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올해 위너로 선정된 구오듀오의 ‘히코우 컬렉션’은 협업 과정에서도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클라이언트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양산성과 현실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라이프스타일 분야 심사 총평
지금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신은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없다. 동시대의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실험한 결과가 모여 만들어낸 집합적 풍경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작업들이 결국 ‘지금 한국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장면이 된다. 올해 라이프스타일 분야는 바로 그 다채로운 장면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하나의 메가트렌드는 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해석이 어느 때보다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위너로 선정된 구오듀오의 ‘히코우 컬렉션’은 협업 과정에서도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클라이언트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양산성과 현실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유즈플워크샵의 ‘엣지폼 라운지’는 기능성과 미감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밥의 ‘매스’ 수전은 보기 드문 비례감과 둔탁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조형 언어로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슈퍼포지션의 ‘쌍결무늬 2층 수납장’은 한국 전통의 쌍결무늬를 차가운 메탈 소재로 재해석하며, 지나치게 한국적이거나 과도하게 추상적이지 않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출품작을 두고 “하나하나가 훌륭한 예고편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현재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내년과 그다음 해에는 이 실험들이 더욱 확장된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긴다.
심사위원 이석우(SWNA 대표), 김숙연(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김소영(무신사, 29CM 제품 디자이너)
히코우 컬렉션 – 구오듀오
![[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1 251114D 2206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51114D_22067-832x1247.jpg)
어떤 제품은 그 안에 담긴 서사와 제작 과정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온전히 빛을 발한다. 형태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의도, 맥락, 도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제품의 완성도를 더욱 깊게 만든다. 올해 라이프스타일 분야 수상작인 구오듀오의 ‘히코우 컬렉션’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판금 기술 기업 ‘재팬 베넥스Japan Benex’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창작자와 함께 판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프로젝트 ‘이탈EETAL’을 운영 중인 클라이언트가 구오듀오에 협업을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그들은 금속을 다룬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의 신선한 시각을 기대하며, 구오듀오에 ‘제작자의 즐거움과 도전 정신을 되찾는 가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반복 생산이 많은 산업 구조 속에서 매너리즘이 깊어지고,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회의를 낳았기 때문이다.
구오듀오는 제안을 받고 나가사키의 베넥스 공장을 찾아가 며칠 동안 작업자들을 만났다. 절단·절곡·용접·도장·조립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각각 다른 작업자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구오듀오는 이 생산 구조 자체를 디자인의 핵심 원리로 삼기로 했다. 즉 ‘제작자 한 사람의 역할도 빠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2 1. HIKOU COLLECTION 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1.-HIKOU-COLLECTION_3-832x555.jpg)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구오듀오는 가장 먼저 소재 선정에 착수했다. 다양한 금속 중 구오듀오가 선택한 소재는 알루미늄이었다. 다른 금속에 비해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 구오듀오가 지향하는 ‘부드럽고 포용적인’ 조형 언어를 구현하기에 적합했다. 철이나 스테인리스, 구리 등과 달리 알루미늄은 국내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제작자가 많지 않아 새로운 기술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었다. 가볍지만 강한 특성은 자연스럽게 비행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고, 이는 곧 일본어로 ‘비행’을 뜻하는 ‘히코우(飛行)’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이어졌다.
디자인은 ‘모두의 참여’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의자의 등받이는 위에서 한 번에 절곡해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용접 공정이 사라진다. 그래서 뒤에서 등받이를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또 다리까지 모두 용접된 일체형 구조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조립공의 역할이 줄어들기에 파트를 여러 개로 분리해 각 공정이 존재하도록 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작업자들은 디자이너와 합을 맞춰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자를 완성해나갔다.
![[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3 5. HIKOU TABLE 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5.-HIKOU-TABLE_2-832x555.jpg)
그러나 제작 과정의 논리만으로 가구의 완성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구오듀오는 ‘예쁘고 편안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공정을 살린 구조가 시각적·사용적 완성도를 해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했다. 동시에 ‘히코우’라는 세계관이 하나의 오브제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 전체로 확장되도록 제품군을 시리즈 형태로 구성했다. 처음에는 의자 하나로 시작했지만, 한 공간에서 더 풍부한 경험을 만들기 위해 스툴, 테이블, 벤치의 네 가지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구오듀오는 “네 가지 품목을 설계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시리즈로 배치했을 때의 통일감, 동시에 하나만 두어도 캐릭터가 살아 있는지 여부였다”고 말했다. 조립식 구조를 선택한 것은 재료의 효율성과 공정 단축, 배송과 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다.
히코우 컬렉션은 론칭 후 전시로 이어졌는데, 이 전시의 기획 역시 구오듀오가 맡았다. 도쿄의 실험적 복합 문화 공간 SKWAT에서 열린 전시에서 디자이너는 공간의 중앙을 가르는 기둥을 축으로 ‘스테이지’와 ‘백스테이지’라는 두 장면을 구성했다. 한쪽은 실제로 히코우 컬렉션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 형태의 체험 공간으로, 제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보여주었다. 반대편은 제작의 전 과정을 드러내는 백스테이지로, 스케치·샘플·공정 기록·작업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 가구들이 어떤 서사와 협업 구조 속에서 태어났는지를 시각화했다.
![[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4 1. STAGE 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1.-STAGE_7-832x1248.jpg)
![[2025 KDA Winner] 히코우 컬렉션 5 2. BACKSTAGE 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2/2.-BACKSTAGE_8-832x1109.jpg)
구오듀오는 “도전은 우리에게 서사”라고 말하며 “이번 경험을 통해 제품 그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협업 방식, 이야기의 구조, 관계의 방식이 훨씬 더 큰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은 결코 우리의 생각만큼 작은 세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