디지로카 리뉴얼 프로젝트

<파이낸셜 타임스> 출신의 오피니언 리더 톰 포렘스키Tom Foremski가 “모든 기업이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주창한 지 20여 년이 흘렀다. 그의 예견은 옳았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자사의 메시지를 콘텐츠화한다. 최근에는 자사 플랫폼을 활용한 ‘큐레이션 미디어’로 거듭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기업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참여하는 동반자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2021년 신용카드 앱 ‘디지로카’를 론칭한 롯데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면 개편을 단행한 이 앱이 최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금융업계에서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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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문 회사 ‘토탈임팩트’와 함께 리뉴얼한 디지로카 앱.

국제적 인정을 받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기업의 새로운 비전에서 비롯되었다. 리뉴얼은 단순히 카드 혜택이나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고객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20년부터 여러 차례 협업했던 디자인 전문 회사 토탈임팩트가 프로젝트 전반에 참여했다. 롯데카드는 디지로카의 콘셉트를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앞서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설정했다. 실제로 앱에선 결제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개인에게 필요한 콘텐츠와 커머스 서비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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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적용한 실시간 케어 메시지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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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재편과 UX·UI 디자인 역시 이러한 기조를 반영해 이루어졌다. 고객의 관심도가 높은 메뉴가 최상단에 보이도록 조정했으며,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실시간 케어 메시지’ 기능을 도입했다. 복잡한 레이아웃을 지양하고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정리해, 정보 오인지를 방지하고, 서비스 이용에 따른 피로도를 낮췄다. 웜 그레이 톤의 배경 컬러, 3D 아이콘을 대체하는 사진 이미지의 활용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준 롯데카드 디지로카전략실장은 “많은 고객이 달라진 앱에 방문해 콘텐츠와 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소비의 맥락에 맞게 큐레이션하면, 고객은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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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카는 복잡하고 화려한 그래픽 이미지보다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활용해 사용자의 피로도를 낮췄다.

Interview. 디지로카 리뉴얼 프로젝트의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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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나건 토탈임팩트 자문위원, 김병준 롯데카드 디지로카전략실장, 김봉주 토탈임팩트 본부장, 이건희 롯데카드 브랜드전략실장.

“롯데카드에게 디자인은 고객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커뮤니케이션하는 행위이다.”

신용카드 앱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를 표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병준 기존 카드사들이 만든 앱과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정보 나열에 그치는 대부분의 앱은 고객이 원하는 이벤트나 혜택을 찾는 데 매우 불편하다. 사용자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고객의 관심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리뉴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정한 콘셉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시간 케어 메시지가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건희 그렇다. 앱 안팎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새로 도입한 기능 가운데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고객이 쿠팡에서 롯데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면, 해당 제품과 관련된 다른 품목들을 제안한다. 골프 일정을 등록하면 해당 골프장의 날씨를 알려주고, 라운드가 끝날 때쯤에는 주변 맛집까지 추천한다. 고객 경험의 여정이 결제에서 멈추지 않고 끊김없이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디자인 차원에서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김봉주 사전 조사를 통해 경쟁사들의 앱 디자인을 분석했는데, 컬러와 로고를 배제하니 전반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서비스가 꽤 많았다.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앱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트렌드를 좇는 대신 롯데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앱 디자인 전반에 반영해 차별화하고자 했다.
이건희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층은 20~60대로 매우 폭넓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가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 썼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3D 그래픽은 의도적으로 덜어냈다. 카드사 앱이 아닌 미디어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접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나건 현란한 컬러를 활용하면 시각적으로는 눈에 띄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카드사가 진중하지 않게 느껴진다. 화려한 색감을 배제한 것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고 본다.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특별한 인사이트가 있나?

김병준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카드사 앱은 카드 이용에 대해서만 잘 알려주면 되지 않냐’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콘텐츠를 활용해 커머스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앱 내의 커머스 서비스는 현재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에 필적할 만큼 성장했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결국 카드사 앱이냐 아니냐를 떠나, 적절한 맥락에 맞게 고객에게 큐레이션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나건 디자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협업에 달려 있다. 디자인 전문 회사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기업이 외부 디자이너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달랐다. 토탈임팩트의 디자인이 훌륭했고, 롯데카드의 매니지먼트도 탁월했다.
김봉주 동의한다. 다른 기업들을 따라하는 건 쉬운 일이고,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CEO와 경영진에게도 어려운 결정이다. 다년간의 협업을 통해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에 수상도 가능했다고 본다.

이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 디자인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

나건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은 전체 출품작 가운데 겨우 7~8% 정도밖에 수상하지 못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그런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롯데카드의 디자인 저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의 경향이나 디자인 트렌드와 다르게 전개했던 것이 수상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참신한 디자인이 글로벌 어워드에서 수상하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많은 디자인 전문 회사들이 롯데카드의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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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롯데카드가 추구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건희 잘 정리하는 디자인 아닐까? 카드사는 업계 특성상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마다 다양한 정보를 넣어야 한다. 혜택과 프로모션 정보, 금융 당국에서 요청하는 의무 표시 문구 등 많은 양의 텍스트가 들어간다. 그렇기에 롯데카드에게 디자인은 고객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커뮤니케이션하는 행위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8호(2025.10)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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