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들을 위한 ‘휴대용’ 미니 바이닐

지름 10cm LP판, ‘타이니 바이닐’

피지컬 음반의 감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손바닥 크기의 ‘타이니 바이닐(Tiny Vinyl)’은 지름 4인치(약 10cm)의 미니 바이닐로, 기존 턴테이블에서도 그대로 재생할 수 있다. 작지만 완벽한 사운드와 아날로그의 촉각적 경험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음반이다.

수집가들을 위한 ‘휴대용’ 미니 바이닐

피지컬 음반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새로운 형태의 음반이 등장했다. 지름 4인치(약 10센티미터)가량의 미니 바이닐, ‘타이니 바이닐(Tiny Vinyl)’이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서, 별도의 전용 기기 없이 기존의 12인치 바이닐용 턴테이블에서 재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턴테이블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바이닐로 듣는 촉각적 경험과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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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아이(KATSEYE) 타이니 바이닐. (수록곡: Gnarly/Gabriela) 사진 tiny vinyl, Target

소형 바이닐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에 이미 일본 레코드 제작사 토요카세이(東洋化成)가 한 면당 최대 3분까지 음악을 담을 수 있는 지름 3인치(약 7.6센티미터)짜리 바이닐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다 2019년, 미국 턴테이블 제작사 크로슬리(Crosley)가 레코드 스토어 데이(Record Store Day: 독립 음반판매점들이 각 나라마다 연중 하루를 정해 여는 행사)를 맞아 한정 판매 방식으로 3인치 바이닐 음반과 전용 턴테이블을 출시했다. 하지만 크로슬리의 미니 턴테이블로 들을 수 있는 3인치 음반의 수가 많지 않았고,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턴테이블의 보급형 모델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보니 일상적인 형태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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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캣(Doja Cat) 타이니 바이닐. (수록곡: Kiss Me More/Streets) 사진 tiny vinyl, Ta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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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마스(Bruno Mars) 타이니 바이닐. (수록곡: Grenade/Talking To The Moon) 사진 tiny vinyl, Target

미국의 스타트업 ‘타이니 바이닐’이 2025년 출시한 4인치짜리 ‘타이니 바이닐’은 이런 약점들을 보완한다. 크기를 4인치로 제한하여 귀여움은 그대로지만, 한 면당 4분까지 음악을 수록할 수 있으며 별도의 전용 턴테이블이 필요 없도록 전통적인 바이닐 레코드와 재생 방식과 속도를 같게 만들어 실용성과 수집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자동 기능은 사용할 수 없으나, 기존 턴테이블의 바늘과 카트리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대부분의 수동 턴테이블과 호환한다.

무게는 일반적인 바이닐의 무게인 140g의 10분의 1 정도인 15g이다. 석유 기반 PVC로 만드는 대부분의 바이닐과 다르게 100% 식물성 기반의 재생 가능 소재로 만들어 탄소발자국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타이니 바이닐에서 발매한 음반들은 모두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수록곡, 커버 아트, 발매 시기에 대한 결정권을 전적으로 갖고 새롭게 한정판으로 기획한 정품 음반들이다. 타이니 바이닐 측은 레코드 실물 제작 과정만 책임졌다. 각 판과 커버에는 소장 가치를 더하기 위한 한정판 일련번호를 새겼다.

2023년 타이니 바이닐을 공동 창업한 닐 콜러와 제시 만은 이 제품이 ‘기존의 12인치 바이닐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좋아하는 음악을 새롭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두 사람은 음악의 도시인 미국 내쉬빌에서 오랫동안 관련 경력을 쌓았다. 콜러는 방탄소년단 등 유명인들을 모델로 한 피규어 펀코 팝(Funko pop) 개발팀을 비롯한 토이 및 수집품 분야에서 25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만은 공연 및 페스티벌 업계에서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 등을 거치며 30년간 일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펀코 팝 상자에 들어갈 크기의 미니어처 토이 레코드판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으나, 점차 실제로 일정 음질의 사운드를 구현하고 커버 아트까지 만들 수 있는 소형 음반 포맷을 새롭게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를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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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타이니 바이닐인 다니엘 도나토Daniel Donato의 투어 기념 음반 사진 tiny vinyl 인스타그램

2024년 5월, 컨트리 뮤지션 다니엘 도나토(Daniel Donato)와 함께 만든 프로토타입이 도나토의 투어 중 판매되며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서 확신을 얻은 두 사람은 이후 여러 아티스트 및 레이블들과의 협의를 거쳐 4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현재까지 유니버설 뮤직,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등과 계약을 맺고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 브루노 마스(Bruno Mars),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도이치(Doechii) 등 인기 아티스트의 타이니 바이닐이 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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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타이니 바이닐이 스트리밍 시대에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제작하고 발매하는 방식과 더 부합하는 포맷’이라고 소개한다. 싱글이나 프로모션용 트랙을 실물 음반으로 발매하는 경우, 이 소형 바이닐이 음악 팬들에게 더욱 재미있는 소장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니 바이닐은 미국 전역의 대형 할인 매장 프랜차이즈 타겟(Target)에서 14.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아티스트와의 협의에 따라 온라인 스토어나 투어 현장, 레코드 매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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