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DA Winner] 기업가치혁신상 우아한형제들

올해 코리아디자인어워드 기업가치혁신상을 수상한 우아한형제들은 2010년 '배달의민족' 론칭 이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대중과 크리에이티브 신 모두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7월에는 전격적인 리브랜딩을 발표하며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2025 KDA Winner] 기업가치혁신상 우아한형제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조직이나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서비스라면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국민 서비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하고, 훨씬 더 과감한 결단력도 요구된다. 과거를 잊는 동시에 과거를 잇는 것. 올해 기업가치혁신상이 우아한형제들에 돌아간 것은 그 어려운 난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배달 플랫폼은 사회 인프라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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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브랜드 서체인 워크체와 플레이체.

2010년 서비스 론칭 이래 독창적인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배달 플랫폼으로는 이례적으로 팬덤까지 얻었다. 이들의 업적은 대중과 크리에이티브 신 모두에서 환영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배민신춘문예, 팬클럽 창단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축적하는 한편, B급 감성의 광고와 서체 개발 등으로 디자이너와 브랜딩 신에도 남다른 영감을 선사했다. 코로나19는 또 다른 기폭제였다. 배달 문화가 완전히 일상에 자리 잡았고 배민은 국민 앱이 되었다. 하지만 팬데믹은 새로운 숙제도 함께 안겼다. ‘보는 눈’이 많아질수록 기대와 책임도 커진다. 게다가 군계일학이었던 과거와 달리 배달 앱 군웅할거 시대에 접어들었다. 결코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지금의 정체성을 혁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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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콘퍼런스 ‘2025 우아콘’.

지난 7월에 발표한 리브랜딩에서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우아한형제들의 고민이 드러난다. 이들은 배달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한 미션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과 ‘원하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배달 플랫폼이 된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디자인에서는 15년간 축적한 브랜드의 자산을 과감히 뒤로하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혁신을 추구하는 태도는 유지하되, 사용자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체 불가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기에 리브랜딩의 의미와 가치가 서서히 알려지던 중인 2025년 연말에 수상한 기업가치혁신상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과감한 시도를 통해 혁신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이 기업의 행보를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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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 위치한 배민라이더 전문 교육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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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웨어의 제품들.

급진적이면서도 친절한 변화, 스타일 2.0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동시에 과거와 이별할 수 있을까? 배민의 리브랜딩을 보고 있자면, 모순 같은 이 말도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우아한형제들의 디자이너들은 기업의 본질에 집중해 원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구성했다. 사용자를 배려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한 디자인의 면면을 소개한다.

