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퓨머 에이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영국의 조향사 린 해리스가 전개하는 향수 브랜드 퍼퓨머 에이치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자연과 예술이 매개하는 감정과 기억을 향으로 재해석하는 린 해리스만의 독창적 접근은 니치 향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영국의 조향사 린 해리스가 전개하는 향수 브랜드 퍼퓨머 에이치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자연과 예술이 매개하는 감정과 기억을 향으로 재해석하는 린 해리스만의 독창적 접근은 니치 향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자연 원료의 본질을 극대화하고 직관적이면서도 시적인 향을 구현하는 이 브랜드는 향수를 비롯해 캔들, 인센스, 티, 룸 스프레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조향의 경계를 넘나든다.

건축가 김대균과 디자이너 캐서린 펠의 협업으로 완성해 지난 8월 도산공원에 문을 연 퍼퓨머 에이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존 주택을 2층 규모의 독립적 파빌리온 형태로 재구성한 건물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설계를 맡은 김대균 건축가는 퍼퓨머 에이치의 향이 가진 분위기를 공간에 온전히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가벼운 그림자 사이로 반짝이는 빛이 비치는 검은 벽과 나무숲’. 건축가가 퍼퓨머 에이치의 향에서 떠올린 이미지다. 이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 영국적이거나 한국적인 공간이 아닌, 브랜드 고유의 정서가 드러나면서도 보편적 아름다움을 지닌 공간을 디자인했다. 건물은 나무가 무성한 도산공원과 마주한다.


공원에 면한 1층에는 큰 창을 내어 내부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했고, 2층은 코너 창과 가로로 긴 창을 만들어 도산공원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공원을 등지고 홀로 선 주변 건물과 달리 내외부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한 시도다. 건물 앞에는 앞마당과 작은 목구조 파빌리온을 두어 상공간이 즐비한 거리에 숨통을 틔웠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브랜드의 이야기가 한층 선명해진다.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재와 벽돌, 콘크리트로 마감한 내부는 검박하고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가구와 조명, 오브제까지 모든 디테일에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장인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한 결과다. 퍼퓨머 에이치는 향수를 담는 유리병부터 가구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장인의 손을 빌려 제작한다. 한국의 고목재와 장인이 정성껏 빚어 만든 벽돌, 공예가의 섬세한 손길로 완성한 기물이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퍼퓨머 에이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만의 인상을 만든다.


내부에는 35종의 향을 시향할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핸드블로운 캔들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 조향 감각을 미식으로 확장한 팬트리 컬렉션 공간까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퍼퓨머 에이치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 자체로 브랜드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장이기에 설계와 운영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런던, 도쿄, 파리 등 주요 도시에 한정해 소수의 매장만 운영하는 이유다. 한국적 정서와 장인 정신, 동시대 미감을 담아 완성한 서울에서의 새로운 여정에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