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의 디자인, SHARE X INSIGHT OUT 2

산업 디자인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제조 기반은 분산되고 제품의 정의는 모호해졌으며, 디자이너는 하나의 산업 안에 머물 수 없다. 이 격변의 시기를 관통하는 새로운 언어와 태도를 찾기 위해 월간 〈디자인〉과 디자인 전문 교육 플랫폼 SHARE X는 ‘SHARE X INSIGHT OUT’의 두 번째 주제로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의 디자인’을 선정했다. 변화의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업 디자이너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는 11월 12일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장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앞서, 다섯 팀의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시대의 디자인, SHARE X INSIGHT OUT 2

참여자

송봉규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 대표. 라이프스타일, IT, 가전, 의료 기기, 공공 프로젝트 등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며 제품의 형태와 경험을 함께 탐구한다. 최근 런던 오피스를 개소하며 해외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bkid.co
정수헌·박리치 사람과 사물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비밥 공동대표.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브랜드까지 협업하며 기술과 감성을 아우르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bebopdesigners
이화찬·맹유민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구오듀오 공동대표. 제품, 가구, 공간 등 3차원 오브제를 중심으로 디자인한다.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부터 실험적 에디션 작업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kuo__duo
문석진 디자인 스튜디오 유즈플워크샵 대표. 기술과 재료, 공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 가구, 공간, 브랜드 등 다양한 범주의 작업을 진행한다. 리빙 브랜드 ABP(A Better Place)를 함께 운영한다. @usefulworkshop
김지윤 김지윤스튜디오 대표. 팬택, HSAD 등에서 제품과 브랜드 디자인을 두루 경험한 뒤, 2018년 스튜디오를 설립해 제품, 가구, 공간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겸임 교수도 맡고 있다. @jiyounkim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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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송봉규, 정수헌, 박리치, 문석진 / 아랫줄 왼쪽부터 이화찬, 맹유민, 김지윤

국내 산업 디자인 신, 정말 위기일까?

몇 달 전, 한 온라인 기사에 ‘산업 디자인 대멸종 시대’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붙었다.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산업디자인학과 수를 보면 그 말에 신빙성이 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섯 팀의 디자이너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다.

문석진 제조업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산업 디자인 신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 클라이언트의 문의가 줄긴 했지만, 그만큼 일의 밀도나 방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제는 단순히 일의 양보다 어떤 프로젝트가 의미있는가에 초점을 두려 한다.

김지윤 하지만 위기의 체감이 곧 소멸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저 제품을 소비하는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예전에도 MP3나 전자 사전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으로 통합되면서 ‘산업 디자인의 전성기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후, 이전에 없던 형태의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도난 방지 디바이스 등 보조 기기 같은 것 말이다. 히어로 아이템은 아니지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 시대인 것이다. 덕분에 스타트업들이 제조에 접근하기 한결 쉬워졌고, 그 환경이 지금의 변화를 만들었다.

비밥 우리가 일을 시작한 게 딱 그 시기다. 2015년 테크 스타트업 붐이 일 때 재미있는 작업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스타트업이, 특히 한국에서 많이 줄어든 게 아쉽다.

송봉규 나는 2006년에 커리어를 시작했고, 2008년에 대망의 아이폰이 나왔다. 1000개의 제품이 필요하던 시기에서, 순식간에 1000개의 앱이 필요한 시기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김지윤 대표의 말처럼 전자 제품 분야가 줄어든 대신 그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계속 생겨났다. 한쪽이 줄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부상한다. 그럴 때마다 파도를 타듯, 산업 디자이너들도 자본과 에너지, 리소스가 흐르는 곳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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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ID가 알레시와 협업해 만든 보온 텀블러, 부리Buri. 실험실 비커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쉽게 따르고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구오듀오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로서 우리 팀은 사실 ‘산업 디자인의 부흥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산업 디자인 전망 안 좋다, 시각 디자인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산업 디자인을 전자 제품 디자인에 국한했을 때의 이야기 아닌가. 우리는 3차원의 물체를 다루는 일이 곧 산업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례를 따르기보다 리빙이나 공간 디자인 등 다른 분야를 탐구하며 스스로의 ‘업’을 만들고자 했다.

비밥 요즘엔 구오듀오처럼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스튜디오가 많다. 전자 제품 자체도 점점 리빙 제품처럼 바뀌고 있다. 메탈과 플라스틱을 넘어 패브릭 등 다양한 질감의 소재를 다루게 됐고, 우리 역시 가구나 홈 데코 트렌드에 맞춰 가전제품과 가구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다.