신규 브랜드 서체 개발
2012년 공개 이래 서비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서체로 널리 쓰여온 한나체를 대체할 새로운 서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변화를 향한 기업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리브랜딩을 위한 첫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은 대표 서체 ‘워크체’와 보조 서체 ‘플레이체’, ‘러브체’를 선보였다. 이 중 워크체는 스타일 2.0의 디자인 콘셉트인 ‘볼드 & 심플’을 기반으로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인상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한글의 내림획을 블록 형태로 단순화해 구조적 안정감과 시각적 독창성을 충족시켰으며, 앱의 가독성을 고려해 속 공간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또한 굽이치고 중첩되는 선을 활용해 라이더의 배달 동선을 표현한 플레이체, 하나의 자음을 두 번 반복한 것이 특징인 러브체에선 변함없는 배민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느껴진다. 완성된 서체들은 리브랜딩 발표 전에 공개된 앱 내 신규 카테고리 ‘한그릇’, 제휴 카드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 대규모 프로모션 ‘배민푸드페스타’ 홍보물 등에 차례대로 적용하며 브랜드의 달라진 인상을 전했다.
디자인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
참여 디자이너 한명수(CCO), 안수형(디자인실장), 최애지·전수빈·한상국·조문경(그래픽팀), 오선정(그로스마케팅디자인팀)
협업 산돌(대표 윤영호), sando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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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컬러 리뉴얼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자사 서비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민트 컬러를 세밀하게 조정했다. 애초에는 기존 색상을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리브랜딩 과정에서 새롭게 정비되는 그래픽 애셋과의 조화를 고려해 한층 밝고 경쾌한 무드로 개선하게 됐다. 오프라인 이벤트보다 앱이나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에서 브랜드 컬러가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RGB를 기준으로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컬러를 설정했다. 그 결과 컬러가 기존보다 더 또렷하고 밝아졌다. 또한 일관성 있는 컬러 구현을 위해 앱의 버튼, 배경 등 기능에 따라 명도와 채도를 체계화한 시스템을 정립했다. 완성된 컬러는 지난 7월 리브랜딩 발표 이래 앱과 웹사이트, 홍보물 전반에 사용하고, 인터널 브랜딩의 일환으로 제작한 직원용 굿즈에도 적용했다. 미세한 변화지만 그만큼 브랜드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디자인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
참여 디자이너 안수형(디자인실장), 최애지·전수빈·한상국·조문경(그래픽팀), 오선정(그로스마케팅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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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 전문 교육기관 건축설계
지난 10월에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라이더 전문 교육 시설로, 남양주에 위치한 기관을 하남으로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건립했다. VR·AR 기반 가상훈련존, 야간 및 빗길 주행 시뮬레이션장 등 라이더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도록 돕는 다채로운 교육 시설을 구비했다. 건물의 인상을 결정하는 파사드는 과도한 장식을 배제하고 깔끔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인데, 테라코타 패널의 반복적인 패턴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으로 라이더의 활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테라코타 특유의 따뜻한 브라운 컬러는 인테리어에도 적극 활용해 공간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실내에는 볼드 & 심플에 기반해 디자인한 픽토그램으로 명료한 인상을 남겼다.
공간 디자인 우아한형제들 워크플레이스실
참여 디자이너 김철영, 유병규, 김성은, 이상원
건축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정영교·이명진), junglim.com
인테리어 디자인 이음어소시에이츠(대표 이혁수), eum-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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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웨어 제품 디자인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브랜드확산팀은 리브랜딩 과정에서 라이더 전용 제품 브랜드 ‘배민라이더웨어’의 제품 디자인을 최신화했다. 디자이너들은 라이더에게 꼭 필요한 물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는 것을 목표로 심미성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제품에 주력했다. 재킷, 조끼 등 의류는 습기와 열에 잘 견디도록 내구성을 강화했으며 오토바이를 타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하지 않도록 봉제선 위치를 세심하게 조정했다. 가볍고 튼튼한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배달 박스는 어느 방향에서도 열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손잡이 안팎에 반사 스티커를 부착해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제품 전반에 새롭게 조정한 민트 컬러를 폭넓게 적용해 리브랜딩을 널리 알렸으며, 세련된 영문 로고로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지게 했다.
디자인 우아한청년들 브랜드확산팀
참여 디자이너 김관우, 이재언, 박준영, 최재민, 안채빈, 양하니, 심규헌, 이성진, 유윤지, 최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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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리디자인
사용자 접점이 가장 넓은 앱을 재정비하고, 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명확하게 알린 디자인 프로젝트다. 가장 큰 변화는 UI에서 캐릭터 ‘배달이친구들’을 비롯한 장식적인 요소를 제거했다는 것. 서비스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데 관성적으로 남겨두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리디자인의 목표와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앱에서 불필요한 디자인은 과감히 정리하고, 간결하고 명확한 화면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더불어 사용자의 혼란을 막고자 새로운 컬러·폰트·로고·아이콘 등을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앱 아이콘의 변화가 대표적인데, 기존 디자인 뒤로 새로운 아이콘이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고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최종적으로 공개한 앱 아이콘은 캐릭터를 배제한 대신 서비스명을 상징하는 ‘배’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상공에서 도로를 내려다본 듯한 형태로 보이게 해 배달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점도 흥미롭다.
디자인 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
참여 디자이너 안수형(디자인실장), 최애지·전수빈·한상국·조문경(그래픽팀), 오선정(그로스마케팅디자인팀), 이정화(영상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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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크리에이티브부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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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상국 그래픽 디자이너, 한명수 우아한형제들 CCO, 김민진 그래픽팀장, 전수빈 그래픽 디자이너, 최애지 그래픽 디자이너, 이정화 영상 디자이너, 안수형 디자인실장

“ 고객이 브랜드의 날것의 목소리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크리에이티브를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조직 구성과 기업 문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우아한형제들은 어떤가?

안수형 우리도 마찬가지다. 디자인실은 4개 팀과 2개의 TF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 지원을 담당하는 디자인효율화팀을 비롯해 그래픽팀, 영상디자인팀, 포토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리브랜딩을 맡은 뉴브랜딩디자인 TF와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방법을 연구하는 사진·글·연출 AI TF가 있다. 개별 팀 내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팀별로 유기적으로 모여 디자인 업무를 한다. 디자이너들이 요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다양한 학습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전사 디자이너들이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뾰로롱 주간톡톡’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화요일 오전마다 팀별 소식과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며 거시적 관점으로 우아한형제들의 전략과 방향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한명수 디자이너들이 비단 디자인실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마케팅 조직과 사업 조직에서도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조직 안에서 고립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디자인실과 업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배민 서비스 론칭 이래 지난 15년간 많은 배달 서비스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배민만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이정화 입사 전부터 배민을 사랑한 팬으로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브랜딩과 디자인이다. 일례로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해 배달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였는데, 당시 외부인 입장에서 배달 플랫폼 기업이 미술관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브랜드의 팬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상국 우아한형제들의 디자인 기조를 요약하자면 ‘유희적인 디자인’ 아닐까? 결과물 자체에서 묻어나는 유머러스함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작업에 임할 때 느끼는 즐거움도 포함된다. 동종 업계뿐 아니라 국내 테크 업계 전반에서 봐도 단연 두드러지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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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 과정에서 조정한 새로운 컬러를 적용한 배달로봇 ‘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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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카드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 새로운 컬러와 폰트를 적용했다.
배달 플랫폼은 팬데믹을 거치며 사회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된 만큼 고민도 많아졌을 듯 하다.

