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이끄는 특별한 창업 지원 센터가 있다. 바로 ‘이노베이션 RCA’다. 예술과 디자인 교육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기관이지만, 재학생과 졸업생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 이에 2009년 창의력과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RCA를 설립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기술과 금융 중심의 인큐베이션에 집중하는 반면 이노베이션 RCA는 디자인적 사고와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둔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육성한다. 목표는 디자인 중심의 혁신 기업을 창출하고,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큐베이터와 달리 IT, 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군에 집중하지 않고 농업·기후·의료 기술부터 금융, 패션, 교육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지원한다. 이노베이션 RCA의 강점은 신소재와 디지털 기술, 엔지니어링, 창의성을 자유롭게 결합하는 혁신적 접근에 있다. RCA 배터시 캠퍼스 내 클로어 이노베이션 센터에 위치한 이노베이션 RCA는 스타트업에 사무 공간과 워크숍, 실험실을 제공해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고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원 프로세스는 단계별로 체계화되어 있다. 먼저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장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검증한 뒤 디자인 중심 접근법을 적용해 프로토타입 제작과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전문 멘토링과 코칭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시장 전략, 지적재산권(IP) 관리, 투자 유치 등 창업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RCA 디자인 앤드 이노베이션 펀드와 엔젤클럽 RCA 등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기 자금 확보와 성장 단계 투자까지 연결하며, 국내외 액셀러레이션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고려한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RCA 출신 창업자들은 높은 기술력과 디자인, 창의성을 결합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 RCA는 꾸준히 그 성과를 입증해왔다. 지금까지 126명의 졸업생이 87개 기업을 설립했으며, 높은 투자 유치와 매출 실적뿐 아니라 여성 창업자 비율과 일자리 창출에서도 탁월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이노베이션 RCA를 ‘세계적 수준의 스핀아웃 인큐베이터이자 창업 성장을 견인하는 영감을 주는 조직’으로 평가했다. 2019년에는 영국 비즈니스 엔젤 협회(UK Business Angels Association)에서 ‘2019 올해의 액셀러레이터’ 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혁신과 디자인이 결합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이노베이션 RCA는 RCA 출신 창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뿐 아니라 디자인 교육과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인큐베이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