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를 선물로 만드는 2025 크리스마스,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올해 크리스마스 키워드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The Most Beautiful Gift of All)

파리에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오스만 대로 한복판에 우뚝 선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오스(Galeries Lafayette Paris Haussmann) 백화점이다. 매년 11월이 되면 이곳은 쇼핑 공간을 넘어 파리의 겨울을 여는 중요한 무대가 된다.

도시 전체를 선물로 만드는 2025 크리스마스,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파리에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오스만 대로 한복판에 우뚝 선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오스(Galeries Lafayette Paris Haussmann) 백화점이다. 매년 11월이 되면 이곳은 쇼핑 공간을 넘어 파리의 겨울을 여는 중요한 무대가 된다. 수 세기를 관통해온 건물의 역사, 장식 예술의 전통, 그리고 도시의 상징이 된 크리스마스의 상상력이 이곳에서 하나의 거대한 행사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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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윈도우 디스플레이 © Les productions Bil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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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올해의 셀레브리티인 클라라 루치아니(Clara Luciani), 갤러리 라파예트 디렉터 아서 르모안(Arthur Lemoine Directeur), 일러스트레이터 잔느 드탈랑트(Jeanne Detallante) © PAUL BLIND

1893년 테오필 바데르(Théophile Bader)와 알퐁스 칸(Alphonse Kahn)에 의해 설립된 갤러리 라파예트는 ‘백화점’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장소였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대형 쇼윈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그리고 소비를 하나의 경험으로 끌어올린 연출 방식은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도 이어진다. 20세기 초부터 라파예트는 연말이 되면 쇼윈도를 하나의 동화책처럼 꾸미기 시작했고, 1912년 완공된 아르누보 양식의 돔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위한 상징적 무대가 되었다. 그 이후로 매년 겨울, 이곳의 장식은 단순한 시즌 데커레이션이 아니라 파리의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도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의 테마: 가장 아름다운 선물

2025년 갤러리 라파예트가 제안한 크리스마스의 키워드는 ‘The Most Beautiful Gift of All’, 즉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올해는 시각적 화려함보다 이야기의 밀도에 집중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보이지 않는 시간, 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손길과 움직임의 모든 요소가 하나의 내러티브로 설계되었다. 이는 물질적 풍요보다 감정과 순간, 함께 나누는 경험의 가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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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윈도우 디스플레이 © Les productions Biloba

이번 크리스마스 쇼윈도의 핵심은 일러스트레이터 잔느 드탈랑트(Jeanne Detallante)의 참여다. 그녀는 프랑스 현대 일러스트레이션 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패션과 예술, 출판을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섬세하면서도 몽환적인 선, 고전적인 색감 위에 얹힌 현대적 리듬은 그녀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드탈랑트의 작업은 평면에 머물지 않고 종종 공간화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녀는 쇼윈도를 하나의 거대한 일러스트 북처럼 구성했다. ‘산타의 마법 작업실’이라는 설정 아래, 장난감이 제작되고 선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장면 단위로 나누어 연출했다. 각각의 쇼윈도는 독립적인 컷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서사를 이루는 연속 장면이다.

색채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다. 레드와 골드라는 전통적 크리스마스 팔레트 위에 파스텔 톤과 미묘한 그림자를 더해, 따뜻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적 상상력과 성인을 위한 시각적 세련미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맞춘 결과다. 쇼윈도 앞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매년 비슷하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어른들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늦춘다. 라파예트의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순간, 도시의 시간이 잠시 느려지는 경험에 있다.

돔 아래, 하나의 거대한 선물로 변한 크리스마스트리

라파예트 크리스마스의 중심에는 언제나 돔 아래 설치되는 거대한 트리가 있다. 2025년의 트리는 그 어느 해보다 상징적이다. 전체가 하나의 선물 박스처럼 연출된 이 트리는, 우아한 리본 장식과 빛의 레이어를 통해 돔의 곡선을 강조한다. 점등 순간, 수천 개의 조명이 켜지며 아르누보 돔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파리 겨울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적으로 주목할 점은 현대적 트리가 1900년도 초에 완성된 돔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빛은 돔의 곡선을 따라 흐르며 건축과 장식 사이에 긴장 대신 조화를 만든다. 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공간을 압도하기보다 건축적 맥락을 읽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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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 THIBAUT VOI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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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 THIBAUT VOISIN

하늘 위의 또 다른 선물, 루프탑 아이스링크

2025년 갤러리 라파예트 크리스마스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장식이 실내에만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겨울, 백화점의 루프탑에서는 파리에서 가장 환상적인 아이스링크가 문을 연다. 12월 1일부터 2026년 1월 4일까지, 갤러리 라파예트의 옥상 테라스에서는 알프스 최고의 스키 리조트 쿠르슈벨(Courchevel)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이스링크가 운영된다. ‘파리에서 가장 마법 같은 링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만큼, 이곳에서는 스케이트를 타며 에펠탑의 불빛,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겨울 하늘과 파리의 지붕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하나의 몰입형 설치 작업에 가까운 공간 연출은 백화점을 도시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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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아이스링크 © PAUL BL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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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아이스링크 © PAUL BLIND

스포츠 체험을 넘어 쿠르슈벨은 현장에 알파인 시크(alpine chic) 무드를 더했다. 우아한 겨울 스포츠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 연출과 포토부스 설치는 방문객들이 특별한 겨울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파리 한복판에서 미리 경험하는 알프스의 겨울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아이스링크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16유로, 14세 이하 어린이는 7.50유로로 책정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동화 같은 경험,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겨울의 감각을 되살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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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윈도우 디스플레이 © Les productions Biloba

갤러리 라파예트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언제나 백화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소비의 장소인가, 아니면 도시 속 축제의 감정을 공유하는 무대인가. 2025년의 장식과 루프탑 아이스링크는 분명 후자를 선택한다. 쇼윈도, 트리, 그리고 하늘 위의 아이스링크까지, 이 모든 요소는 경험과 감동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2025년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오스만의 크리스마스는 2026년 1월 3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파리를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가장 따뜻한 겨울의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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