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한 스키웨어 ‘나이키×자크뮈스’부터 ‘슈프림×스파이더’까지

협업으로 읽는 스키웨어 트렌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와 패션,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의 협업으로 스키웨어는 스키장 안팎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패셔너블한 스키웨어 ‘나이키×자크뮈스’부터 ‘슈프림×스파이더’까지

나이키×자크뮈스

프랑스의 특유의 낭만적인 감성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사랑받아 온 자크뮈스(Jacquemus)는 2022년부터 나이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지역의 분위기를 세계적인 패션 언어로 승화시켜 온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는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며 패션과 스포츠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있다. 그의 이러한 시도 덕분에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 아이템은 한결 ‘우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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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나이키 홈페이지

최근 나이키 공동 창립자가 만든 초창기 러닝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 슈즈(Moon Shoe)’로 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잠시, 이번에는 스키웨어를 새롭게 재창조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 x 자크뮈스 아프레 스키 어패럴 컬렉션(Nike x Jacquemus Après Ski apparel collection)’은 스키를 즐기는 순간뿐만 아니라 스키 후 이어지는 파티와 여가 문화인 ‘아프레 스키(Après-ski)’까지 아우르기 위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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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나이키 홈페이지

프랑스 디자이너가 스키 이후의 여가 활동에 관심을 두고 스키웨어를 디자인한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들어 이 문화가 운동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스키를 탄 후에 바나 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정도였다면, 현재는 저녁 식사, 파티는 물론이고 스파, 음악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디자이너는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스키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운동 전후의 모든 순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해 어떤 순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도록 돕고자 했다. 덕분에 이 컬렉션은 다른 스키웨어와 차별화되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저는 항상 스키의 팬이었습니다. 스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며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겨울 휴가였습니다. 스키 복장은 항상 저를 매료시켜 왔으며, 저는 80년대 빈티지 스키 아이템을 많이 수집하고 있습니다. 나이키와 함께한 이번 컬렉션은 스키 커뮤니티에 새로운 패션 스토리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이며, 이는 저에게 처음으로 있는 일입니다.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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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자크뮈스 유튜브 채널

자크뮈스의 홍보영상에서 유명 스키 선수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설정된 인물이 스키장에서 선보이는 의상들을 보면, 스키웨어도 패션쇼에 오를 만큼 우아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크뮈스만의 감각적인 컷아웃 디테일과 나이키의 기능성 소재 및 기술력이 결합된 이 컬렉션은 공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스키어들에게 필수로 갖춰야 할 장비로 자리매김했다.

데상트×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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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데상트 올터레인 홈페이지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는 2012년 하이엔드 테크 아웃도어 라인인 ‘데상트 올터레인(DESCENTE ALLTERRAIN)’을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다년간 스포츠웨어 개발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계절·장소·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아웃도어 제품을 선보인다. 또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원칙 아래 아웃도어는 물론이고 도시와 일상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현해왔다. 이어 스키웨어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기반으로 디올과 협업하며 기능성과 미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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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데상트 올터레인 홈페이지

최근 선보인 네 번째 남성 스키 캡슐 컬렉션은 80-90년대의 스타일을 연상하게 만드는 레트로 감성을 품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영국 출신의 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이 디올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작품이 함께 한 덕분이다. 스키 애호가인 작가가 겨울 스포츠의 장면들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에 영감을 받은 패턴이 컬렉션 전체에 적용되었다. 덕분에 이 컬렉션은 기술적 완성도와 낭만적인 무드를 동시에 갖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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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홈페이지

디올은 의류뿐 아니라 고글·헬멧 등 전문적인 기어(Gear)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스웨덴의 프리미엄 스포츠 보호 장비 브랜드 POC와 협업하여 제작한 스키 고글은 스키를 즐기는 이들에게 편안한 착용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게 돕는다. 트리플 레이어 폼과 유연한 프레임 구조는 안정적인 핏과 시야 확보를 돕고, 렌즈 안쪽의 협골 커버가 안면 커버를 강화해 자외선 차단 성능을 높인다. 서포트 밴드가 있어 헬멧과 매치하기 좋으며, 조절 가능한 통기 시스템은 장시간 착용 시에도 쾌적함을 유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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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디올 홈페이지

무엇보다 이 고글에서 눈에 띄는 요소는 스트랩에 담긴 재해석된 CD 로고와 디올의 시그니처 퀼팅 패턴인 ‘까나쥬(Cannage)’에서 영감을 받은 블루 미러 렌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블루 미러 렌즈는 채광이 높거나 낮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시야를 유지하도록 제작되어 기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키를 즐기면서도 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완벽한 아이템일 듯하다. 디올은 이 독특한 고글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동일한 POC 협업 라인의 스키 헬멧을 추천하고 있다.

