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프롬프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물과 단어들은?
프롬프트 시대가 주목한 창작자, 그리고 사회적 논란
생성형 AI 툴이 업무의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AI로 생성된 콘텐츠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흔해졌다. 초반에는 이미지나 글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영상, 음원 등 다양한 분야의 결과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과물로는 더 이상 사람과 AI의 구분이 어려워질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사이에 AI가 이루어낸 변화는 상상이상이다.

AI 툴을 활용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려면 반드시 ‘프롬프트’를 입력해야 한다. 단어 선택, 문장 구조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으려면 AI에 최적화된 프롬프트 작성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종이 인기를 얻게 되었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서적과 교육 과정들도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 툴인 ‘미드저니(Midjourney)’는 월간지를 통해 사용자들이 만든 작품과 함께 그 노하우를 공유하며 프롬프트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AI가 콘텐츠 생성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그 기반이 되는 수많은 프롬프트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콘텐츠 제작 플랫폼 ‘카프윙(Kapwing)’에서는 미드저니에서 사용된 프롬프트를 수집 및 분석하고, 이를 통해 드러난 흥미로운 트렌드와 이슈들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챗GPT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밈’ 열풍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분위기에 주목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로 활용될 경우 특정 예술가나 브랜드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프랜차이즈 전체의 분위기까지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카프윙은 이런 힘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AI 사용자들이 프롬프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창작자나 브랜드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급된 당사자들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카프윙은 2025년 8월 기준의 미드저니 데이터베이스와 수작업 조사를 바탕으로 프롬프트 스타일과 주제 등 8가지 다른 범주에 걸친 핵심 키워드 목록을 구축했다. 이후 미드저니 디스코드에서 이러한 키워드를 포함한 AI 영상 및 이미지 프롬프트의 개수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에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브랜드 크리스피 크림 등, 897개의 인기 키워드가 포함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AI 생성 콘텐츠의 흐름과 더불어 이런 콘텐츠들이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가장 많은 영감을 선사한 예술가: 알폰스 무하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체코 출신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가 미드저니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예술가로 꼽혔다. 그의 이름이 포함된 프롬프트는 무려 230,794개에 달한다.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구스타프 클림트, 살바도르 달리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계 거장들을 모두 앞선 수치다. 많은 이들이 무하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의 감각적이고 은유적인 스타일이 AI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각적인 아이디어와 결합하기 용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프롬프트에서 찬사 받는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

섬세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매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미드저니 프롬프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영화감독으로 꼽혔다. 그의 미적 세계를 재현하고자 하는 이들 덕분에 그의 이름이 포함된 프롬프트는 92,378개에 달했다.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22,246개), 리들리 스콧(20,109개), 기예르모 델 토로(19,755개), 스탠리 큐브릭(16,758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열풍에 웨스 앤더슨은 “나는 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사람들이 내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내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일 뿐이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미학을 흉내 내는 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의 말처럼, 피상적으로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과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유와 창작 과정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러한 간극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모방은 창작자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건축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

예술, 영화에 이어, 건축에서도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으로 미국 건축 회사 중 약 8%가 설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20%는 AI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건축계의 거장들의 이름이 미드저니 프롬프트에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이미 고인이 된 ‘자하 하디드(Zaha Hadid)’다. 그녀의 이름이 다른 유명 건축가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유는, 그녀가 세운 건축회사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 ZHA)’의 영향도 있다. 실제로 ZHA는 팀원들의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미드저니와 달리(DALL-E)와 같은 AI 도구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프롬프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도시로 뉴욕이,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는 맥도날드가 꼽혔다. 영화,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와 도시가 프롬프트에 빈번히 언급되는 이유는 이들이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전형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시대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익숙한 소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드저니 프롬프트를 통해 보는 사회적 논란들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포함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열성적인 팬아트의 소재가 되어 왔다. 그렇기에 이번 프롬프트 분석 결과에서도 그 이름이 빠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위권에는 <아키라>, <나루토>가 자리했으며, 이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pirited Away)>이 10위권 안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순위 결과에서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AI 시대와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로 소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의 밈이 유행했을 때부터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팬 문화 전문매체는 “지브리 AI 필터는 애니메이션,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비판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작품의 비결이 단순히 스타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했다. AI가 스스로 사고하거나 창작하지 않고 작품의 표면적인 패턴만을 모방하기 때문에 원작이 지닌 기법과 주제 의식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웨스 앤더슨이 지적한 문제와 결을 같이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재능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AI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세계관과 미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 ‘창작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두 입장 모두 타당성을 지니지만,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모방에 대한 문제가 곧바로 생계로 직결될 수 있기에 단순하게 긍정적인 효과만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디지털 아티스트와 일러스트 작가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에서 9만 3천 번 이상 프롬프트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폴란드 작가 그렉 루트코프스키(Greg Rutkowski)는 미드저니에서도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예술가다. 그는 “누군가가 내 이름이나 다른 아티스트의 이름을 프롬프트나 스타일 지침으로 삼아 5초 만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자신이 처한 충격적이고 불안한 상황을 토로했다.
창작자 중에서도 특히 일러스트 작가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람과 AI 사이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나 기업 등 작품을 구매하는 측이 효율성을 이유로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드니대학교 정보기술학과의 카이 리머(Kai Riemer)와 산드라 피터(Sandra Peter)는 “일반적인 스타일과 특정 개인의 정체성과 거의 동일시될 정도로 독창적인 스타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하며 AI로 인한 변화가 예술가들의 생계뿐 아니라 예술적 유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창작자의 저작권 문제는 쉽게 해결 나지 않는 숙제다. 지브리 밈이 유행할 때도 저작권 논란이 있었으나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을 가진 저작권의 특성 때문이다.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외부로 발현된 ‘표현’이며, 아이디어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다. 화풍은 아이디어 영역에 포함되기에 지브리 풍 밈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뉴욕타임스 지의 윤리학자 칼럼니스트 크웨이미 앤서니 애피아(Kwame Anthony Appiah)는 “예술의 역사는 이전 작품의 기법과 표현 방식을 빌리고 변형해 온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작권은 일정 기간 동안 이미지의 권리를 보호하지만, 그 이미지의 구현에 사용된 아이디어까지 봉인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일본의 콘텐츠 해외배급협회가 스튜디오 지브리, 반다이 남코 등을 대표해 오픈AI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어 저작권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한에서 이들은 일본의 지적재산권(IP)을 무단으로 복제하고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주요 IP 산업이 집단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AI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과 생성형 AI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사회적 논의는 영화 관련 산업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드저니의 프롬프트로 많이 언급된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바로 ‘스타워즈’였다. 현재 스타워즈의 소유권을 가진 디즈니는 미드저니를 상대로 이른바 ‘끝도 없는 표절의 늪’이라 부르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통해 디즈니는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를 변형 없이 재사용하는 불법 복제와 인간의 창의성을 증진하는 도구로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을 구별하고자 했다.

이처럼 분쟁과 논의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AI 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달리의 이미지 생성기는 현존하는 예술가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요청을 거절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미드저니는 집단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독창적인 스타일을 얻기 위해 개성 있는 작가를 호출해 보라’는 권장 문구를 삭제했다. 창작자들 또한 새로운 시대에 맞춘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AI 도구를 통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며, 창의적인 정신을 되살리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성형 AI로 인해 전 사회적으로 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미래는 밝을 것이다. 사진이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회화 작품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생성형 AI로 인한 충격이 지나가면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며 진정한 독창성을 드러내는 예술가들이 다시금 주목받으리라 예상된다. AI의 창의성은 인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진정한 창작과 독창적 콘텐츠는 결국 인간에게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