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의 크리에이터가 기념하는 자라 50주년
‘50 Creatives for 50 Years’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50명의 크리에이터가 자라와 협업한 50개의 독창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자라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5년 스페인에 첫 매장을 연 자라는 광범위한 글로벌 유통망을 기반으로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생산·유통까지 이어지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누구나 접근 가능한 럭셔리’를 실현하는 패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협업 컬렉션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50 Creatives for 50 Years’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50명의 크리에이터가 자라와 협업한 50개의 독창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애니 레보비츠, 안나 수이, 케이트 모스, 마크 뉴슨, 나오미 캠벨, 노먼 포스터, 로살리아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가 의류부터 리빙,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했다. 아티스트 고유의 미학을 표현한 컬렉션은 자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해온 문화적 영향력을 가시화한다.




컬렉션의 면면도 흥미롭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래스의 메이크업 백이나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유리잔 세트처럼 저마다의 분야에 집중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보다 내밀하고 개인적인 접근에서 출발한 제품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파올리 피치올리가 디자인한 핫 핑크 서핑보드가 대표적이다. 서핑을 즐기는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자 작가인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를 보드 위에 새겼다. 채도 높은 핑크 컬러에 새틴으로 마감한 표면은 그의 패션 철학이 지닌 급진적 낭만성을 드러낸다.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자카르 직물로 프린트한 스웨트셔츠를, 사진가 스티븐 마이젤은 반려동물을 위한 가방을 선보였다. 큐레이터이자 편집자인 사라 에델만은 책의 페이지를 형상화한 오브제 형태의 책꽂이와 행어를 제작했는데, 조형적 오브제이면서 독서를 유도하는 이 가구는 패션, 예술, 음악, 출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사라 에델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패션 디자이너가 보드를, 영화감독이 의류나 가방을 디자인하는 등의 협업 방식은 크리에이티브를 해석하고 경계를 확장해온 브랜드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미학적 실험을 넘어 ‘패션의 민주화’라는 자라의 철학을 이어가는 실천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10월 2일부터 5일까지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 첫선을 보인 50개의 제품은 자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