퓨잡×스와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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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퓨잡 유튜브 채널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스키웨어를 꼽으라면 단연 스와로브스키와 ‘퓨잡(Fusalp)’이 협업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움직임의 전문가, 빛의 전문가를 만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선보인 스키웨어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에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이 더해진 디자인은 착용하는 순간 압도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어디서나 시선을 사로잡는’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스와로브스키와 협업을 진행한 퓨잡은 1952년 두 명의 재단사에 의해 설립된 프랑스 프리미엄 스키웨어 브랜드다. 스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설립자들은 당시 스키복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인 ‘퓨조(Fuseau)’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다. 이는 슬림하고 신축성 좋은 스키 바지로 뛰어난 보온성과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다. 덕분에 당시 알파인 스키웨어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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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퓨잡 홈페이지

이후에도 퓨잡은 다양한 혁신적인 스키용품을 선보이며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스키 애호가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어왔다. 스키 챔피언이 선택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성을 자랑하는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데 있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이 프로젝트는 화려함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퍼펙트 모먼트×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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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M 뉴스룸

H&M은 프랑스 샤모니에서 탄생한 럭셔리 스키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퍼펙트 모먼트(Perfect Moment)’와 협업을 통해 세련된 스키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총 28종으로 구성된 이 캡슐 컬렉션에는 스키는 물론, 아프레 스키와 그 너머의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퍼펙트 모먼트 특유의 기능성 중심 스키웨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자유로운 믹스 앤 매치가 가능해 어디서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퍼펙트 모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설립자인 제인 고트샬크(Jane Gottschalk)는 “우리의 독보적인 브랜드 DNA를 H&M을 위한 완벽한 아프레 스키 캡슐 컬렉션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정말 즐거웠습니다.”라며 “이제 우리 브랜드의 팬들이 이 컬렉션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모습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소감처럼, 컬렉션 전체에는 퍼펙트 모먼트의 럭셔리 감성과 활기찬 스키 문화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페이크 퍼, 스키 고글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웨어, 볼드한 패턴으로 완성된 어드벤처 무드 등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담긴 캡슐 컬렉션의 아이템들은 다소 높은 가격대의 스키웨어가 부담스러운 대중들에게 스타일리시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어디서나 우아하고 경쾌하게 겨울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컬렉션이다.

스파이더×슈프림

협업의 대가로 잘 알려진 슈프림은 미국 스키 브랜드 스파이더(Spyder)과 손을 잡고 스트리트 패션과 스키웨어의 화합을 꾀했다. 협업 컬렉션에서는 스파이더의 시그니처 그래픽을 더한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가 포함되어 있어 두 브랜드의 팬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재킷, 집업 스웨터, 후디, 비니 등으로 구성된 아이템들은 슈프림 특유의 개성과 스파이더의 기술적 헤리티지가 만나 독특한 무드가 느껴진다.

밝고 대담한 컬러 팔레트는 스키장에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스트리트 패션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어 일상에서도 손쉽게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그 어떤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해도 언제나 갖고 싶어지게 만드는 아이템을 선보이는 슈프림의 마법이 또 한 번 발휘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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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나이키 홈페이지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협업을 통해 선보인 결과물들을 보면, 스키라는 하나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탐구한 것이 느껴진다. 기술력과 디자인, 예술적 감성과 브랜드 헤리티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교차하며 완성된 스키웨어는 겨울 스포츠를 위한 장비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스키장이 아닌 곳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키뿐 아니라 스키 이후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동시에 스포츠웨어를 일상에서도 즐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에, 앞으로 스키웨어는 더욱 다층적인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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