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이 디자인한 의자 ‘시리즈 7™’. 현대 가구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체어 중 하나로 간결한 구조와 실용적 조형미 덕분에 출시 이후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왔다. 올해로 탄생 70주년을 맞아 서촌 아넥스 스페이스에서 시리즈 7™을 기념하는 전시 〈BLUE PROOF〉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스크린 프린팅 프로덕션 스튜디오 SAA(Screen Art Agency)와 협업해 기획됐으며, 70년간 이어진 시리즈 7™의 유산을 현대 창작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야콥센의 디자인 정신을 조명한다.

시리즈 7™은 발표 이후 수많은 건축,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사용되며 모더니즘 가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덴마크 디자인을 세계적으로 알린 제품이기도 하다. 프리츠한센은 이번 전시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적 유산을 기념하고, 동시대 창작자와 함께 ‘형태 이면의 사고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르네 야콥센은 프리츠한센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덴마크 모더니즘의 선구자다. 장식적 양식이 중심이던 시대에 기능성과 간결함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다. 야콥센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지만, 자연과 식물을 관찰해 수채화로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온 인물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식물 모티프와 패턴 작업은 텍스타일 디자인으로 확장되며 고유한 시각 언어를 형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SAA가 재해석한 조형적 출발점이 되었다.

SAA가 재해석한 시리즈 7™

SAA(Screen Art Agency, 이산하·정성훈)는 스크린 프린팅을 기반으로 이미지 작업을 수행하는 스튜디오다. 분판의 해체·중첩·재구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특성을 조형적 언어로 확장해왔다. 창작자로서 고유의 시각 작업을 전개하는 한편, 다양한 예술가,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시각적 구현 방식을 넓혀가고 있다.

전시는 과정 중심의 실험적 태도를 지닌 SAA의 작업 방식과 미래 사회를 상상하며 디자인을 펼쳤던 야콥센의 창의적 정신을 연결한다. SAA는 스크린 프린팅의 ‘분판’ 구조에 주목해 야콥센의 패턴 이미지를 해체, 분리, 재구성했다. 그리고 이를 시리즈 7™의 곡면에 입체적으로 인쇄한 9점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전시 제목 〈BLUE PROOF〉는 ‘Blueprint(청사진)’과 ‘Trial Proof(시험 인쇄물)’을 결합한 개념으로 미래를 향한 상상과 실험의 과정을 상징한다.

전시에는 DJ이자 프로듀서 말립(Maalib)의 사운드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그는 스크린 프린팅의 레이어 구조에서 착안해 하나의 곡을 9개의 악기로 분해·연주한 뒤 이를 다시 중첩하는 방식으로 사운드를 구성했다. 시리즈 7™을 향한 시각적 실험이 청각적 감각으로 확장되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레이어 구조처럼 경험하게 한다. 해당 음원은 11월 16일부터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에서 ‘BLUE PROOF’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한편 프리츠한센은 이번 전시와 함께 큐레토리얼 스튜디오 아넥스와 단행본 〈A BOOK OF ARNE JACOBSEN〉도 출간할 예정이다. 책은 야콥센의 생애, 디자인 철학, 그리고 시리즈 7™이 지닌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다루며 그의 작업을 다시 읽는 자료가 된다.

SAA와 협업한 9점의 작품들은 전시장과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수익은 향후 창작자들의 새로운 작업을 위한 기반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프리츠한센 한국지사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시리즈 7™을 색다른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어 뜻깊다. 이번 전시가 70년의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이어진다.

About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

1872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프리츠한센은 가구, 조명, 액세서리 디자인을 전개하는 리빙 브랜드다. 장인성 기반의 제작 방식과 현대적 생산을 결합해 북유럽 디자인의 흐름을 형성해왔다. 아르네 야콥센,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 하이메 아욘(Jaime Hayon) 등 다양한 창작자와 협업하며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활동 중이다. 시리즈 7™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이자 현대 가구 디자인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