구오듀오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전자 제품은 자본과 기술이 많이 필요하지만, 가구는 상대적으로 디자이너의 감각과 시도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다. 하지만 트렌드나 상업적 요구에만 맞추다 보면, 우리가 본래 추구하던 방향을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클라이언트 기반의 가구·제품 디자인도 하는 한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자유로운 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전시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위한 투 채널 전략이다.

글로벌이라는 가능성

저마다의 방식으로 확장을 시도하며 부침을 해소하는 스튜디오들.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돌파구는 시야를 넓히는 일, 즉 ‘글로벌’이다. 해외시장에서 더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더 넓은 이야기를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협업과 문화적 충돌은 각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한층 단단하게 다져준다.

송봉규 산업 디자인 신과 해외시장은 이제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제조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디자인은 서울에서, 제조는 부산에서, 어셈블은 평택에서 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폴란드나 독일에서 부품을 만들어 중국에서 마무리하는 식이다. 제조 체인 전체가 글로벌 단위로 확장된 것이다.

김지윤 난 기본적으로 국내에도 할 일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해외 프로젝트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 중에서 런던의 BAT(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와 협업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BAT는 시모어 파월과 오랫동안 파트너로 함께해왔는데, 우리가 내부 비딩에서 그들을 이긴 것이다. 그때가 내 커리어에서 가장 고무적인 순간이었다.

비밥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클라이언트가 해외에 있었다. 관심을 가졌던 기술과 IoT 기기를 다루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실리콘밸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2~3년 뒤 한국에도 비슷한 스타트업이 생겼고, 그때부터 국내 클라이언트와도 함께하게 됐다. 우리에게 해외는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구오듀오 우리는 처음부터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시장이라 생각했다. 최근에는 일본과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매체를 통해 우리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더라. 요즘은 온라인 채널이 워낙 다양하고, 줌 미팅처럼 가볍게 연결할 수 있는 수단도 많다. 해외 진출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비밥 우리도 처음엔 비핸스 덕을 많이 봤다. 학생이었을 때 올린 프로젝트를 보고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다.

구오듀오 요즘 친구들은 결과물만이 아니라 ‘서사’를 소비한다. 멋진 제품만큼이나 누가,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서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역시 산업 디자이너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디자인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해야 한다.

송봉규 시대의 흐름이다. 이제는 ‘누가 우리를 발견해 적합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느냐’의 게임으로 넘어갔다. 활발하게 확장을 시도하면서 클라이언트를 끌어당기는 매력을 디자이너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구오듀오 확실히 그렇게 우리를 발견해주고 먼저 찾아온 클라이언트는 느낌이 다르다. 해외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는 ‘하청’보다는 ‘공동 창작’의 느낌이 강하다. 그들은 이런 걸 해달라기보다 ‘구오듀오가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달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위계도 거의 없다. 작은 결정 하나도 디자이너의 의견을 먼저 묻고, 오히려 우리에게 컨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만큼 우리만의 주체적인 캐릭터를 세워야 하고,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따른다. 그래서 계속 ‘구오듀오’다움을 만들려고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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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오듀오와 가구 브랜드 위키노가 협업한 비노Vino 소파.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송봉규 생각해보면 농업도 1차 산업이었다. 그런데 4차산업 시대인 지금, 누가 대표적인 농부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드는 제품도 곧 ‘누가 만들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농부들 중에는 유기농이나 아쿠아포닉스 등 자신만의 정체성을 밀어붙이며 새 길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디자이너도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산업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흘러갈 것이고,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체성과 통합 사이에서

이제 산업디자인학과에선 제품 렌더링이나 사출금형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UX·UI를 강조한다. 형태를 다루던 산업 디자인의 언어가 화면과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혼란인지 진화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오듀오 마침 오늘 모 대학교의 졸업 전시회를 보고 왔다. 그런데 앱을 기반으로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물체는 단지 이를 엮는 수단처럼 느껴졌다. 교수님께 물리적 물체만 만든 학생은 없냐고 물었더니 “물체만 디자인하면 취업이 안 된다. UX·UI도 이제 산업 디자인의 디폴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현재 전공 학생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변화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씁쓸하기도 했다.

송봉규 나는 여러 크리에이티브 관련 학과 중 유독 산업디자인학과가 취업률에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역군을 배출해야 한다’는, 아무도 주지 않은 미션에 스스로 빠져들어서 유행하는 기술을 다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산업디자인학과는 분명 또 배우게 될 것이다.

