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의 홀리데이 캠페인
루이비통, 돌체 앤 가바나, 프라다, 미우미우, 디젤의 아름다운 홀리데이 캠페인
올해의 끝자락, 패션 하우스들은 설렘과 향수를 담은 홀리데이 캠페인을 선보이며 따뜻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물어가는 시간을 아름답게 감싸는 올해의 대표 캠페인들을 모았다.

2025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이때, 여러 패션 하우스들이 홀리데이 캠페인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설렘, 추억, 향수와 같은 감성을 강조한 이번 시즌 캠페인들은 저물어가는 시간에 건네는 한 편의 작별 인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와 더불어 브랜드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미학과 가치가 은은하게 느껴져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시기에 눈길을 머물게 하는 브랜드의 캠페인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올겨울에도 예외는 아니다. 빛나는 홀리데이 시즌을 위해 준비된 패션 브랜드들의 인상적인 캠페인들을 소개한다.
여행의 정신을 살린 루이비통의 캠페인

여행 가방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잘 알려진 루이비통은 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을 지닌다. 이번 홀리데이 캠페인 또한 여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르 보야주 데 뤼미에르(Le Voyage des Lumières, 빛의 여행)’라는 이름처럼, 브랜드를 정의해온 여행의 정신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낭만적 분위기를 전한다.


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요나스 린스트룀(Jonas Lindstroem)의 연출한 캠페인 영상에서는 연말의 분위기와 여행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루이비통 최초의 공방에 놓인 트렁크에서 떠오른 연등은 세계를 누비며 루이비통의 감성을 전하는 상징적인 메신저가 된다. 파리의 풍경을 벗 삼아 떠오른 연등은 오로라가 은은히 흐르는 겨울의 장면으로 흘러갔다가, 다시 퐁네프 다리로 돌아오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 캠페인 영상에서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노그램과 트렁크를 시작으로 가방, 주얼리, 스카프 등 컬렉션의 다양한 제품들을 조명한다.

겨울의 신비로운 풍경을 담아낸 영상에서는 연말 파티, 가족과 연인의 만남, 그리고 홀리데이 시즌의 마법 같은 분위기를 은근하게 느끼게 한다. 서정적인 음악 속에서 모닥불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 연등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서 경이로움과 순수한 기쁨의 순간을 느낄 수 있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연말의 정수를 가장 아름답게 시각화한 캠페인이 아닌가 싶다.
60년대의 영감이 더해진 돌체앤가바나의 아이코닉한 홀리데이
이탈리아 감성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단연코 ‘돌체앤가바나’일 것이다. 화려함이 살아 있는 특유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이번 홀리데이 캠페인 또한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고 이탈리아적 매력이 가득했다. 연말에 열리는 화려한 파티를 모티브로 한 캠페인에서는 60년대 감성이 더해져 레트로 감성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파리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메이비(MAYBE)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고 고든 폰 슈타이너(Gordon Von Steiner)가 연출한 캠페인 영상은 그동안 브랜드가 추구해온 디자인 감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파티에 도착한 모델들은 인생의 가장 특별한 순간을 위해 제작된 작품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자유롭게 순간을 즐긴다. 장식 하나 없는 무채색의 공간 속에서 반짝이는 은빛 드레스와 슈트가 만들어내는 대비는 군더더기 없는 우아함을 강조하며,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두드러지게 한다. 이와 같은 절제된 화려함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요소가 되는 동시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파티의 생생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든다.


캠페인 영상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컬렉션의 아이템들이다. 영상 속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가방과 구두, 그리고 다양한 액세서리는 컬렉션의 매력을 한층 높인다.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가 녹아 있는 소품들은 홀리데이 시즌 특유의 생동감과 따뜻함까지 전달하며 더욱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돌체앤가바나의 캠페인과 컬렉션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프라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을 조명하다

연말에는 파티와 모임이 이어진다. 해를 마무리하는 데에 있어서 사람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프라다 또한 이러한 연말의 정서를 포착해 따듯한 분위기의 영상을 선보였다. 눈이 가득 내린 풍경 속에서 굽이진 길을 따라 달리는 자동차 여행은 오랜만에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설렘을 느끼게 한다. 맑고 깨끗한 설경의 고요함과 설렘이 가득한 이들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듯한 친숙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글렌 러치포드(Glen Luchford)의 연출 아래 한 편의 영화처럼 제작된 캠페인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참여한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로 알려진 마야 호크(Maya Hawke)와 마블 〈블랙 팬서〉 시리즈로 유명한 레티티아 라이트(Letitia Wright)를 비롯하여 댐슨 이드리스(Damson Idris), 루이스 패트리지(Louis Partridge), 리 시안(Li Xian)이 등장해 마치 실제로 여행을 떠난 가족, 또는 친구들처럼 따뜻한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숲의 깊숙한 중심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순간 숲은 예상치 못한 빛으로 물들어 경이로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친근함과 유대감 속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행복을 나누는 연말의 마법 같은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영상 곳곳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컬렉션의 아이템들은 캠페인의 매력을 더하며 프라다 특유의 감성을 전한다.
엘리자베스 시대 저택을 배경으로 한 미우미우의 2025년 연말 감성
돌체앤가바나와 프라다가 연말 시즌에 사람들이 모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미우미우는 마치 파티 다음날의 분위기 또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와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을 상상하며 캠페인을 제작한 듯하다. 그만큼 이번 캠페인에는 예상 못한 감성들이 가득하다.


영국 시골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엘리자베스 시대의 저택을 배경으로, 지지 하디드(Gigi Hadid), 데데 맨스로(Dede Mansro)와 같은 모델들이 등장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펼쳐낸다. 연출을 맡은 안젤라 힐(Angela Hill)은 슈퍼 8 필름으로 이 순간을 포착하여 빈티지 홈 무비와 같은 질감과 분위기를 더했다. 고풍스러운 석조 벽난로와 벽돌 사이로 미우미우의 홀리데이 컬렉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대가 바뀌어도 잃지 않는 브랜드의 아름다움을 기념하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상과 사진을 통해 미우미우는 홀리데이 시즌의 감성을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은 브랜드가 오래도록 구축해온 고유한 감성과 맞물리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산타도 지칠 수 있다! 디젤의 유쾌한 캠페인

디젤은 특유의 엉뚱한 발상으로 독특한 홀리데이 캠페인을 선보였다. 크리스마스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비틀어낸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산타가 선물을 나눠주고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디젤은 반대로 전 세계에 선물을 전하느라 지쳐버린 산타의 모습을 드러내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투덜거리며 피곤함을 토로하는 모습에서는 이상하게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산타를 여성으로 설정하여 손톱에 화려한 네일 디자인을 입히고 뾰족한 힐을 신겼다. 이러한 재치 있는 설정은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려 버리겠다는 디젤 다운 의지를 보여준다.

사진작가 코너 커닝햄(Connor Cunningham)은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난 산타의 모습과 함께 화목한 가족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구도로 캠페인을 연출했다. 남녀 모델이 포개져 앉은 모습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디젤스럽다.’ 여기에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다 자라버린 모델이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은 산타만큼이나 유쾌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어린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듯한 모습이다. 이들이 받으며 기뻐했던 디젤의 홀리데이 컬렉션의 디자인은 연말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감각적이라 눈길을 끈다.

브랜드가 선보이는 홀리데이 캠페인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연말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캠페인들은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을 다시 깨워주며,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와 동시에 이 시간과 감정을 즐기기 위해서 브랜드의 제품을 둘러보게 만드는 효과도 놓치지 않는다.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홀리데이 캠페인을 선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