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단시간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수상작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모범적으로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산 구도심을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 활동의 거점으로 되살리고자 한 의도뿐 아니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작업을 구현했다는 점이 귀감이 된다”는 호평을 얻었다.

건축 분야 심사 총평
올해 건축 분야의 화두는 리노베이션과 지역(성)이었다. 1970~1980년대 한국 고도 성장기에 지은 수많은 건물의 내구연한이 다돼가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물리적 수명을 다하거나 경제적 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건물이 속출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출품작 다수가 대수선과 신축의 갈림길에 선 건물의 재사용을 모색하는 시도를 보여줬다. 그간 수도권에 집중됐던 건축 행위가 비수도권으로 조금씩 옮겨가면서 지역에 대한 해석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단시간에 만장일치로 선정된 수상작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모범적으로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산 구도심을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 활동의 거점으로 되살리고자 한 의도뿐 아니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작업을 구현했다는 점이 귀감이 된다”는 호평을 얻었다. 기존 건물에 새로운 감각을 부여한 ‘유기장 전수관’과 ‘스페이스 운 갤러리’는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집 속의 집’을 콘셉트로 기존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에 전시 공간을 삽입한 유기장 전수관과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갤러리로 재해석해 새로운 조형을 부여한 스페이스 운 갤러리 모두 옛것과 새것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참신한 접근이 돋보였다. 또 다른 파이널리스트인 ‘앳모스피어’는 “도시 외곽에 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목표한 미적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밀어붙인 건축가의 저력이 인상적이다”라는 평가를 얻었다. 기술 자체를 목적이자 표현 수단으로 삼는 최근의 경향 속에서 올해 수상작과 파이널리스트는 재료와 구법 등 건축의 근본적 요소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보여주며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겼다.
심사위원 전숙희(와이즈건축 공동대표), 박창현(에이라운드건축 대표), 백종환(WGNB 대표), 박성진(사이트앤페이지 대표)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 이손건축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1 251112D 21323 web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51112D_21323_web-1-832x1248.jpg)
최근 군산은 건축·디자인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도시다. 도시 재생이라는 해묵은 화두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 원도심의 오래된 건축물 일군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 그 중심에 있다. 프로젝트는 서울과 군산에서 20여 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한 지역 사업가의 의뢰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원도심에 재즈 클럽을 조성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했다. 과거 미군 대상 유흥지로 번성했지만 당시 쇠락한 기운이 감도는 도심에 새로운 흐름을 불어넣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건축주가 뜻을 함께하는 6명의 각 지역 인사를 모아 법인을 설립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하나의 건물에서 콤플렉스로 확장됐다.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2 20251126 04035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40358-832x624.jpg)
대상지는 군산 원도심 영화동(구영길) 일대의 블록으로, 1990년대 이후 도시 외곽의 아파트 개발로 인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오랜 시간 점집과 유흥 시설만 남아 있던 곳이었다. 건축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1960~1970년대 조적조 건물, 그리고 무분별하게 증축된 구조물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였다. 건축가는 뜻밖에도 밀집된 블록의 내부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 틀 안에서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삶의 흔적이 켜켜이 엉겨붙어 원형을 찾기 힘든 상태였지만, 얼핏 보이는 조그마한 공간들의 흐름이 읽혔다. 잠재된 흐름을 잘 복원하면 다시 피가 돌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블록 내부의 구조물을 솎아내는 작업을 했다. 적산가옥의 목구조와 도로변의 조적조, 연와조 파사드는 군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므로 존치하고, 그 외에 산발적으로 필요에 따라 덧붙인 구조물은 철거했다. 그 결과 블록은 중정형의 ‘그라운드 ㅁ’과 개방형의 ‘그라운드 T’라는 2개의 외부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3 1.re turning 04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1.re_turning_04-1-832x624.jpg)
주목할 것은 ‘복원’이 아닌 ‘보전’의 개념에 기반한 방식이다. 일제강점기 목구조의 물리적 수명을 고려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재를 해체·교체·재조립하고 기초는 전면 콘크리트 매트로 보강했다. 도로변의 조적조와 연와조 파사드는 내부 구조를 유지한 채 외부를 새 재료로 감싸 단열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새로운 외피에는 기존의 개구부 비례를 반영해 깊이감을 부여하고 도시적 상징성을 강화했다. 100년을 버틴 건축물이 앞으로의 100년도 물리적으로 지속되도록 보장하는 일이 목표였기에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4 2.bar ingrid 10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bar-ingrid_10-1-832x746.jpg)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5 4.Campo 2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4.Campo_26-832x624.jpg)
설계 후반 단계에 계획한 호텔은 인근에서 여관으로 사용하던 1960년대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기존 블록 구조에서 파생된 공간 체계와 합을 맞추도록 했다. 객실 절반을 그라운드에 면하도록 구성해 외부 활동과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8×1.2m의 천창이 설치된 아트리움은 자연광과 기후 요소를 내부로 끌어들이며 폐쇄된 도시 조직에 새로운 개방감을 부여한다. 재료는 화강암, 원목, 합판 등으로 내구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았는데, 이는 통상 10년을 주기로 리모델링하는 호텔의 관습을 탈피하기 위해서였다. 언제 방문해도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되는 것이 소도시 호텔의 미덕이라고 봤다.
![[2025 KDA Winner]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6 A 12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A_12-1-832x827.jpg)
지난 6월에 개관한 그라운드는 1930년대 창고를 리노베이션한 다목적 홀을 중심으로 ‘재즈클럽 머디’, ‘바 인그리드’, ‘파라디소90’, ‘피제리아 델캄포’, ‘노베오 젤라또’, ‘스시 에이와’, ‘카페 트레비아’ 등 다양한 시설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은 근대건축의 활용에 대한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지만, 비어 있던 도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진정한 도시 재생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가 있다. 이는 대규모 공공 사업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도 구도심이 다시 작동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 도시 재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