김지윤 ‘새로운 걸 가져오라’는 말 안에는 ‘레드오션에서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판을 짜서 그 안에서 편하게 돈을 벌라’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고 본다. 산업은 곧 자본이다. 요즘 세대는 낭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문석진 꽤 오랫동안 출강을 하다가 최근 그만뒀다. 스케줄이 바쁜 탓이 가장 컸지만, 나는 여전히 물성과 전통적인 산업 디자인 과정에 집중하는 ‘올드패션’ 방식에 익숙하다. 반면 지금의 디자인 교육은 UX·UI나 AI 같은 새로운 기술의 이해와 적용 또한 필수적이라, 현시점의 교육자로서는 이런 것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교육기관은 유연해야 하고, 이런 새로운 기술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 손으로 그리던 것이 그래픽과 소프트웨어로 자연스레 대체된 것처럼 말이다. 흥미롭고 기대되는 흐름이다.

비밥 결국 중요한 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중심에 두고 확장해야 한다.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산업 디자인에서 가구나 UX·UI로 넘어간 친구들이 많은데, 후회하는 경우도 자주 봤다.

송봉규 아쉬워만 할 일은 아니다. 나는 늘 ‘왜 한국에는 UX·UI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BX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회사가 없을까’ 생각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보브, 영국 런던의 포피플, 일본 도쿄의 타크람 같은 회사는 디자인의 A부터 Z까지 다룰 수 있는 규모와 자본을 갖추고 있다. 국내 산업은 왜 여전히 세분화되어 있을까. 어쩌면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회사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비밥 오히려 희망이 보이기도 한다. AI 시대에 접어들며 UX·UI는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만들어진다. 인터랙션이 점점 단순화되고, 화면조차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결국 손앞에 남는 것은 물질이다. 소프트웨어가 점점 가구나 의자, 생활 오브제 안으로 스며들면 다시 하드웨어와 아날로그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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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이 가전 브랜드 스테나와 함께 만든 온열 가습기, 아르키텍Arkitek. 한국 전통 가옥의 기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송봉규 맞다. 산업 디자인은 없어지지 않는다. 최근 알게 된 AMMR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상반신은 로봇이고 하반신은 바퀴가 달린 디바이스인데, 지금 거의 모든 회사가 이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 카테고리가 사라지면, 또 다른 곳에서 새싹이 돋는 게 산업 디자인의 세계다.

함께, 더 멀리

기술은 진화하고 산업은 변하지만, 디자인의 목적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이제 산업 디자인은 다시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하고 있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함께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다.

송봉규 가끔 디자인이라는 필드가 대중과 너무 멀어져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중과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나는 〈흑백요리사〉를 보며 힌트를 얻었다. 재미있는 포맷을 통해 파인다이닝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듯, 디자인도 결국 ‘재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성은 디자이너가 자기 정체성을 버리면서 만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사람들이 찾아보게 만드는 힘, 그게 대중성이다. 그런 점에서 ABP(A Better Place)를 운영하는 유즈플워크샵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문석진 ABP는 스테이나 호텔로 불리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리빙 브랜드에 가깝다. 유럽 유학 시절 존경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배운 것은, 스튜디오는 작게 운영하되 로열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제품을 판매하는 로열티 방식도 있지만, 경험을 판매하는 것 또한 하나의 디자인 로열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간의 형태를 띠지만, ABP는 디자인 가구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초기 투숙객의 80% 이상이 디자이너나 관련 업종 종사자였고, 이후 일본의 소형 호텔이나 국내 공유 주거 브랜드, 해외 가구 회사로부터 프로젝트를 역으로 제안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객실 내 비치된 가구를 대량 납품하기도 했다. 개인의 취향에서 출발한 일이 다른 브랜드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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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플워크샵이 전개하는 리빙 브랜드, ABP. 가구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비밥 문석진 대표의 이야기는 결국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 풀린다’는 걸 보여준다. 꾸준히 좋아하는 걸 해야만 자기 색이 생기고, 버틸 수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결국 산업 디자인도 그렇다. 정말 좋아해야만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내부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며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려 한다.

구오듀오 우리가 왜 산업 디자인을 좋아하게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물성 때문이다. 만질 수 있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멋진 일이다. 지금 이 자리에도, 또 어딘가에도 그런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하며 이 신 자체를 더 키워보고 싶다.

김지윤 결국 남는 건 늘 그랬듯이 ‘계속하는 사람들’이더라. 산업이 바뀌고 기술이 진화해도 꾸준히 자기 세계를 이어가는 디자이너들이 결국 다음 시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계속 남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고, 한국 디자인 신에 좋은 선례를 남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송봉규 산업 디자인 업계에는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건 큰 축복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함께 모여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결과물을 꾸준히 만들어낸다면 대중과의 간극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스킨십을 늘려간다면 산업 디자인은 더 이상 ‘멸종’이 아니라, 계속 새롭게 진화하는 분야로 남을 거라 믿는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9호(2025.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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