안수형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배민은 사실상 사회 인프라나 다름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고객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브랜딩보다는 서비스 자체의 경험과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졌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그렇다 보니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아한형제들의 메시지와 정책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대중과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더 이상 고객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최애지 사내에서 리브랜딩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면서 브랜딩실과 피플실에서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달의민족이 갑자기 없어져도 아쉽지 않고, 곧장 다른 서비스를 사용하겠다는 답변이 많아 큰 충격을 받았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본격적인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내부에서는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스타일 2.0’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이정화 프로젝트 초창기를 돌아보면, 회사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고 비전도 조정되면서 우아한형제들에 대한 합의된 이미지상을 새롭게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환기하면서도 구성원들 간 이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었기에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한명수 기업의 방향성이 바뀌더라도 시각적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고객과 내부 구성원 모두 리브랜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달라진 디자인, 이른바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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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프로모션 프로젝트 ‘배민푸드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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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우아콘 아이덴티티 디자인.
시각적 변화에 앞서 브랜드의 미션과 목표를 재정립했다. 2700여 명이 재직 중인 기업에서 강행하기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한명수 미션과 목표를 바꾸는 일은 기업 전체의 방향성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해외에 소재한 대주주와 소통하며 허락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CEO가 리브랜딩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했다. 올해 1월에 부임한 CEO가 우리의 브랜딩과 디자인 전략을 깊이 신뢰했고, 덕분에 리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내부 구성원 모두 동의할 만한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긴 합의 과정을 거쳤고, 그에 따라 디자인도 리뉴얼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 모든 절차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목표와 미션이 정해질 때쯤에는 이미 스타일 2.0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서비스 원칙이 정립될 당시에는 시각화 전략을 상의 중이었다. 이처럼 여러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원만하게 협업하도록 돕는 조직 문화 덕분에 성공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안수형 스타일 2.0을 준비하며 CEO와도 여러 차례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서비스와 고객의 관계를 단지 수치로만 접근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크리에이티브 등 우리만의차별화된 포인트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특히 ‘서비스에 영혼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디자이너로서는 정말 반가운 메시지였고, 스타일 2.0을 추진하면서 핵심 키워드로 삼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대표 캐릭터 ‘배달이친구들’과 자체 서체를 모두 교체하는 등 과감한 변화가 눈에 띈다.

안수형 내부에서는 ‘리셋’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서비스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처럼 디자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축적된 브랜드 자산을 재검토했다. 그 결과 민트 컬러 하나만 남기고, 그 외의 시각적 자산은 모두 바꿔야 되겠다고 합의했다. 고객에게 좀 더 명확하게 자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디자인 콘셉트를 재설정하고 서체, 컬러, 앱의 UX·UI 등을 새롭게 구축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고객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에 점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우아한형제들에게는 변화를 향한 의지를 표명한 선언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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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 전문 교육 기관. 내부에도 테라코타 특유의 브라운 컬러를 적극 활용한 점이 두드러진다.
리브랜딩을 발표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기업 안팎의 반응은 어떤가?

한상국 개발팀으로부터 앱 구성이 굉장히 간결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전에는 앱에 여러 기능이 추가되면서 번잡해 보였는데, 이제는 정확히 할 말만 간단하게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이정화 사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은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온 레거시를 상당 부분 버리기로 결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뿌듯했다.
전수빈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댓글을 통해 앱 아이콘이 조금씩 바뀌는 과정에 관심 갖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제작한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제목용 서체인 워크체는 본문용으로도 만들어달라는 사내 구성원들의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호평 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한상국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들 모두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려는 태도가 내재되어 있다.
최애지 우아한형제들을 설명하는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 디자이너들이 기업의 정체성과 문화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 형성된 정체성에 기반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그렇다면 우아한형제들이 추구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

이정화 영상 디자이너 입장에서 말하자면, 영상 디자인 신의 표준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트렌드에 반하는 작업에서 나도 동료들도 일하는 재미를 느낀다.
김민진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는 디자인. 스타일 2.0을 거치면서 우아한형제들의 기조는 본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만의 영혼이 무엇이고, 이를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전수빈 우아한형제들 디자인실의 역할을 정의하자면, 다양한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해 고객과 서비스 사이의 감정적인 연결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끔씩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막이 씌워진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디자인실은 그 막을 걷어내고, 고객이 브랜드의 날것의 목소리를 느끼게 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한명수 우아한형제들의 디자인 특징은 공동체성이다. 많은 기업에서 리더들이 정하면 그대로 따르는 톱다운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소수의 디렉터가 프로젝트를 이끌기보다 다양한 구성원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발전하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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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0호(2025.1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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